유엔은 북한이 남북 화해의 상징이자 이산가족의 염원이 담긴 이산가족 면회소 철거에 나선 데 대해 긴장 완화와 대화 복귀를 촉구했습니다. 이산가족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냈고 인권단체들은 비인도적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남북 이산가족 면회소 철거를 시작한 북한에 긴장 조성 행위를 멈추고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실은 13일 북한이 남북 이산가족 면회소 철거를 시작한 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사무총장은 한반도 정세를 계속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사무총장은 지속적으로 긴장 완화와 대화에 도움이 되는 환경 조성, 대화 재개를 촉구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외교적 노력만이 지속 가능한 평화와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실] “The Secretary-General continues to follow the developments on the Korean Peninsula closely. He has consistently called for de-escalation, an environment that is conducive to dialogue, and the resumption of talks. Diplomatic engagement remains the only pathway to sustainable peace and the complete and verifia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한국 통일부 “철거 즉각 중단” 촉구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이산가족 상시 상봉의 염원을 담고 있는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를 북한이 철거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정부는 남북이 합의해 설치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철거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이러한 철거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철거는 이산가족의 염원을 짓밟는 반인도주의적인 행위”라면서 “이번 사태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족 상봉 희망 무너뜨려”
미국에 거주 중인 한인 이산가족들은 북한의 이산가족 면회소 철거 소식에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으로 끌려간 오빠와 헤어진 전선복 씨는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남북한 가족이 만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선복 씨] “우리는 뭐 만나기를 원하는데, 북한에서는 그거를 거절하니까 너무 안타깝죠. 우리는 언제나 만날 수 있을까? 그걸 희망을 거기다 걸고 있는데. 그걸 무너뜨리면 이제 그 일은 뭐 희망을 가질 수가 없죠.”
이차희 재미 이산가족상봉추진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날 VOA의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북한이 왜 그런 일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당혹감을 나타냈습니다.
“‘적대적 두 국가론’ 결과물”
워싱턴의 민간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회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라 북한은 남북 연락사무소를 포함해 한국이 만든 많은 인프라 시설을 파괴해 왔다”면서도 “특히 이산가족 면회소는 매우 상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80~90대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 가족 상봉은 평생의 소망이라면서 “이는 정말 중요한 인도적 인권의 문제이며, 북한 정권이 한국뿐 아니라 북한 이산가족들의 상봉도 거부하는 것은 정말 비극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회장] “It's a truly important humanitarian and human rights issue, and it is truly tragic that the North Korean regime would refuse not only members of separated families living in South Korea, but members of separated families living in North Korea.”
“잔인하고 비열한 행위”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의장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행위는 잔인하고 비열한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숄티 의장은 “이산가족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문제”라면서 “핵 프로그램이나 정치범 수용소 등 다른 모든 것들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이산가족 문제는 “가족들이 죽기 전에 서로 만나도록 하는 문제이며, 한반도 분단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행위는 잔인하고 비열하며, 큰 고통을 야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숄티 의장] “It's not like the nuclear program or the political prison camps or all the other things we talk about when it comes to North Korea. This is something about letting families see each other before they die and because of the division of the Korean peninsula. So it's cruel, it's mean, it's meant to cause great pain.”
“금강산 주요 남측 시설 모두 철거”
이산가족 면회소는 지난 2003년 11월 제5차 남북적십자회담 합의에 따라 2005년 8월31일 착공, 총 550억 원, 미화로 약 3천800만 달러가 투입돼 지하 1층, 지상 12층으로 2008년 7월 완공됐습니다.
완공 이후 한국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 등으로 1년여간 사용하지 못하다 2009년 9월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를 개최해 처음으로 가동됐습니다.
이후 2010년 10월, 2014년 2월, 2015년 10월, 2018년 8월 등 총 5차례 이산가족 상봉에 사용됐지만 2018년 이후론 운영되지 못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실패 이후 그해 10월 금강산을 찾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2022년부터 현대아산 소유의 해금강호텔과 금강산 문화회관, 온정각 동관과 서관, 구룡빌리지 등을 철거 또는 해체했습니다.
이산가족 면회소까지 철거되면 금강산 관광지구 내 한국 측 시설이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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