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 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를 환수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파나마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파나마 운하의 역사적 배경과 운영 현황, 이를 둘러싼 쟁점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박영서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주요 수로”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에 있는 길이 약 82km의 인공 수로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좁은 해협의 하나인 ‘파나마 지협’을 가로질러 대서양 카리브해와 태평양을 이어주는 운하인데요. 이 파나마 운하 덕분에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를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경비가 크게 단축됐고요. 그 결과 파나마 운하는 해상 운송과 국제 무역에 매우 중요한 수송로가 돼 왔습니다.
파나마 운하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는 파나마 운하청에 따르면 매년 1만3천~1만4천 척의 배가 이 운하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 2024년에는 9천900여 척으로, 한 해전인 2023년보다 29%나 급감했는데요. 이는 전례 없이 극심했던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져 매일 통과할 수 있는 선박들의 수를 제한한 데 따른 것입니다.
현재 파나마 운하는 약 170개국, 1천900여 개 항구를 연결하는 총 180개의 해상 경로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고 있습니다.
파나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무역의 약 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파나마 운하가 건설된 이래 가장 많이 이를 이용하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파나마 운하를 통해 수송되는 화물의 3분의 2가 미국에서 출발하거나 미국으로 향하는 화물이고요. 현재 그 뒤를 중국과 일본이 잇고 있습니다.
“험난했던 건설 과정”
세계열강은 파나마 지협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일찌감치 간파했습니다. 16세기 초 스페인인들도 파나마 지협을 통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가로질러 가는 뱃길을 생각했지만, 산악과 열대 지역을 가로지르는 운하를 만드는 기술은 당시로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집트에 수에즈 운하를 건설했던 프랑스도 19세기 초에 파나마 운하 건설을 시도했는데요. 하지만 재정적인 문제와 복잡한 지리적 환경, 전염병 등으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다음에 나선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은 1903년 파나마와 조약을 체결하고 파나마 지협을 가로지르는 파나마 운하 지역에 대한 영구적인 소유권을 보장받게 되고요. 파나마 운하는 1914년 마침내 완공됐습니다.
프랑스 실패 기간과 미국이 재시도해 운하를 완공한 기간을 합쳐 사망한 노동자는 2만 7천 명이 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3만8천 명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요인은 말라리아, 황열병 같은 전염병이 돌거나 흙이 무너지는 사고 등이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또 건설비만도 약 3억7천5백만 달러 이상 투입된 어렵고 험난한 공사였습니다.
“운영권 넘긴 카터 전 대통령”
20세기를 지나면서 파나마 운하에 대한 미국의 운영권을 둘러싼 미국과 파나마 간 긴장이 고조됐습니다. 미국이 파나마 운하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파나마 국민의 불만이 커졌는데요. 1964년에는 파나마에서 반미 유혈사태가 발생해 양국이 몇 달 동안이지만 외교 관계를 단절하는 일도 있었고요. 그러면서 운하에 관한 새로운 조약이 필요하다는 공통의 인식이 생겨납니다.
파나마 운하 문제는 양국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의제로 오를 만큼 뜨거운 쟁점이었는데요. 1977년 취임한 지미 카터 대통령은 운하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파나마와 협상에 나섰습니다.
조약은 두 가지로, 하나는 파나마 운하의 영구적인 중립성과 운영에 관한 것으로, 미국은 군대를 사용해 중립성에 대한 모든 위협을 방어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고요. 또 하나는 1999년 12월 31일을 기해 파나마 운하를 파나마 정부에 인도한다는 게 골자인데요. 양국은 1977년 9월 조약에 서명했지만, 미국 의회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비준을 받는 데 6개월 넘게 걸렸습니다.
미 상원은 1978년 3월에 중립 조약을, 4월에는 파나마 운하 조약을 비준했고요. 카터 대통령이 1979년 9월 이행 조약인 ‘토리호스-카터 조약’에 서명하면서 마무리됐습니다. 이후 미국은 1999년 파나마에 운하 통제권을 완전히 넘겼습니다.
“트럼프, 재반환 요구하는 이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식에서 파나마 운하를 되찾아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파나마 운하를 중국에 주지 않았다면서, 중립 조약을 어긴 파나마로부터 운하를 되찾겠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에도 몇 차례 파나마 운하 환수 의지를 밝혔었는데요.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취임식에서 그러한 의지를 다시 천명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가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국의 핵심 국가 자산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미국의 인적, 물적 자원으로 건설한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파나마에 넘긴 것을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 통행료도 문제로 지적했는데요. 파나마 정부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미국 선박들에 지나치게 높은 통행료를 매기며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파나마 운하 통행료는 선박의 크기, 종류, 적재량, 운하의 혼잡 정도, 가뭄 요인, 이용 통보 시기 등 다양한 요소를 감안해 책정됩니다.
파나마 운하 통행료는 파나마 정부의 주요 재원 중 하나입니다. 2023년 운하는 선박 한 척당 평균 34만1천 달러를 벌어들였는데요. 2018년에는 평균 21만5천 달러와 비교하면 무려 59%나 급증했습니다.
“파나마 정부 입장”
파나마 정부는 파나마 운하는 주권 문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운하 통제권은 외국 정부와 협상 의제가 될 수 없다고 일축하면서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가 운영한다고 거듭 천명하고 있습니다.
또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향후 중국과 다소 거리를 두려는 모양새입니다.
파나마 운하 인근에는 5곳의 항구가 있는데요. 이 가운데 대서양에 면한 항구 1곳과 태평양에 면한 항구 1곳을 홍콩에 기반을 둔 항구 운영회사 ‘허치슨 포트 PPC’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파나마 정부는 허치슨과의 계약을 취소할 경우 어떤 법적 문제가 발생하는지 등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축소하겠다는 뜻을 보였습니다. 파나마는 지난 2017년 타이완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수립했는데요. 그러면서 중국의 자본으로 철도와 항만 등을 건설하는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물리노 대통령은 이번 주 파나마를 방문한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일대일로 사업이 만료되면 재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일론 머스크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입니다.
일론 머스크 씨는 여러 직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X’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그리고 과거 ‘트위터’로 불렸던 소셜미디어 ‘X’ 소유주, 최근에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이라는 새로운 직책도 갖게 됐습니다.
머스크 씨는 1971년생으로 53살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엔지니어인 아버지와 모델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한때 광산에 투자했을 만큼 상당히 부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머스크 씨는 어릴 때부터 독서광에다, 과학,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 독학으로 컴퓨터 기술을 익혔다고 합니다. 이미 12살 때 게임소프트웨어를 만들 정도로 뛰어난 소질을 보였는데요. 하지만 몸도 허약하고 자신의 세계에 심취한 그는 종종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고 합니다.
머스크 씨는 어머니가 캐나다 국적자라 캐나다 시민권이 있었는데요.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혼자 캐나다로 가서 온타리오퀸스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그리고 2년 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로 전학했고요. 이후 그는 미국에 자리 잡고 사업을 일궜습니다.
현재 머스크 씨는 남아공, 캐나다, 미국의 3개 국적을 가진 복수 국적자입니다.
일론 머스크 씨는 남보다 앞선 생각과 기행으로 종종 여론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어떤 사람은 그를 천재 또는 괴짜라고 부릅니다. 화성에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이번 세대 안에 건설하겠다는 구상은 이제 더 이상 터무니없는 공상 이야기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반면 그의 저돌적 행동이나 돌출 발언에 질타가 쏟아지기도 합니다. 트위터를 인수하고 직원 80%를 해고하거나 사임하게 한 것은 한 예입니다.
머스크 씨는 트럼프 2기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으면서 방만한 연방 정부도 손을 보겠다고 벼르고 있는데요. 200만 명 넘는 연방 공무원들에 대한 자발적 퇴직 권고나 미국국제개발처(USAID) 폐쇄도 그러한 조처의 일환입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쟁점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일론 머스크 미국 정부효율부 수장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박영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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