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6일 이스라엘방위군(IDF)에 가자지구 주민들의 대규모 이주를 준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장관실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내외신에 밝힌 데 따르면, 카츠 장관은 이주를 원하는 가자 주민들이 그들을 받아줄 나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채비를 갖출 것을 군에 명령했습니다.
이 같은 지시는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 접수 후 개발’ 구상을 밝힌데 뒤이은 것입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가자를 접수(take over)해 불발탄과 기타 무기를 제거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한 뒤 경제 개발을 통해 일자리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히고 “가자를 중동의 리비에라(고급 휴양지 밀집지역)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지 주민들을 이주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카츠 장관은 군에 가자 주민 이주 준비 명령을 하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용기 있는 계획”을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가자 주민 상당수가 세계 여러 곳으로 이주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 스페인·아일랜드·노르웨이 목적지 언급
카츠 장관은 “(가자 주민들이) 이동과 이주의 자유를 가져야 한다”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비판한 국가들은 난민들을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페인, 아일랜드, 노르웨이를 대상 국가로 거론했습니다.
이 나라들은 지난 2023년 10월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줄곧 이스라엘의 행위를 강하게 비판해왔습니다.
카츠 장관은 이스라엘 정부가 준비한 가자 주민 이주 실천 계획을 공개하면서 “육로는 물론, 특별히 조율된 해상·항공 경로를 통해서도” 이주민을 옮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 당사국 즉각 거부
이주 목적지로 언급된 나라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6일 “팔레스타인인들, 특히 가자 주민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있을 수 없다”며 이주민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가자 주민들의 땅은 가자”라고 강조했습니다.
◾️ 가자 벗어날 수 없는 상황
현재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은 210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이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현지 사회 인프라가 대거 파괴된 뒤 열악한 생활 환경에 처해 있는 상태입니다.
가자의 대부분 지역에서 보건, 식수, 위생 시스템이 붕괴됐고, 식량, 연료, 의약품, 주거 시설도 부족합니다.
건물은 70% 가까이 파괴되거나 손상된 것으로 BBC가 6일 추정했습니다.
주민들은 이런 환경에서 폭격 등을 피해 여러 차례 피란에 나서야 했습니다.
하지만 피란 경로는 대부분 가자 북부와 중부, 남부를 오가는 제한적 범위에 머물렀습니다.
의료적 필요에 따른 대피 등 일부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면 주민들은 대부분 가자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 갑작스런 트럼프 발표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접수 구상이 나온 경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5일자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면서 백악관과 고위 관료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4일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 직전에 통보받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당국자들을 인용, 주관 부처인 국무부나 국방부와도 사전 협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 쿠슈너 설계?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이 이번 구상을 설계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온라인 매체 ‘퍽 뉴스’의 타라 팔메리 기자는 4일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쿠슈너 전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 발언을 준비하는데 관여했다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4일) 네타냐후 총리와 공동회견에서 가자 접수 구상을 내놓을 때, 사전 준비한 계획을 발표하는 것처럼 문서를 읽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쿠슈너 전 고문은 유대계로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백악관에서 직책을 맡아 중동 관련 사안 등에 활동했습니다.
한편, 노먼 룰 전 미 중앙정보국(CIA) 이란 담당 국가정보관리관은 5일 뉴스네이션 ‘엘리자베스 바르가스 리포트’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긍정적으로평가했습니다.
룰 전 관리관은 “이 문제(가자 주민 이주)에는 심각한 어려움이 따르지만, 대안이 뭐냐”면서, “이들을 폐허 속에 5~7년 동안 방치하고 한 세대 전체를 트라우마에 빠뜨리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있냐”고 강조했습니다.
◾️ 대규모 사상자 발생
이번 전쟁은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 소속 병력이 지난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하마스 병력은 당시 1천200여 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잡아갔습니다.
이에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소탕’ 명목으로 가자를 공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4만7천500명 넘게 숨지고, 11만1천600여 명이 부상당했다고 하마스 산하 가자지구 보건부가 최근 발표했습니다.
사망자 가운데 여성과 어린이가 절반이 넘는다고 보건부는 설명했습니다.
반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에서 작전을 시작한 이후 하마스 대원을 1만7천여 명을 제거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전쟁은 15개월째를 맞은 지난달 극적으로 휴전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3단계로 구성한 휴전 협정에 따라 현재 인질-수감자 교환 등이 진행 중입니다.
VOA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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