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신형 극초음속 IRBM 발사 성공”…한국 “성능 주장 기만 가능성”


6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비공개 장소에서 발사된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의 실험이 성공했다며 공개한 사진.
6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비공개 장소에서 발사된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의 실험이 성공했다며 공개한 사진.

북한은 어제(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누구도 대응할 수 없는 무기체계라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의 주장이 기만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신형 극초음속 IRBM 발사 성공”…한국 “성능 주장 기만 가능성”
please wait

No media source currently available

0:00 0:07:37 0:00

북한은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6일 평양시의 한 발사장에서 장창하 미사일총국장이 신형 IRBM 시험발사를 지도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딸 주애와 함께 화상감시체계로 시험발사를 참관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평양시 교외의 발사장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미사일의 극초음속활공비행전투부(탄두)는 음속의 12배에 달하는 속도”였다며 “1차 정점 고도 99.8km, 2차 정점 고도 42.5km를 찍으며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비행해 1천500km 계선의 공해상 목표가상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의 발동기동체 제작에는 새로운 탄소섬유 복합재료가 사용됐다”며 “비행과 유도조종체계에도 이미 축적된 기술들에 토대한 새로운 종합적이며 효과적인 방식이 도입됐다”고 밝혔습니다.

2025년 1월 6일 촬영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KCNA)이 7일 공개한 사진은 북한 내 미공개 장소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발사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2025년 1월 6일 촬영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KCNA)이 7일 공개한 사진은 북한 내 미공개 장소에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발사되는 장면을 보여준다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사진에 나타난 모니터링 화면을 볼 때 미사일은 발사 후 상승한 다음 1차 정점에 이르렀고, 이를 전후해 탄두가 분리된 다음 하강과 상승을 반복해 2차 정점을 찍은 뒤 종말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 군 당국은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이 기만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입니다.

[녹취: 이성준 공보실장] “북한이 주장하는 비행거리와 2차 정점 고도 등은 기만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미일이 분석한 사거리는 1천100여 km이고 2차 정점 고도는 없었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발사 사진을 보면 이번 미사일은 지난해 4월 북한이 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6나’형과 같은 기종으로 추정됩니다. 극초음속활공체(HGV)를 탑재한 기종입니다.

2024년 4월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북한 내 미상의 장소에서 신형 중장거리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가 진행됐다.
2024년 4월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 북한 내 미상의 장소에서 신형 중장거리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가 진행됐다.

지난해 4월 발사 때도 북한은 미사일이 두 차례 정점을 찍었다고 발표했지만 당시 미한 당국은 1차 정점 이후 수평으로 기동하다가 하강하는 궤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실장은 또 “극초음속 미사일은 종심이 짧은 한반도 내에서는 성능 발휘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작전환경이 좁아 감시 공백 영역이 거의 없는 한반도에서는 미사일이 변칙기동하더라도 추적과 탐지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주장대로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이전 시험보다 2차 정점 고도를 낮추고 속도를 증가시킨 데 성공했다면 미한 양국 군의 미사일 대응체계가 상당 부분 무력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입니다.

[녹취: 홍민 박사] “지난 4월 2일보다 낙차 폭도 훨씬 커졌고 속도도 2배가량 향상된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레이더 포착뿐만 아니라 요격 자체도 상당히 어려워지는 국면으로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라고 일단 북한 보도만 놓고 본다면 그렇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성준 실장은 북한이 극초음속 IRBM에 새로운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적용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북한은 선전, 선동, 기만에 능한 조직”이라며 과장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극초음속 IRBM의 경우 탄두부의 재도약 뒤 비행단계에서 2천도에 육박하는 공기마찰열을 견디기 위해 탄소섬유복합재료 등의 적용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방대 권용수 명예교수는 북한이 탄소섬유 복합재료 개발을 처음 주장한 게 2017년이었고 엔진동체에 쓰였다고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 소재는 ICBM 재진입체 기술에 적용되는 소재라고 말했습니다.

홍민 박사는 “북한이 소재와 비행, 유도 체계 등 ‘결코 쉽지 않은 기술력을 획득’했다며 소회까지 밝혀, 자체적인 기술 개선도 있겠지만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공개 장소에서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장면을 스크린을 통해 참관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공개 장소에서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장면을 스크린을 통해 참관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한편 이번 발사를 참관한 김정은 위원장은 “현 시기 적대세력들에 의해 국가에 가해지는 각이한 안전 위협에 대처해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같은 위력한 신형 무기체계들을 부단히 갱신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미사일 개발의 목적이 “누구도 대응할 수 없는 무기체계로 핵전쟁 억제력을 계속 고도화하는 데 있다”며 "이러한 무기체계를 보유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될 것”이라고 자평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어떤 조밀한 방어장벽도 효과적으로 뚫고 상대에게 심대한 군사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며 “국가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태평양 지역의 임의의 적수들을 믿음직하게 견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 미사일이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이 출동하는 미국령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요격을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일정한 궤도를 그리는 탄도미사일과는 달리 탄착지점을 예측하기 어렵고 50km 이내의 낮은 고도에서 비행해 지구 곡률 때문에 레이더로 탐지, 추적이 어렵습니다.

또 변칙기동이 가능해 요격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IRBM의 사거리는 보통 3천∼5천500km로, 북한에서 발사 시 미국령 괌까지 타격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IRBM 극초음속 미사일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전략무기라고 밝혀 왔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 주장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2주일 앞둔 시점인 만큼 미국에 대해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해당 무기체계가 완성된 것이 아니고 북한도 시험발사라고 했기 때문에 군사기술적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10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공개 장소에서 시험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을 화면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작년 10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공개 장소에서 시험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을 화면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이번 극초음속 IRBM 시험발사는 지난해 10월 ICBM 최종완결판이라며 발사한 ‘화성-19형’과 함께 트럼프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핵 보유국 위상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우리는 한국과 일본을 때릴 수 있는 실전 능력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 중요 타겟, 괌 같은 곳을 비롯해서 미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온전히 구비했기 때문에 우리 북한에겐 완전한 비핵화 같은 허무맹랑한 소리 하지 말고 미국과 적대국으로서 동등한 입장에서 핵 군축협상 하자는 메시지죠.”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김 위원장이 ‘태평양 지역의 임의의 적수’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북러 또는 북중러 반미 진영에서의 자신들의 중요 역할을 우회적으로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소위 인태전략을 취하고 있는 민주국가들에 대한 대응적인 면도 있다 즉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세력과 기본적으로 연계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북러 또는 북중러 의도적으로 자꾸 그런 프레임을 만들려는 것 자체가 자신들이 큰 플레이어 중 하나다라는 것을 전하고 싶다는 것이죠.”

홍민 박사는 북한이 이번에 미국을 직접 지칭하지 않았다며, 출범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자극하지 않고 수위를 조절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Forum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