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대규모 홍수 피해가 발생한 북한 의주 일대에 아파트 형태의 주거 건물 200여채가 들어섰습니다. 이와 동시에 기존 주택 수백 채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나 이 지역에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한 사실이 거듭 확인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평안북도 의주군과 위화도 일대를 촬영한 최근 ‘플래닛 랩스(Planet Labs)’ 위성사진에선 넓은 벌판 곳곳에 세워진 고층건물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역에선 지난 7월 말 대규모 홍수로 주택 단지가 초토화된 장면과 곳곳에 이재민이 머무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천막 단지가 포착됐었습니다.
그런데 약 5개월이 지난 현재는 아파트 형태의 새 고층건물이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 새 건물은 6~7개 지대에 분산돼 있으며, 일부 건물은 층수가 꽤 높은 듯 그림자가 매우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위성사진의 화질이 낮아 정확한 건물의 수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그림자를 토대로 세어본 결과 의주군과 위화도 등지에만 최소 200채가 넘는 새 건물이 식별됐습니다.
새 건물 옆 주택단지는 모두 정리돼
새롭게 건물이 들어선 지대는 이전까지 저층 건물이 모인 형태의 마을이 있던 곳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건물이 이들 마을을 대체했습니다.
그만큼 수해 피해가 컸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새 건물의 등장과 함께 이 일대에서 사라진 마을의 수만 수십 개, 주택을 기준으론 수백 채에 이릅니다.
현재 이들 마을이 있던 자리에는 건물 잔해, 즉 흔적만이 남아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수해 피해 약 한 달 만인 지난 8월 중순부터 대규모 인력을 배치해 본격적인 복구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새 건물이 들어선 지대를 중심으로 복구 인력이 머문 것으로 추정되는 천막 단지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장면은 평안북도 의주군 일대 외에도 집중 호우 피해를 입은 자강도와 양강도 등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수해 피해 재발 주목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이 지대가 추후 집중 호우를 견뎌낼 지도 주목됩니다.
앞서 VOA는 피해 복구가 한창이던 지난 9월 중순, 의주군 일대에 또다시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당시엔 복구 인력이 머무는 천막 바로 앞까지 물이 들어차거나, 압록강과 맞닿은 숲과 길목이 물에 잠긴 모습이 관측됐습니다.
심지어 북한이 새롭게 복구한 일부 다리는 2차 호우로 끊어지거나 재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북한의 수해 예방 능력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앞서 전문가들은 북한의 사회기반 시설이 자연재해에 취약하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지난 8월 VOA에 “수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방 구축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북한에서는 수십 년 동안 이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소바쥬 전 소장] “There’s been a huge deficit in investment in DPRK's infrastructure they would need to be able to strengthen the resilience of every community through a number of solutions such as small constructions, along the canals, building banks, etc. But, unfortunately that hasn’t been done for decades.”
이어 “하수 시설이 오래돼 배수가 잘되지 않는 것도 해마다 집중호우에 대한 취약성을 높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영상분석센터장도 지난 7월 남북한의 강수량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수해 규모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산림 복구 정책을 지적하며 “여전히 북한의 산림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 산림이 늘더라도 충분히 자라지 못해서 홍수 저감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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