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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올해 중고선박 25척 IMO 등록 … 기존 ‘제재 선박’ 대체 중


지난 2019 6월 동중국해에서 시에라리온 선적의 'Vifine(비파인.오른쪽)' 호와 'New Konk(뉴콘크)' 호 사이에 해상 환적이 이뤄지고 있다. 'Vifine' 호는 여러 곳에서 선적한 정제유를 북한 남포항으로 운반했다. 사진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보고서.
지난 2019 6월 동중국해에서 시에라리온 선적의 'Vifine(비파인.오른쪽)' 호와 'New Konk(뉴콘크)' 호 사이에 해상 환적이 이뤄지고 있다. 'Vifine' 호는 여러 곳에서 선적한 정제유를 북한 남포항으로 운반했다. 사진 =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보고서.

북한이 또다시 중국 중고 선박을 국제기구에 등록했습니다. 올해만 20여 척이 북한 깃발을 단 가운데 이들 선박이 기존 제재 선박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어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올해 중고선박 25척 IMO 등록 … 기존 ‘제재 선박’ 대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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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선박의 등록 현황을 보여주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 새로운 북한 선박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북한이 IMO에 등록한 성간호의 정보. 이전까진 중국 선적의 저딩55219호였다. 자료=GISIS
북한이 IMO에 등록한 성간호의 정보. 이전까진 중국 선적의 저딩55219호였다. 자료=GISIS

올해 25번째 선박 등록

이 선박의 이름은 성간호. 중량톤수 489t인 이 선박은 이전까진 중국 선적의 ‘저딩55219’호였지만, 지난해 2월 북한 해사기구에 등재되며 북한 깃발을 달았습니다.

이후 약 1년 10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야 북한 선적 취득 사실이 IMO에 정식으로 보고된 것입니다. 최근 북한은 수개월 혹은 수년 전에 자국에 등록한 선박을 뒤늦게 IMO에 보고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선박이 돌연 북한 선박이 돼 나타났다는 것은 북한이 중국에서 중고 선박을 구매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북한과의 선박 거래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에 대한 위반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국에서 중고 선박 구매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성간호는 올해 IMO에 등록된 25번째 북한 선박입니다.

중국 등의 깃발을 달고 운항하던 선박 25척이 올해 북한 선박으로 다시 태어난 것인데, 이는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가 올해 최소 25건 추가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북한이 자국 해사기구에 등록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올해 8척, 지난해 48척 등 최근 2년 동안 56척의 선박이 북한 깃발을 달았습니다. 또 범위를 지난 5년으로 넓히면 북한이 구매한 선박은 70~80척에 이릅니다.

노후 선박 빠르게 대체했지만 신규 제재는 0

북한이 구매한 이들 선박은 중국 등 다른 나라 바다에서 종종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북한 선박은 연식이 40~50년된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중고 선박 구매 가속화로 현재는 2000년대에 건조된 ‘비교적 신식’ 선박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선박이 기존 대북제재 대상 선박마저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유엔 안보리는 약 40척의 북한 선박을 제재한 상태로, 이들 선박은 다른 유엔 회원국으로 향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 선박 대신 새로운 ‘중고 선박’이 항해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들 ‘중고 선박’ 중에는 기존 대북제재 대상과 마찬가지로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연루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재 선박이 아닌 만큼 별다른 제약은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2019년 구매해 등록한4천702t급 유조선인 뉴콘크호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2019년까지 한국 선적의 ‘우봉’호였던 뉴콘크호는 같은 해 매각된 이후 대북제재 위반 행위로 악명높은 선박이 됐습니다.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에 따르면 뉴콘크호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직접 유류를 싣고 북한 남포에 여러 차례 입항했으며 공해상에서도 수십 차례 불법 환적 행위에 가담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다른 선박의 이름과 등록정보를 도용하는 방식으로 위장을 시도한 정황도 수차례 포착됐습니다.

그럼에도 유엔 안보리는 뉴콘크호를 비롯해 북한이 최근 불법으로 매입한 선박을 단 한 척도 제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선박을 제재할 실질적 권한을 쥐고 있는 안보리가 지난 2018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선박에 대한 제재를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안보리가 선박을 제재하기 위해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반대 없이 15개국 중 절반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북한의 우호국이자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가 새 대북제재 부과에 반대하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기존 대북제재 선박을 새로운 중고 선박으로 대체한 북한은 비교적 여유로운 상태에서 선박을 운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북한, 제재 공휴일 누리는 중

닐 와츠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닐 와츠 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위원

남아프리카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했던 닐 와츠 전 위원은 24일 VOA에 현 상황을 북한이 ‘제재의 공휴일’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It's not only acquired illegally, it's engaging in illegal trade by operating. And of course, North Korea has taken advantage now of what would be a holiday, a sanctions holiday, right now, where sanctions are not being enforced by neither Russia nor China. And North Korea is taking advantage of that fact. From 2018, the panel recommended various vessels being designated…”

와츠 전 위원은 “(북한은) 선박을 불법으로 취득했을 뿐 아니라 (선박을 이용해) 불법 거래를 하고 있다”면서 “러시아나 중국이 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만큼 북한이 ‘제재의 공휴일’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엔 안보리가 마지막으로 선박을 제재한 2018년 이후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은 여러 선박에 대한 제재 지정 권고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와츠 전 위원은 러시아와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 현 상태에선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가 불가능하다면서 각국의 독자 제재를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불법 중고 선박 취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박 판매자와 브로커, 관련 회사 등에 대한 미국 정부의 ‘세컨더리 제재’ 즉 2차 제재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VOA 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중고 선박 구매에 관한 입장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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