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들은 북한이 연일 한국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을 보도하는 것은 한국 정부를 비난하고 미한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선전 선동 목적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이번 사태를 이용해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 담당 부국장을 역임한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2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연이틀 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을 보도한 것과 관련해 “북한은 윤 대통령뿐 아니라 한국의 정치 체제를 비판하는 데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은 한국을 비난하고 미국이 윤 대통령의 행동에 관여하거나 묵인했다고 비난하기 위해 이 사건을 선전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한국과 미국을 분열시키고 한국 정치 체제의 정당성을 훼손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They're using it to criticize not only President Yoon but also the South Korean political system, pointing out that the Yoon is a dictator (중략) So right now they're using it for propaganda purposes to try to criticize South Korea perhaps even implicate the US as being involved or condoning Yoon's behavior. And then they'll maybe try to divide South Korea from the United States and really undermine the legitimacy of South Korea's politics.”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묵을 지키던 북한은 11일부터 이틀 연속 탄핵 정국을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북한 대외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은 12일 “괴뢰 한국에서 비상계엄 사태의 진상이 점차 밝혀지면서 윤석열 괴뢰의 탄핵을 요구하는 항의의 목소리가 연일 고조되고 있으며 정치적 혼란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북 강경 보수 정당 곤란케 하려는 목적”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이날 VOA에 그동안 침묵하던 북한이 연이틀 이를 상세히 보도한 이유는 “한국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라며 “대북 강경파인 윤 대통령을 비난함으로써 한국 내 진보 정당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think North Korea is just trying to embarrass the South Korean government. You know, President Yoon is considered to be a hardliner on North Korea issues. So the North Koreans are probably hoping that by criticizing him, they made help the progressive party in North Korea helped them win the next presidential election.”
미국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은 한국과의 분쟁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에 매우 신중했다”면서 “탄핵이란 정치적으로 극적인 상황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한국군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은 한국 방어에 대한 지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따라서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없다”고 예상했습니다.
“북한, 한동안 관망할 것”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현 정국에서 도발에 나서는 것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에 정당성을 부여해 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도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t's always difficult to assess North Korean calculations. But if North Korea is hoping that the embarrassment of the President Yoon and his party will strengthen the progressive party in South Korea. Then it doesn't make sense for North Korea to take any kind of provocation because that would help the conservatives in the South.”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이날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밤 대국민 담화에서 야당의 행위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면서 “북한이 실제로 위협이 되고 있으며,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과 재래식 전력의 진전을 통해 한반도를 지배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따라서 위협은 현실”이라면서, 북한이 지금 도발적 행동에 나설 경우 윤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할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상 북한은 한국에서 격변이 일어났을 경우 관망하는 태도를 취한다”면서 “한국 지도자에 쏠린 관심이 북한으로 향하는 것을 피하고, 북한이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인식을 피하길 원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And yet the reality that North Korea does pose a threat and is out to try to dominate the peninsula through its development of nuclear weapons, missiles and advances to its conventional forces. So the threat is real. But right now it makes sense for North Korea to appeared to be reasonable and restrained because if they were to act, it would only support President Yoon's argument.”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한국의 혼란을 강조함으로써 이미 큰 이득을 보고 있다”면서 전략적 도발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980년 광주에서 훨씬 더 광범위하고 파괴적인 시위가 있었고 당시 한국 정부는 훨씬 더 불안했지만 북한은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대규모 시위가 있었지만 북한은 전략적 공격이나 도발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만일 미사일 발사나 비무장지대에서의 위협과 같은 전술적 도발이 발생한다면 이는 한국의 비상계엄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북한이 어쨌든 해오던 행동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상황 악화 우려”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 회담 미국 측 차석 대표는 “북한이 군사적 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선전 선동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항상 있기 때문에, 상황이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엄령이 발동되든 안 되든 상황이 급속히 악화할 수 있다”며 “이것이 우리 모두가 염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 대표] “We have to be realistic because we're using logic now and there's always that chance that North Korea will do something of a provocative military nature and that could escalate quickly. And I think whether it's martial law or not, that could escalate quickly. And I think that should be all of our concern.”
“군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
한국 내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된 데 이어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등 대북 핵심 부대 수뇌부가 수사 대상에 올라 군 지휘부가 마비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군 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북한의 도발에 한국 군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러나 사일러 전 분석관은 “합참의장이 있고, 국방부가 있으며 한국엔 수많은4성 장군들이 있다”면서 “미국의 4성 장군도 있고,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군 지휘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사일러 전 분석관] “I don't agree with that. I mean, there's a chairman of the joint chiefs. You've got a Ministry of National Defense, you've got how many four stars on the peninsula. You've got one American four star, you've got the deputy commander of Combined Forces Command. You've got four star Army chief of staff, four star chief of Naval operations, four star Air Force chief of staff. You've got an infrastructure there. And I don't worry about that.”
“북, 트럼프와 외교적 관여 기대할 수도”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향후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상을 위해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 사태를 관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한 연합 군사훈련이나 미 전략자산의 순환 배치 취소나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평화조약에 서명하게 해서 북한의 위협을 줄이지 않고도 주한미군을 감축하도록 하는 등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아마도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를 관망하거나 외교적으로 다시 관여하는 방안을 모색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And if they feel that they could achieve some objectives like canceling military exercises, cancelling rotational deployment of strategic assets or by appealing to Trump, they may, you know, convince him to sign a peace declaration which could lead to a reduction in US forces without actually reducing the North Korean military threat. So perhaps they'd be more likely to be in a wait and see attitude towards what Trump will do or perhaps seek to re engage diplomatically rather than ratcheting up tensions.”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공개된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재개할 뜻을 시사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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