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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조선 수상한 움직임 포착...불법 유류 환적 여부 주목


북한 유조선 운흥8호가 지난달 30일에서 이달 1일 사이 중국 근해에서 포착됐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간 특이한 항적을 볼 수 있다. 자료=MarineTraffic
북한 유조선 운흥8호가 지난달 30일에서 이달 1일 사이 중국 근해에서 포착됐다. 왔던 길을 되돌아 간 특이한 항적을 볼 수 있다. 자료=MarineTraffic

북한 유조선이 최근 중국 근해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과거 선박 간 환적이 빈번했던 바다에서 갑자기 방향을 180도 틀거나 위치 신호를 끄고 켜는 기이한 항적을 남긴 것인데 불법 행위가 의심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유조선 수상한 움직임 포착...불법 유류 환적 여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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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항적이 포착된 북한 선박은 유조선인 운흥8호입니다.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운흥8호는 현지 시각 지난달 30일 오후 1시 45분경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시에서 바다 쪽으로 약 20km 지점에 등장했습니다.

이후 남쪽 방향으로 이동하던 운흥8호는 31일 새벽 6시 22분경, 최초 포착된 지점에서 약 200km 떨어진 곳에 도달했습니다.

이곳은 중국 광둥성 산터우시 인근 해역으로, 운흥8호는 이 지점에 도착한 즉시 곧바로 위치 신호를 끄고 잠적합니다.

잠적 후 나타나 왔던 길 되돌아가

운흥8호가 다시 나타난 건 약 하루 만인 1일 오전 9시경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남하하던 전날과 달리 북상하는 모습으로 포착됐습니다. 그렇게 북쪽으로 계속 이동하던 운흥8호는 1일 오후 8시 33분경엔 최초 포착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종합하면 남쪽으로 이동하던 운흥8호가 위치 신호를 끄고 잠적한 뒤 약 하루 만에 다시 나타나 북상하는 항적을 그린 것입니다.

운흥8호가 갑자기 왜 사라졌는지, 방향을 180도 틀어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일반적인 선박의 운항 형태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운흥8호가 포착된 남중국해 일대가 과거 북한 선박이 제3국 선박과 불법 환적을 통해 유류를 건네받은 곳이라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특정 항구에 입항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운흥8호가 이 일대에서 다른 선박으로부터 유류를 넘겨받았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IMO 고유번호 감춰

수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통상 선박은 자신의 위치 정보를 외부로 드러내는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선박 이름, 선적과 더불어 국제해사기구(IMO) 고유번호와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를 공개합니다.

특히 이중 IMO 고유번호와 MMSI는 IMO의 규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공개돼야 합니다.

그런데 운흥8호는 선박 이름과 선적과 더불어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만을 발신했을 뿐 IMO 번호는 감췄습니다.

IMO 번호는 선박의 건조 시점부터 부여되는 번호로, 통상 국제사회는 IMO 번호를 통해 대북제재 대상 선박을 식별합니다.

선박이 국제해사기구에 등록되는 시점에 부여되는 IMO 번호는 선박의 소유주나 기국이 변경되더라도 처음 번호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MMSI는 선박의 등록 국가가 부여하며 언제든 새 번호로 바꿀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운흥8호가 의도적으로 IMO 번호를 감춘 채 중국 근해를 운항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앞서 선박 전문가인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VOA에 “정상적인 선박으로 국제 항행을 할 땐 두 가지 번호(IMO, MMSI)가 필수이지만 이미 제재 대상 선박이거나 선박의 신분을 구태여 나타낼 필요가 없는 경우엔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대표는 다만 이들 선박이 IMO번호는 감추면서 굳이 MMSI를 공개하는 것은 “비상시 유일한 연락 수단이기 때문에 가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약 운흥8호가 공해상에서 유류를 선적했다면 이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75호 11조를 통해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선박이 어떤 물품도 건네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또 제3국 유류가 북한에 유입되는 것도 현재로선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 5월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올해 북한에 제공한 정제유 양이 이미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를 넘었다”며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했습니다.

[녹취: 커비 보좌관] “Russia has been shipping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Russian shipments have already pushed DPRK inputs above mandated by the UNSC. In March alone, Russia shipped more than 165,000 barrels of refined petroleum to the DPRK."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 한도를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3월 제공분을 포함해 이미 두 나라의 유류 거래가 한도를 넘었다는 게 커비 보좌관의 설명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브리핑이 이뤄진 5월 이후 북한에 공급되는 유류는 모두 결의 위반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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