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러시아 지원을 위해 병력을 파견했다고 한국 정보 당국이 확인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실일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반도 안보 위협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ㅍ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8일 ‘북한이 1만 2천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했다’는 한국 정보 당국의 발표에 대해 “사실로 최종 공인될 경우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If North Korean troops start making a big difference, several of the European countries have talked about deploying some of their own troops in support of Ukraine. If they do that, Russia's threatened to use nuclear weapons. So we have several potentials here for major escalation that could lead to a broader conflict. So yeah, this is, this is a difficult situation that is very dangerous right now. It's a Pandora's box.”
베넷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국가정보원의 발표와 근거를 신뢰하지만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추가적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북한이 파병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꽤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큰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하면 몇몇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자국 군대의 파병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군 파병, 사실이면 확전 가능성 커져”
베넷 선임연구원은 나토 등 유럽 국가들의 참전으로 이어질 경우 러시아는 핵무기를 사용해 보복할 것이라는 점을 공공연히 경고해왔다면서, “따라서 (북한군 파병은) 더 광범위한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몇 가지 주요 확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대니얼 프리드 전 폴란드 주재 미국 대사도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군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추가적 공인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한국 정보 당국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큰 우려 사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프리드 전 대사는 북한군 파병이 전장에서 러시아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며, 북한군의 예상 전력이나 파병 규모를 고려하면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중러 결집으로 진영 대결 고착화 우려”
그러나 결과와 관계없이 파병 자체가 국제 정세를 바꾼다는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단순히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프리드 전 대사] “It does mean that Russia is expanding the war by bringing in its allies to fight. I don't think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would say that therefore American troops should go to Ukraine. I think that is unlikely. I don't think Harris would change or Trump. But it is possible that if the North Korean troops appear in strength that Europeans would want to take would take some counter, countermeasures whether against North Korea directly, whether against Russia or whether they would do more for Ukraine is an open and interesting question. I think that it does show that the fight for Ukraine survival is not just a Ukrainian struggle.”
프리드 전 대사는 북한군 파병 현실화는 “러시아가 동맹을 끌어들여 전쟁을 확대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향후 중국이나 이란을 비롯한 다른 우방국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또 지금 당장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파병하거나 차기 정부가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 북한군이 전장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유럽 국가들의 참전 가능성이 대두될 수 있는 만큼 ‘진영 간 대결’ 양상으로 전황이 더욱 확대될 지 여부도 흥미로운 질문거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이 이미 러시아에 도착한 1천500명의 특수전 부대를 포함한 1만2천 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견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들 특수부대원들은 이미 러시아에 파견돼 러시아 군부대에서 적응 훈련을 하는 중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 국정원은 또 위성사진 분석을 바탕으로 이들 특수부대원들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과 호위함 3척을 통해 8일부터 13일에 걸쳐 북한 청진 함흥 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됐다면서, 조만간 2차 수송작전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국제 정세뿐 아니라 한반도와 역내 안보에도 중대한 위협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파병 통해 전쟁 수행력 향상”
조셉 디트라니 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지상군 파병을 통해 이들이 전쟁을 경험하게 하고, 또 자신들의 탄도미사일과 포탄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북한군의 전쟁 수행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t's giving them troops on the ground. It's giving them a war fighting experience. It's giving them an opportunity to see how their ballistic missiles, their artillery shells work. It's really upping their game, their warfare game if you will.”
또한 북한은 파병을 통해 확고하게 러시아가 구축하는 동맹 또는 연대에 속할 것이며, 한국과 미국은 ‘주적’이라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세계에 발신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북한이 한국을 적대적 국가로 규정하고 도발적 언행을 지속하는 것은 앞으로 이러한 궤도를 계속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한국과 역내 안보에 악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하고 심오한 진전이자 실존적 위협”이라고 지적하고, 이에 대해 매우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 “I think it affects South Korea's security in a very profound way. North Korea's alliance with the Russian Federation is very significant I mean, truly a very significant, profound development which I think adversely affects the security in South Korea, in Japan, but throughout the Indo China region. I think it is an existential threat to South Korea and the region. And you know, I think we have to be very concerned about that.”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도 아무리 실전과 비슷한 강도로 훈련을 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전투를 치르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면서, 북한은 파병을 통해 전투 병력의 실전 능력과 전술을 점검하고 연합작전 수행력을 제고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 experience makes a huge difference. It could add it could easily double combat power. Learning about combat for Kim's troops, especially as special forces that are apparently leading in the deployment to Russia that could be tremendously valuable for his troops. I mean, South Korea did that when it sent troops to Vietnam. Over a period of many years South Korea sent a total of over 300,000 troops to Vietnam in the late 60s, early 70s. That was tremendously valuable to the South Korean military to learn modern warfare tactics.”
군사적 관점에서 실전 경험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 내며, 훈련보다 전투력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국군이 70년대 베트남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을 쌓고 현대전에 필요한 전술을 습득하면서 세계적인 군사 강국으로 발돋움한 사례를 상기시키며, 파병이 북한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파병 대가 주목해야...핵·미사일 기술 이전 우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1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파병을 통해 러시아를 지원하고 받을 대가가 무엇인지도 한반도 안보에 매우 큰 함의가 있다면서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We have to watch and see what will Russia provide to North Korea in return for military equipment and troops. I think what's more important from a standpoint of the Korean Peninsula is whether Russia provides North Korea with advanced military equipment, especially air defense, advanced fighter planes, assistance to North Korea's missile or nuclear program. Those are the key questions that we have to keep an eye on because that will, that could affect the balance of power on the Korean Peninsula.”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러시아가 이미 북한의 무기 지원 대가로 식량과 석유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북한은 병력 파견으로 이보다 더 큰 대가를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반도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 장비, 방공, 첨단 전투기, 미사일·핵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는 지 여부”라며, 러시아가 관련 지원에 나선다면 한반도 내 힘의 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러시아군 한반도 개입 가능성은 낮아”
전문가들은 북한군 파병이 향후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의 개입으로 당장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대니얼 프리드 전 대사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에 집중하고 있는 러시아의 군사력을 봤을 때, 중단기적으로는 그럴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북한군의 파병과 다른 국가들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승기를 잡는다면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와 북한, 중국이 더 공격적인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고 한반도와 역내 모두에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국,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압박 커질 것”
전문가들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사실로 공식 확인되면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확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데 공통된 견해를 보였습니다.
특히 직접적 무기 지원 대신 인도적 지원 및 구호 물품 지원에만 나섰던 한국 정부가 직접 무기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f it becomes confirmed that North Korea is providing combat troops, then South Korea may feel greater pressure to provide direct lethal aid.
In the past President Yoon had said that he would continue to withhold direct lethal aid unless Russia did something particularly egregious which offende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nd then since then we've seen Russia deliberately bombing civilian hospitals, children's hospitals, etc. So South Korea may feel greater pressure to be more directly involved in providing lethal aid.”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는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지원 확대를 부르는 임계점을 넘지 않은 한 직접적 살상무기의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이후 러시아는 민간 병원과 보육 시설을 폭격하는 등 선을 넘는 전쟁 행위를 벌여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북한군이 직접 전쟁에 참여해 개입한다면, 이는 한국 정부가 설정한 ‘임계점’을 넘는 것이 될 수 있으며, 한국도 살상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더 큰 압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북한이 무기 외에 군인을 전장에 보낸 것이 사실이라면, 한국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우크라이나에 직접 군사 장비와 무기를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보 당국이 북한군 파병을 확인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관련 대응 회의를 개최한 만큼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 검토에 곧 착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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