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유럽 국가들이 북한의 불법 환적을 감시 활동에 적극 참여해 주목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엔 전문가패널의 해체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노시창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탈리아가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다목적 전투함 라이몬도 몬테큐콜리함을 한반도 인근에 파견해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금지된 북한의 불법 해상 행위에 대한 감시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이탈리아가 이 같은 활동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탈리아·네덜란드, 대북제재 이행 감시 첫 참여
비슷한 시기에 독일 해군 함정 바덴-뷔르템베르크 호위함과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보급함이 대북제재 위반 감시 활동을 벌였는데, 독일의 이 같은 활동은 2021년 이후 두 번째였습니다.
당시 독일 국방부 대변인은 VOA 에 “독일의 이같은 기여는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와 대량살상무기(WMD) 추가 확산을 방지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독일 국방부 대변인] “The German contribution demonstrates our strong commitment towards the 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and towards the international community's efforts to prevent the further proliferation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지난 5월말과 6월 초엔 네덜란드가 처음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 감시 활동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영국은 지난 4월과 6월에 각각 북한의 불법 환적 활동을 감시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대북 결의 2375호에서 석탄과 석유, 해산물 등 북한의 금수 품목의 밀수를 막기 위해 북한 선박과의 선박 간 환적 등을 금지했습니다.
이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항공기 또는 함정을 한반도 인근 등지에 파견해 해상 감시 활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유럽 국가들이 북한의 불법 환적 행위에 대한 감시 활동에 적극 참여해 주목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지난해 4월과 10월에 각각 해군 구축함과 초계기를 파견해 대북제재 이행 감시 활동을 벌였습니다.
“규칙 기반 국제질서 보호 노력”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를 역임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25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입증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There’s growing recognition that the Indo-Pacific is critical to European security and prosperity, and that the things that take place in the Indo Pacific have far reaching effects globally, all the way to Europe.”
맥스웰 부대표는 그러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이 유럽 안보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전 세계적으로, 유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방부 정보분석관 출신으로 북한 등의 제재 회피 활동을 추적해온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나토 국가들의 이 같은 활동이 계속 주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유럽 국가들의 참여가 더 활발해 진 것은 지난 4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해체된 이후 “철저한 감시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I think because they know that this is something that's necessary now that the UN panel of experts has been disbanded. So there's going to have to be other actions that get taken to try and replicate the actions of what the UN panel of experts was able to initiate, even though this isn't going to do it.
지난 3월 28일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고 보고하는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안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되면서 4월 30일자로 전문가패널이 해체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유럽 국가들의 대북제재 감시 활동 참여에 영향을 미쳤다고 벡톨 교수는 말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을 지원하는 행위가 유럽 국가들과 나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지난 13일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 수십 기와 컨테이너 1만8천여 개 분량의 군수품과 관련 자재를 조달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북한은 무기 거래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벡톨 교수는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탄약과 미사일을 러시아로 확산시키는 것이 어떤 위협인지 매우 공개적으로 말해왔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그 다음은 어느 나라가 될지 알 수 없기에 이는 유럽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도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등 무기 지원이 유럽 국가들이 대북제재 감시 이행 참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동기 부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토 국가들,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에 협력”
동시에 나토 국가들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서 협력을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맥스웰 부대표는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What we're seeing is the relationship of countries, of like-minded democracies, of countries that want a free and open Indo-Pacific. We're seeing security relationships -- whether it's simply training, whether it's activities to enforce sanctions, whether it's to ensure freedom of navigation.”
맥스웰 부대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추구하는 같은 생각을 가진 민주주의 국가들이 안보 협력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는 훈련이나 제재 집행 활동, 그리고 항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활동 등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나토 국가들의 더 빈번해진 대북제재 집행 참여는 최근 미국이 나토 국가들에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역할을 더 할 것을 독려한 데 따라 지난 몇 개월 간 나온 결과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나토는 올해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비롯해 3년 연속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4개국 정상들을 초청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에 대한 중국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6월 네덜란드 해군 호위함 트롬프함이 일본 주변 해역에서 북한의 불법 해상 활동에 대한 순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중국 군 항공기들이 접근하며 위협 비행을 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북한도 이 같은 감시 활동에 강하게 반발해왔습니다.
북한은 지난 5월 외무성 대외정책실장 명의 담화를 내고 “최근 영국과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등이 한반도 주변 수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함과 군용기를 보내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 불법 활동에 대한 감시와 관련해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각국은 특히 제재를 집행하기 위한 직접적인 개입의 영역에서 스스로 행동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수색과 압수 작전을 더 공격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서 “대부분의 국가는 제재 집행을 위한 직접적인 개입에 있어서는 스스로 행동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2016년 4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다케우치 마이코 전 위원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불법 환적 활동은 통상 공해에서 벌어진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다케우치 전 위원] “The Security Council resolution does not require member states to physically intervene this operation in high seas without having the consent of the flag state. This is because of the legal issue and also the risk of the casualty.”
다케우치 전 위원은 25일 VOA와의 통화에서 “유엔 회원국은 선적국의 요청이 없을 경우 물리적으로 개입할 의무가 없다”면서 “이는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인명 피해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 국제 협력체인 확산방지구상(PSI)에서 종종 언급되는 문제점 중 하나는 “해군 함정의 부족”이라면서 “이로 인해 제재를 제대로 집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노시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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