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중고 선박을 구매한 정황이 또다시 포착됐습니다. 작년까지 중국 선박이었던 화물선 2척이 북한 깃발을 달았는데, 모두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 세계 선박의 등록 현황을 보여주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 최근 새로운 북한 선박 2척이 등재됐습니다.
이들 선박은 은남호와 모란봉6호입니다.
GISIS 자료에 따르면 은남호는 이전까진 중국 선적의 톈룽178호였지만 지난해 7월 선적과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는 은남호가 지난해 북한 해사기구에 등록됐지만 IMO에는 이 같은 사실이 약 1년 1개월 만에 보고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은남호를 등록한 주체는 평양 중구역 소재 ‘동방쉬핑’으로, 이 회사가 소유주가 된 시점은 작년 7월 13일입니다.
중량톤수 2천969t인 은남호는 2008년에 건조된 비교적 신식 선박입니다.
건조 첫해부터 줄곧 중국 선적의 진룽18호와 톈룽178호로 운항되다가 지난해 북한 선박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또 다른 선박 모란봉6호는 중국 선적의 자성호가 북한 깃발을 단 경우입니다.
GISIS는 모란봉6호가 북한 깃발을 단 시점을 작년 3월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는 은남호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뒤늦게 모란봉6호의 등록 사실을 IMO에 보고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천998t급 선박인 모란봉6호는 평양 모란봉구역 소재 ‘모란봉쉬핑’ 회사가 선주로 등재돼 있습니다.
중국 선박이 갑자기 북한 선박이 돼 나타났다는 것은 북한이 해당 선박을 구매했을 가능성을 나타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명백한 안보리 대북 결의 위반이지만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고 선박 구매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VOA는 GISIS 자료를 조회해 2023년 한 해에만 북한이 최소 43척의 중고 선박을 구매한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은남호와 모란봉6호의 사례를 더하면 지난해엔 45척이 북한 선박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이들 선박들은 은남호와 모란봉6호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이전까지 중국 깃발을 달던 선박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지난 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중고 혹은 신규 선박 구매는 유엔 제재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전문가패널이 지난 3년 간 보고한 것처럼 많은 중고 선박을 취득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It's a violation of resolutions for North Korea to acquire new or used vessels. Obviously, in this case, they've acquired a whole lot of used vessels as reported by the UN panel of Experts in the past three years. So it's believed that they've acquired between 50 and 70 vessels. They do a lot of identity switching and swapping, so it's not always clear cut in terms of the vessel's identity, but clearly they're getting access to vessels in the market.”
이어 “지난 3년 간 50~70척의 선박을 인수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선박의 명의를 도용하고 바꾸는 행위를 많이 해서 정확한 내용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북한이 선박 시장에 접근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VOA는 중국 정부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상태로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해역과 공해상에선 북한 선박의 운항이 크게 늘었습니다.
앞서 VOA는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자료를 분석해 이달 1일부터 약 일주일 간 운항 기록을 남긴 북한 선박을 74척으로 집계했습니다.
이는 강화된 국제사회 대북제재로 선박의 운항이 급감했던 2018년의 약 10척에 비해 6~7배나 많은 수준입니다.
특히 북한이 최근 몇 년 사이 구매한 중고 선박이 이들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북한이 노후 선박을 새로운 선박으로 교체해 해외 운항에 투입하고 있다는 점을 추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북한이 새롭게 등록한 선박은 모두 2002년에서 2009년 사이에 건조됐습니다.
선박의 사용 기한을 20~30년으로 정한 한국, 일본 등 선진국 기준으로는 구식 중고 선박이지만 건조된 지 40년이 넘는 선박을 여전히 운영 중인 북한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신식 선박을 구매한 셈입니다.
앞서 선박 전문가인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는 북한이 “노후화된 1만t급 이하 중소형 선박을 그나마 덜 노후화된 중고 선박으로 대체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선박이 오래되면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며 1만t급 이하 선박 거래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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