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해상으로 극초음속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쏘고 한국을 향해 오물 풍선을 이틀째 살포했습니다. 한국 군은 9.19 군사합의로 중단됐던 서북도서 해상 사격훈련을 7년만에 재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26일 오전 5시 30분께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추정되며, 한미 정보당국에서 추가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30일 이후 약 한달만입니다.
합참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1발로 250여km를 비행하다가 원산 동쪽 해상에서 공중폭발했다”며 "파편이 반경 수km에 걸쳐 흩어져 바다에 떨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군 당국은 북한이 고체연료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의 성능 개량을 위해 시험발사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합참은 “극초음속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올해 들어 고체연료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시험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 1월과 4월 각각 평양 일대에서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적용한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탄도미사일(IRBM)을 시험발사하고, 성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각각의 비행거리는 1천여km, 600여km였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은 많은 연기를 발생해 백령도와 연평도 등 한국의 서북도서는 물론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육안으로 식별됐습니다.
합참은 평소보다 연기가 많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연소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일 수 있다”며 추진체 엔진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박사는 북한이 성공을 주장한 고체연료 기반 극초음속 미사일은 횡기동 성능 등에서 문제점을 보여 추가 시험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었다며, 공중폭발 원인에 대해선 엔진 등의 문제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박사] “기본적으론 추진체 자체 문제일 가능성도 있고요, 아니면 단 분리 쪽에서의 연계성에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원인을 다각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미 핵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반발 차원이라는 관측입니다.
최근 부산에 입항한 루스벨트함 등 미 제9 항모강습단은 26일 부산항을 출항, 이달 말 한일 해상전력과 연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앞서 24일 담화를 내고 루즈벨트함의 한반도 전개에 대해 “압도적이며 새로운 모든 억제력 시위 가능성을 완전히 열어두고 가장 강력한 수사적 표현으로 엄중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하강 단계에서 음속의 5배 이상의 속도로 활공비행을 하기 때문에 기존 방공망으로 요격이 쉽지 않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미 항모전단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억제력 과시 차원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극초음속 미사일이 완전히 개발되고 실전배치되면 미국에게도 상당히 위험한, 왜냐하면 워낙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요격이 제한될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항공모함 접근에 상당한 제약이 될 수 있다라는 전략적 판단을 할 수 있죠.”
양욱 박사는 핵탄두를 장착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미 항모전단을 제압하는 전술로 유효하다며 그런 차원에서 국방발전 5개년 계획에 따라 개발 중인 신형 전략무기를 시험발사해 김강일 부상이 담화에서 언급한 ‘새로운 억제력’을 과시하려 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24일에 이어 25일에도 대남 오물 풍선을 한국을 향해 살포했습니다.
한국 합참은 북한이 지난 25일 밤 남쪽을 향해 살포한 오물 풍선은 250여 개이며, 이 중 100여 개가 경기 북부와 서울 등에 낙하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풍선 내용물은 지난 24일 날려 보낸 풍선과 마찬가지로 종잇조각이 대부분이며, 위해물질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단체의 지난 20일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맞대응으로 보이는 북한의 이번 살포는 최근 들어 6번째입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1일 담화를 통해 “분명 하지 말라고 한 일을 또 벌였으니 우리도 하지 않아도 될 일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응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박사는 북한의 연속된 살포는 심리전을 확대하려는 의도보다는 한국 측의 대북 전단 살포 규모에 비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1, 2차 보낼 때부터 몇 배로 갚아주겠다는 비례성을 얘기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1차적으로 바람 등 여러 상황을 봐가며 얼마를 보내고 또 준비되는 대로 후속적으로 보내고 그래서 몇 배로 갚아준다 이런 의미가 더 내포돼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이 이번에 살포한 풍선 낙하로 한국에서 재물 손괴 등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인천공항에서는 26일 오전 1시 46분부터 약 3시간 동안 국내선과 국제선 항공편의 이착륙이 중단되거나 지연됐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오물 풍선 살포와 미사일 발사가 동시에 전개되는 복합적인 양상을 띠는 가운데 한국은 9.19 남북 군사합의로 중단됐던 서북도서에서의 해상 사격훈련을 7년만에 재개했습니다.
해병대사령부에 따르면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대 제6여단과 연평부대는 26일 각각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6연대와 연평부대는 해상 사격훈련 중 K9 자주포와 다연장로켓 천무, 스파이크 미사일,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등 총 290여 발을 남서쪽 공해상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했습니다.
해병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훈련은 최근 GPS 교란,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로 인해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전부 정지되고 시행되는 첫 서북도서 해상사격 훈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훈련 이후에도 정례적인 해상 사격훈련으로 해병대 화력운용능력 향상과 군사대비태세의 완전성 제고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서북도서 정례 해상 사격훈련의 본격 재개를 공언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오는 8월 올 하반기 미한 연합훈련을 앞두고 러시아와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한 북한의 도발이 한층 공세성을 띨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기존의 미사일이나 발사하는 그런 차원을 넘어서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좀 더 과시하는 양상, 일단 기본적으로 좀 더 공세적인 양상 하에서 자신들의 힘을 좀 더 시위하고 테스트하는 그런 의미에서 세력관계가 달라졌음을 굳히고자 하는 그런 의도 이런 것까지 사실 우려가 되죠.”
장 박사는 남북한 간 대북 전단과 오물 풍선 살포 공방이 일상화하는 양상이지만 이 또한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촉발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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