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의 대북 소송이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미국 법원은 북한이 배 씨의 소송 통지에 아무런 응답하지 않았다며 북한의 ‘궐석’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 서기관실은 케네스 배 씨 소송의 피고인 북한이 아무런 법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공식 밝혔습니다.
서기관실은 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에 19일 게시한 문건에서 “정식으로 소장이 송달됐지만 피고(북한)는 이 소송에 대해 변론하거나 방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3월 19일 자로 북한의 ‘궐석(default)’을 확인한다”고 명시했습니다.
2012년 11월 북한에 억류됐다 2년 만에 풀려난 배 씨와 배 씨의 가족 등은 2020년 8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북한 평양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배 씨 측은 지난해 12월 법원의 허가를 받아 뉴욕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에 소장과 한글 번역본 등을 담은 우편물을 보냈습니다.
또 이와는 별도로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의 공식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북한의 피소 사실을 알렸습니다.
이어 배 씨 측 변호인은 지난 12일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북한에 소송 사실이 정식으로 고지됐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만큼 법원 서기관실이 이 같은 사실을 공식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날 법원 서기관실의 문건은 이를 확인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입니다.
미국 연방법은 피고가 소송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배 씨 측은 조만간 법원에 궐석 판결을 요청해 법원으로부터 궐석 판결 승인과 더 나아가 승소 판결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북한 당국은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이나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들에 의해 납치됐다 이듬해 평양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가족들이 제기한 소송,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등이 제기한 소송 등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이에 따라 미 법원은 북한이 웜비어의 가족에게 약 5억 달러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으며, 김 목사의 가족들에게도 3억3천만 달러의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전례로 본다면 배 씨와 가족 등도 수억 달러에 달하는 승소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북한 정권이 미국 법원의 결정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만큼 실제로 이 배상금이 지급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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