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북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의 손배소 소장을 반송했습니다. 하지만 배 씨 측은 수신인 서명이 남아 있어 소송이 유효하다고 반박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배달된 케네스 배 씨의 손배소 소장이 반송 처리됐습니다.
배 씨의 변호인은 19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현황보고서에서 북한대표부가 해당 우편물을 돌려보냈다면서, 그러나 수신 기록이 남아 소송을 무효화하진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제우편물 서비스 ‘페덱스(FedEx)’ 측으로부터 지난달 21일 북한대표부에 우편물이 성공적으로 운송됐다는 ‘확인’을 받았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배 씨 측은 지난달, 재판부의 명령에 따라 뉴욕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에 소장과 한글 번역본 등을 담은 우편물을 보냈습니다.
변호인은 북한대표부가 우편물에 대한 수신을 거부하지는 않았다며, 우편물에 새로운 주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를 반송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배 씨 측이 제출한 페덱스 운송 기록에는 우편물이 뉴욕 북한대표부에 도착했다는 문구와 함께 받은 사람의 서명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대표부 소속 직원이 우편물을 전달받은 뒤 수신자 확인 서명까지 마쳤다는 뜻입니다.
이에 따라 배 씨 측은 지난달 21일을 기준으로 60일 후인 다음 달 21일까지 북한이 이번 소송에 대한 답변서를 미국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피고가 소장을 전달받은 지 60일 이내에 공식 대응을 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default)’ 판결, 즉 ‘자동 패소’ 판결이 내려집니다.
앞서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지난달 4일 배 씨 측에 이달 4일까지 대체 송달 방식을 통해 소송 내용을 고지하라며 뉴욕 북한 대표부에 우편물을 보내는 동시에 북한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소송 사실을 게시하도록 명령했습니다.
2012년 11월 북한에 억류됐다 2년 만에 풀려난 배 씨와 배 씨의 가족 등은 2020년 8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 대한 책임을 묻는 민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평양에 사무실을 운영 중인 국제 우편물 서비스인 ‘DHL’이 2020년부터 유엔이 아니거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한 북한 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배 씨 측은 3년 가까이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그러다가 법원이 대체 송달을 명령하면서 배 씨의 대북 소송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입니다.
배 씨 측은 법원이 명령한 2가지 방안을 모두 이행했다며, 북한의 X 계정을 통한 소송 사실 고지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VOA는 배 씨 측이 지난 3일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의 공식 X 계정에 소송 사실을 고지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날 배 씨 측도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것입니다.
배 씨 측은 X를 통한 소송 고지가 이뤄진 시점을 기준으로 60일이 지난 시점은 오는 3월 3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우편물을 통한 소송 고지와 별도로 북한이 약 40일 이내에 소송에 대응해야 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대응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전례상 북한이소송에 직접 응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앞서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측은 지난 10월 ‘우리민족끼리’의 X 계정에 소송 사실을 고지했지만, 북한이 대응하지 않아 약 60일이 지난 지난달 법원 서기관실로부터 북한의 ‘궐석(default)’을 확인받은 바 있습니다.
또한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1968년 북한에 납북돼 고문 등의 피해를 입은 미 해군함정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북한에 납치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아들 등도 북한의 ‘무응답’으로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1988년 최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2008년 해제됐지만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