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임기 초에 북한과 협상할 가능성이 있고,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하면 지금과 같은 정책이 계속될 것이라고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전망했습니다. 북러 군사협력과 관련해선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 대가로 러시아의 첨단 기술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볼튼 전 보좌관은 북러 밀착으로 인해 중국이 북한에 좀 더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제기하며 이 때문에 동북아시아의 불안정과 위험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볼튼 전 보좌관을 화상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새로운 서문을 최근에 공개하셨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무모한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주고 받기를 예상하십니까?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동결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를 해 줄까요?
볼튼 전 보좌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는 미국의 국가 안보, 특히 전 세계의 우방과 동맹국들에게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임기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과 서로 사랑에 빠졌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이것은 미국 입장에서 강력한 협상 우위를 나타내는 신호는 아니죠. 김정은 위원장과의 다양한 만남이 주는 홍보 효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는 그런 종류의 주목을 좋아합니다.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이 없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만남을 성사하면) 더 큰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최근 한국과의 평화통일 개념을 헌법에서 삭제하고, 남북 교류 업무를 담당해 온 대남 기구를 해체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 심지어 수년 동안 북한에 매우 동정적이었던 사람들조차 김정은이 매우 강경한 노선을 취하고 있고 심지어 적대행위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기자) 방금 하신 말씀에 대해 추가 질문이 있습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과 의사 결정 방식을 말씀하셨는데요. 하노이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영변 핵시설만 제안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중단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적인 순간에 적절한 판단을 또 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볼튼 전 보좌관) 그럴 수도 있지만 제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서 설명했듯이 하노이 회담은 매우 아슬아슬한 순간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부분적 합의를 거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북한이 과거에도 여러 번 쓴 접근법인데,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해체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그 접근법은 실패했습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을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는 선택을 다시 해야 한다면 그 순간 자신에게 무엇이 이익이 될 지를 따져서 결정할 것입니다. 미국의 국가 안보나 동맹국의 국가 안보보다 말이죠.
기자) 글쎄요,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그 때가서 분석가들이 평가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하신 부분에 대한 또 다른 추가 질문인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전면전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시나요? 일각에서는 그런 주장을 하는데요.
볼튼 전 보좌관)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김정은을 여러 번 만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김정은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충분히 군사력을 사용할 만한 사람이라고 봅니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1년여 동안 북한은 러시아와 밀착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용할 탄약과 무기를 공급하면서 입지를 강화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줄타기를 할 수 있을 만큼 입지가 강화됐죠. 1950년 6월 남침하기 전 김일성의 행태와 같습니다. 현 상황으로 인해 김정은은 자신이 더 강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따라서 그는 더 위험하다고 봅니다. 김정은이 원하는 것은 미국과 한국, 일본을 협박해 사실상 미국이 한국에서 철수하고 일본에서도 철수하도록 하는 것이며, 북한의 핵무기를 이용해 동맹국들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이 한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김정은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 압박이나 괴롭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알리기 위해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핵 문제와 북한 공산주의 정부가 자국민에게 가하는 억압에 대해 계속 압박할 것입니다.
기자) 관련해서 미한일 3국 협력을 계속 긴밀히 유지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접근법을 취할 것으로 보십니까?
볼튼 전 보좌관) 저는 3국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과 일본이 그런 협력을 하기까지 역사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진정한 용기와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본이 역사적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일간 역사 문제를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미국이 아마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북아 안보에 있어서는 한국에 주된 위협인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부상하는 위협에 대해서도 인식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타이완과 남중국해만 위험에 처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 일본, 미국이 더 긴밀히 협력할 때 더 강해지고 더 큰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요?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미국 국가 안보의 관점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관점을 통해 사물을 보기 때문이죠.
기자) 다시 말하지만,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누가 되든,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동기에 대해서는 해석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이든 2기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전망도 듣고 싶은데요. 여전히 억지력에 초점을 맞추고 대화에 열려있는 현재의 접근법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볼튼 전 보좌관) 저는 바이든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도 그 정책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오바마 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매우 유사한 이 정책은 본질적으로 북한이 핵무기 능력의 마지막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무임승차를 허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폭발시켰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고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우리는 언제든 북한이 다음 핵실험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항상 주시하고 있습니다. 항상 관건은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늘리고,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목표물 타격 기능과 핵무기를 대기권으로 안정적으로 재진입시켜서 폭발시키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직 북한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분명히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위험은 미국이나 한국의 소극적인 정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과 러시아 밀착에 대해서도 얘기하셨는데요. 북한이 러시아에 공급하는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판도를 바꿀까요? 북한산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압도할 것으로 우려하십니까?
볼튼 전 보좌관) 북한이라는 공급원이 있다는 것은 러시아에게 큰 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가해진 제재와 기타 무역 제한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북한의 지원이 결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푸틴과 크렘린이 이전에는 갖지 못했던 자산을 추가하는 것이죠. 그리고 현재 미 의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을 승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많은 유럽 국가들의 우려를 감안할 때 푸틴이 우크라이나 영토의 상당 부분을 통제 할 수 있는 외교적 구상(initiative)을 시작할까 봐 걱정됩니다. 저는 김정은이 적절한 시기에 푸틴 지원에 나섰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북러 관계는 수 십년 만에 가장 긴밀하다고 봅니다.
기자) 바이든 정부 백악관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러시아가 북한에 어떤 대가를 지불할 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러 관계 심화를 감안할 때 러시아가 북한에 첩보위성, 핵추진 잠수함, 지대공 미사일, 첨단 전투기, ICBM 기술과 같은 민감한 기술을 제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볼튼 전 보좌관) 러시아가 그런 민감한 정보의 전부 또는 많은 부분에 북한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냉전 초기에 러시아가 북한과 다른 나라에 스커드 미사일을 공급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것이 북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기초입니다. 그들은 핵 기술도 지원했습니다. 최근 모스크바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그들의 부인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김정은이 제공한 지원의 대가로 북한에 상당한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진정으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원했다면 굳이 그런 길을 택할 필요가 없었겠죠.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러시아의 지원 요청을 거부할 수도 있었습니다. 김정은이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 거죠. 그리고 북한 핵 프로그램을 협상을 통해 만족스럽게 해결하는 방안은 현재 논의되고 있지 않습니다.
기자)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미국이 북한을 비핵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일각에서는 미국이 군축 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볼튼 전 보좌관) 아니요, 비핵화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엄청난 불안정 요소가 생깁니다. 일본과 심지어 한국에서도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요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비교적 좁은 지역에 여러 개의 핵무기 보유국이 존재하게 될 것이고 위험이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북한을 막을 수 있는 30년 정도의 기회를 놓쳤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북한이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실제로 운반 가능한 핵 능력을 갖지 못하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태국 방콕에서 만난 뒤 미국 정부는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사용해 북한을 비핵화 경로로 복귀시킬 것을 촉구했죠. 중국은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데요.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일까요?
볼튼 전 보좌관) 글쎄요, 중국은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북핵 6자 회담 당시 중국은 북핵 문제에서 마치 북한과 한국을 중재하는 것처럼 보이기를 원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은 북한이 독자적인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 대해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을 위협하지는 않죠. 이제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은 더욱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핵과 다른 문제들에 대해 북한에 좀 더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동북아시아의 불안정과 위험을 더욱 가중시킬 것입니다.
지금까지 존 볼튼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한반도 정책 전망과 북러 군사협력의 향방, 중국의 역할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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