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부가 올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작년보다 세 배 정도 급증한 주요 이유로 중국의 이동 조치 제한 완화를 꼽았습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 장관은 대안문화 영향을 언급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8일 김영호 장관이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국내 입국 탈북민이 180명까지 증가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한 VOA의 질의에 중국 내 코로나 방역 완화 조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탈북민 180명의 입국 사실을 다시 확인하며 “2021~2022년 대비 증가 이유는 전반적인 코로나 완화에 따라 특히 중국 내 이동 제한이 완화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김 장관이 탈북민 증가 이유 중 하나로 ‘대안문화’의 영향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공식적인 (북한의) 주체 문화와 대비되는 한류 문화를 지칭한 것”으로 김 장관이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대안 문화가 구체적으로 탈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해선 답하지 않았습니다.
김 장관은 6일 간담회에서 국내 입국 탈북민이 지난해 67명에서 올해 180명까지 증가했다며 “숫자는 코로나 외에 대안문화의 영향도 분명히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입국한 탈북민들은 저장매체, 라디오, 해안 쓰레기 등 여러 경로로 우리의 문화와 접촉했고, 북한의 현실과 대조되는 발전상과 자유로운 사회상을 보며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서해를 통해 어선을 타고 귀순한 일가족 9명 중 일부는 최근 ‘BBC’,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노래와 영화를 친구들과 공유한 혐의로 22살 청년이 공개 처형되는 등 한국 문화 접근에 대한 단속이 훨씬 심해졌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자녀들이 받는 “터무니없는 세뇌 교육”에 반발해 탈북을 결심했다며 “더 나은 세상이 있다는 것,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대안문화 영향은 북한이 주민들 사이에서 이른바 ‘3대 악법’으로 불리는 북한 당국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한 이유와 국제사회의 높은 우려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지난달 19년 연속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서 북한 당국의 사상 통제 강화에 대해 ‘절대적 독점(absolute monopoly)’이란 표현을 처음으로 넣으며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에 대한 재고를 북한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올해 탈북민들의 입국 증가는 중국이 고강도 코로나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서 예견됐었습니다.
한국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는 7일 VOA에 방역 조치 완화 후 중국 남성과 결혼한 탈북 여성들이 임시 거주증을 활용해 한국행을 시도한 사례가 올 상반기에 급증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아이가 있거나 가정을 이룬 중국에 사는 탈북 여성들에게는 당국이 임시거주증 이런 것을 많이 해줬어요. 그래서 임시거주증을 갖고 이동하는 데 문제가 없었어요.”
김 목사는 그러면서 “탈북민 구출을 위한 브로커 비용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 10배 이상 올랐기 때문에 180명은 1천 800명이 들어온 것과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목사 등 탈북 지원단체 관계자들은 VOA에 코로나 팬데믹 이전 1인당 2천 달러 안팎이던 구출 비용이 한때 2만 달러 이상 됐다가 최근에는 1만 2천 달러~1만 5천 달러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 브로커 J 씨는 VOA에 “중국의 반간첩법 시행과 안면 인식 기술 강화 등으로 구출이 훨씬 더 위험해졌기 때문에 중개비가 예전 수준으로 내려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김 목사는 대부분의 구출 단체가 코로나 기간 탈북민을 구출하지 못해 저축한 돈으로 비싼 중개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모아둔 돈이 떨어지면 많은 지원단체가 높은 비용을 계속 감당하긴 힘들 것”이라며 “큰 후원이 없는 한 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그래도 갖고 있던 돈으로 지난번도 대여섯 명 구출하고 이번에도 3명 구출했는데, 앞으로는 솔직히 지금 상태로 가면 자체적으로는 이제 못 구해요.”
통일부에 따르면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민은 2001년 이후 2019년까지 적어도 매년 1천 명 이상이었지만 2020년 229명, 2021년 63명, 지난해 67명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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