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안보 전문가들은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의 절박한 처지를 보여준다면서도 민감한 군사, 경제 부문에서 전방위적 거래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두 정상의 어떤 논의도 유럽과 아시아 안보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며, 아직은 북러 연대에 과도하게 밀착하지 않는 중국의 셈법이 관건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 출신의 토머스 신킨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1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에 대해 “고립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 협력하려는 두 ‘왕따 국가’의 만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킨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화상통화에서 국제적으로 소외된 두 정상이 서로에게 지원을 구걸하고 있다면서 “이번 회담은 러시아와 북한 두 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고립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킨 선임연구원] “Essentially we're talking about two pariah States that have realized they're quite isolated and seemingly trying to team up. I really think that the sides are set at this point. The problem of Russia invading Ukraine already isolated Russia substantially.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by and large has been taking action against Russia accordingly. And similarly with North Korea pariah state which is violating all sorts of UN resolutions and is not really going to therefore change perceptions too much. I think really it's a reaction this meeting is a reaction to the isolation that the two the countries Russia and North Korea are facing.”
신킨 연구원은 이미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로 국제적인 대응 조치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모든 종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 북한의 협력은 국제사회의 인식을 크게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도움을 바라는 러시아의 간절함을 지렛대로 사용해 ‘국제적 관심과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북한에 그것을 기꺼이 제공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연구단체인 군비통제·비확산 센터의 존 에라스 선임정책국장은 북러 정상 간 만남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면서 “특히 이것은 러시아에 절망의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존 에라스 국장] “I think what this is it's a sign of desperation particularly from Russia. And it's something that is or should be highly embarrassing to the Russian government that this is all the friends they have left.”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 담당 선임부국장을 역임했던 에라스 국장은 이날 VOA와의 화상통화에서 “러시아 정부로서는 북한이 그들에게 남은 유일한 우방이라는 사실이 매우 당혹스러울 것”이라면서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러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일 내 러시아를 공식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 등을 공개하지 않은 채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은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0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동방경제포럼(EEF)을 계기로 무기 거래 등 군사 공조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진전시킬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또한 인력과 식량,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새뮤얼 웰스 우드로윌슨센터 냉전 연구원은 VOA와의 화상통화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원하는 것은 명백히 추가적인 포탄 공급이라며 로켓이나 전차용 포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용 포탄 등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우드로윌슨센터 부회장을 지낸 웰스 연구원은 북한은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최근 여러 차례 실패한 위성 발사와 운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교한 능력을 비롯해 핵잠수함의 최신 기술 등 첨단 무기 분야의 기술 이전을 러시아에 요청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녹취: 웰스 전 부회장] “We don't know exactly what they need but the speculation is very strong that they want sophisticated technology to improve their satellite launch and operational capabilities. And they want some technology for their newest adventure that we know about the nuclear submarines. Those two things are, I don't know how easily the Russians will share this kind of technology, particularly on the nuclear submarines but that will remain to be seen. Satellites is a much more promising item of exchange. The other thing that the North Koreans need quite seriously is food and raw materials and that will certainly be part of it.”
아울러 북한에 매우 부족한 식량과 원자재 등도 북한이 원하는 논의 주제에 확실히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 담당 국장도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에서 러시아의 선진 기술을 확보해 진전 속도를 배가시키려는 목적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한 국방과 경제 문제를 협력 가능한 주요 영역으로 꼽으면서, 특히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 확대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 think the North Koreans had called back some of their workers recently but they may want to enhance the numbers there which obviously brings in hard currency into the regime. So things along those lines anything that already has a precedence associated with it. North Korean workers in Russia already has a precedence on, it is something I think that would easily be on the table.”
북한은 정권을 위한 외화 수입을 가져다줄 해외 파견 노동자 규모를 늘리고 싶어 할 것이며,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지역 복구·지원을 위해 북한 건설 노동자들을 비롯한 여러 인력을 공급받길 원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토머스 신킨 선임연구원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 5개월 만에 이뤄지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두 번째 대면 회담은 첫 정상회담보다 역내 안보와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에서 어떤 논의와 협력이 이뤄지더라도 국제사회의 입장에서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매우 심각히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신킨 선임연구원] “This is the kind of meeting where nothing good comes from it. In terms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t's just a matter of which is more terrible. Russia getting a lot of rockets and artillery ammunition with which to continue to attack Ukraine or North Korea getting advanced technology to enhance its military which is worse. I mean they're both so terrible it's hard to describe. The question is what is left for the collective international community to do against them in this case it's going to be a difficult question to answer.”
신킨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계속 공격하기 위해 로켓과 폭탄을 확보하는 것이나 북한이 군사력 강화를 위해 첨단 기술을 확보하려는 상황 모두 국제사회 전체에 좋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무대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 행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를 무력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인지가 다음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북러 간 밀착이 더욱 공고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진영 간 대결 양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새뮤얼 웰스 전 부회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역내 자유·민주 진영이 전례없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웰스 전 부회장] “Most prominently this includes of course a dramatically strengthened relationship with Australia and Japan in defense activity and an attempt at reproschmo between South Korea and Japan which has been a very testy relationship and still works against a lot of popular opinion in South Korea as a result of the decades long occupation and cruel treatment that the japanese inflicted on all of Korea. So there are a number of things going on. And one of the interesting dimensions in addition to the changes of policy really in all of the US partners in various ways coming together and dealing with their domestic hesitancy to be involved in an active security collaboration.”
호주와 일본이 방위 협력을 극적으로 강화하고 있고, 역사 갈등으로 오랜 기간 진전에 어려움을 겪던 일본과 한국도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프랑스와 네덜란드, 영국이 역내 다자간 군사훈련에 정기적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인도도 미국과 일본, 호주와 함께하는 4자 안보 협의체 ‘쿼드’ 활동을 늘리는 것은 모두 러시아의 노골적인 우크라이나 침략과 북한의 지속적인 미사일 도발, 중국의 강압적 행동에 기인한 새로운 진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역내 미국의 파트너 국가들이 함께 모여 적극적으로 안보 협력에 참여하고 국내 일부 반대 여론을 조율하려 노력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정책 변화 흐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중러 연대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라며, ‘미한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가 고착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존 에라스 선임정책국장은 미한일 3국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결과가 발표되고 북중러 3국 연합군사훈련 가능성이 보도된 이후 중국의 반응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면서, “미묘한 태도를 보였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에라스 국장] “I think the Chinese position has been very interesting. It's quite nuanced. And if you look at if you believe the reports that Russia is obtaining these pieces of military equipment ammunition from North Korea. The obvious question is why did they not go to China for this? And I think it's likely that China refused to sell these things to Russia because they don't want to be too obvious in supporting Russia's war of aggression. So it's interesting to see that the Chinese are taking a somewhat balanced position on this.”
중국과 이미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해 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안 높은 수준의 무기와 다량의 포탄을 보유한 중국이 아닌 북한에 지원을 요청한 것은 중국이 러시아의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러시아와 적당한 우호적 관계를 보이긴 하겠지만 북중러 3국이 한 몸처럼 국제사회에 비칠 수 있는 연합군사훈련 등 군사 협력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새뮤얼 웰스 전 부회장은 그런 측면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은 매우 조심스럽게 중국을 북한과 러시아로부터 분리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 같은 노력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웰스 전 부회장] “They're trying to find the middle way. And I think intelligent policymakers in the west who take a long term view want to keep that option open very much with the Chinese. So I'm quite pleased with the Biden administration's effort to send cabinet level members and the national security adviser and others to China to warm relations and say that we don't we're not trying to diminish their economic standing.
웰스 전 부회장은 중국은 북러 협력에 완전히 참여하기를 꺼리고 있으며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제한적 수준일 것이라면서, 북러와 달리 중국 경제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국제 무역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고위 당국자를 중국에 파견해 관계를 유지하고 중국의 경제적 지위를 약화시키지 않으려 노력을 기울인 것은 훌륭한 정책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존 에라스 선임정책국장도 ‘역내에서 중국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향후 50년, 100년을 위해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에라스 국장] “It's a very important question for the next 50 or 100 years. And it certainly is a case where China and the US have a competitive relationship. So for countries like the US and South Korea that have a very friendly relationship it's a question of creating a policy to engage China as a competitor where that is appropriate and but also as a collaborator where that is appropriate. And reducing it to separating Russia from China is oversimplification of the problem.”
에라스 국장은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면서 러시아, 북한과 협력하거나 때로는 독립적인 외교 정책을 취하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을 북러와 단순히 분리하는 것으로 문제를 축소해서는 안 되며, 미국과 한국은 중국을 적절하게 경쟁자 또는 협력자로 참여시키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