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이 젊은 여성과 소녀를 내세워 체제 선전을 해 온 유튜브 채널들을 차단했습니다. 북한과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심리전에 강경 대응하는 양상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방송 내용과 인터넷 상의 불법 또는 유해 정보를 심의하는 민간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3일 국가정보원 요청에 따라 ‘송아’, ‘유미’, ‘뉴 디피알케이(NEW DPRK) 등 북한체제를 선전해온 유튜브 채널 3개의 접속 차단을 지난 5일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정보원은 “정보통신망법과 국가보안법에 따라 그동안 방심위에 북한체제 선전 유튜브 계정에 대한 차단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고, 방심위의 차단 결정에 따라 해당 유튜브 계정들이 차단 조치됐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해당 채널에 접속하면 ‘동영상을 재생할 수 없음. 정부의 법적 신고로 인해 해당 국가 도메인에서 사용할 수 없는 콘텐츠입니다’라는 안내 메시지가 뜹니다.
이들 채널에서는 젊은 여성과 여자아이 등이 일상생활을 담은 영상 콘텐츠를 소개하는 이른바 ‘브이로거’로 등장하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북한사회를 선전하고 있습니다.
변화하는 평양을 소개하겠다며 워터파크 같은 유원지와 상점, 키즈카페 등을 찾거나 헬스 또는 개인 트레이닝인 PT를 하는 영상들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이들 채널의 구독자는 수만명에 달하고 영상 조회수는 많게는 수십만회에 이릅니다.
전영선 건국대 교수는 북한이 가성비 높은 대외 선전 수단으로 수년 전부터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전영선 교수] “북한에서 얘기 한 번 나오기 시작하면 전 세계가 주목을 해주거든요. 우리 언론도 그렇고 해외 언론도 그렇고. 물론 브이로그나 이런 게 코로나 이전부터 시작해서 벌써 몇 년이 됐잖아요. 이런 걸 통해서 외국인들에게 평양 이미지를 많이 알리는 데 일정 정도 효과를 봤다고 보고 있고요.”
이들 채널은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알린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 선전선동부가 고안한 체제 선전 캠페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영상에 담긴 모습은 식량난을 겪고 있는 대다수 북한 주민의 실제 생활과는 거리가 먼, 평양의 소수 특권층의 삶을 연출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미국 ‘CNN’ 등 매체들은 북한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책이나 영화 등 해외 콘텐츠 접근도 금지돼 있어 유튜브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선전 당국이 ‘우리민족끼리’를 비롯한 노골적 체제 선전용 채널들이 서비스 약관 위반을 이유로 차단되자 비교적 가볍고 부드러운 내용의 브이로그 채널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이번에 차단된 계정들은 정권 찬양과 반미 구호 위주의 종전 선전 방식과 달리 젊은 여성과 아동을 내세워 자연스럽게 호감을 유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며,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정상국가 이미지를 퍼뜨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이런 방송들이 자칫 국내에서 북한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북한이 이렇게 선전용으로 만든, 특히 일상공간으로 파고 드는 대외 선전매체의 선전 방식이 지금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불법 해킹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소셜미디어를 통한 해킹 공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호감을 얻은 선전용 콘텐츠를 매개로 댓글 등을 통한 해킹 공격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국정원은 해당 유튜브 채널들이 대남 심리전의 일환이며 대남 심리전 대응은 국정원의 업무라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체제 선전을 목적으로 한 유튜브 채널을 앞으로도 모니터링해 필요할 경우 방심위에 차단 요청을 할 계획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은 북한의 잇단 도발과 핵 위협 고도화에 따른 긴장 국면의 결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권영세 통일부 장관 출범 초기에도 북한의 매체를 볼 수 있게 하겠다는 노선을 처음에 강조했었거든요. 그렇게 보면 지금 ‘강 대 강’ 대치국면이라는 그런 전선이 남북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치도 결국 북한의 심리전의 일환이다, 체제 선전의 일환이다라고 판단하는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한 것 같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지난 4월 발간한 통일백서를 통해 비핵화 이전이라도 가능한 남북 개방과 소통을 적극 추진하고자 한다며 방송과 언론, 통신 분야에서 상호 개방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한국사회가 용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북한 방송 개방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