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서 북한 관련 최대 인기 영상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탄두 사랑을 냉소적으로 풍자한 뮤직비디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회수가 1억 4천만 회 이상에 달했는데, 김 위원장이 21세기 최악의 독재자를 상징하기 때문에 관심이 높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뮤직비디오 음악] “Lolly Lolly Lolly bomb, Lolly Lolly Lolly…”
김정은 위원장 역할을 맡은 배우가 핵탄두에 꽃을 바치고 입을 맞추며 끌어안습니다.
평양의 인민문화궁전이 보이는 카페 안에서 핵탄두와 데이트를 즐기며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창밖에서 굶주린 소년이 풀을 입에 문 채 먹을 것을 달라고 하자 이를 무시합니다.
대신 아이스크림을 핵탄두에 먹이며 함박웃음을 짓고 핵탄두와 잠자리까지 하는 도발적인 모습, 후반부에는 무대 가수들의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들에 대해 처형 지시를 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러시아 음악 밴드인 ‘리틀 빅(Little Big)’이 만든 노래 ‘롤리밤(Lollybomb)’으로 2017년 12월 유튜브 영상에 처음 오른 뒤 4년 만에 조회수 1억 4천 285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VOA가 ‘유튜브’에서 북한 영어 이름인 ‘North Korea’와 ‘Kim Jong un(김정은)’을 검색해 최대 조회수별로 정렬한 결과 핵폭탄을 미국식 막대사탕(Lollipop)에 비유한 이 ‘막대핵폭탄(Lollybomb)’ 뮤직비디오가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겁니다.
이 영상 아래 “처음에 영상을 보며 웃다가 끝부분(처형)에는 눈물이 난다” 는 내용의 댓글은 4만 5천 명이 ‘좋아요’를 눌러 국민의 생명권을 무시한 채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하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냉소적 영상에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조회수 2위 역시 한국의 세계적인 인기곡 ‘강남스타일’로 풍자해 만든 뮤직비디오 ‘김정 스타일(Kim Jong Style)’이 차지했는데, 조회수 1억 668만회를 기록했습니다.
[뮤직비디오 음악] “KPOP Kim Jong Style…back to work..work-work, sleep, then torture…I make the people cry and scream,”
풍자 영상물을 만드는 ‘더 키 오브 어섬(The Key of Awesome)’이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2012년에 제작해 올린 이 영상은 북한 주민을 우리에 가둔 채 끊임없이 강제 노동을 시키면서 핵무기를 개발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신명나지만 뮤직비디오 가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내가 사람들을 울부짖게 했다”고 자랑하며 여색을 밝히는가 하면 자신은 절대 권좌에서 쫓겨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등 북한 지도자를 비웃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이 밖에 김정은 위원장으로 분장한 남성이 뉴욕시를 10시간 동안 활보하며 시민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거의 조회수 4천만 회를 기록하는 등 북한 지도자를 풍자한 영상이 1~8위까지 상위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북한 영문명인 ‘North Korea’ 조회수에서는 북한 열병식을 팝 음악 밴드인 ‘비지스(Bee Gees)’의 음악에 맞춰 풍자한 영상이 4천 142만회를 기록해 1위에 올랐습니다.
[녹취: 뮤직비디오 ‘I put some Bee Gees music over North Korean marching’]
이 영상은 열병식에서 다리를 유난히 높게 올리며 걷는 다양한 북한 군인들과 이를 치하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을 박자에 맞춰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풍자해 보여줍니다.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영상은 3천 717만 조회수를 기록한 ‘북한군 대 인도군(North Korea Vs Indian Army) 대결’이란 제목의 영상으로 인도인이 차력쇼 같은 북한 특수부대의 격파 모습을 설명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회수 3천 130만회로 세 번째 인기가 높은 영상 역시 인도인이 제작한 것으로 ‘만약 북한을 도망치면?(What If Any Body Run Away From North Korea)’이란 제목의 영상입니다.
지난 2017년 북한군의 총격을 받으며 판문점을 통해 한국에 망명한 북한군 오청성 씨의 탈출 모습을 보여주며 북한 지도부의 잔인함을 묘사하는 게 특징입니다.
네 번째로 인기가 많은 동영상은 조회수 2천 600만회를 기록한 평양의 길거리 음식을 소개하는 영상입니다.
인도네시아 사진작가 자카 파커 씨가 2012~2018년까지 평양에 살며 촬영한 영상인데, 젊은 군인이 거리 가판대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 등 평양의 길거리 음식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다음은 북한의 꽃제비, 변변한 장비 없이 손으로 노동하는 주민들, 지구촌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목탄 트럭이 여전히 다니는 모습, 김 씨 가족 우상 숭배, 잔인한 처형 등을 묶어 소개한 영상이 조회수 2천 546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북한(North Korea) 관련 조회수 1천만회를 넘은 영상은 총 30개인데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사회를 냉소적으로 풍자해 비판하는 영상이 가장 많았고, 외국인 방문객들이 여행 중 촬영한 북한 주민들과 거리 풍경,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탈북민 이현서 씨와 박연미 씨의 증언 영상도 1천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2일 VOA에, “김정은이 21세기 독재자의 전형적인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에 풍자 영상이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스칼라튜 총장] “역사를 보면, 독재의 경우 구소련의 스탈린, 나치 독일의 히틀러 그런 인물이 떠오르지만 21세기에 정치탄압, 독재라고 하면 바로 김정은이란 인물이 떠오릅니다. 김정은이 북한의 독재자가 된 지 10년이 되어 가지만 계속 이런 독재 탄압의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에 이런 영상들이 인기가 많습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주민의 인권을 탄압하고 굶기면서 자원을 핵무기 개발에 투입하는 비정상적인 모습 자체가 (지구촌 주민들이) 김정은에게 관심을 가질 수많은 이유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라 전체를 장기간 봉쇄하는 등 폐쇄적인 북한 내부에 대한 호기심도 존재한다며, 김 위원장이 인권 개선과 시장 개방 등 실질적인 주민 친화적인 정책으로 돌아서지 않는 한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풍자하는 동영상은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