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모의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 공중폭발 시험훈련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전술핵 위협이 한층 현실화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미국과 한국도 이에 따른 대응 방식의 전환이 시급해졌다는 진단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19일 동해 상공 800m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장착한 모의핵탄두를 공중 폭파하는 시험훈련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용된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으로 식별됐고 사거리는 800km였습니다.
북한은 이번 발사를 통해 “핵폭발 조종장치와 기폭장치의 신뢰성이 다시 한번 검증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탄두 공중폭파 실험을 한 적은 있지만 핵탄두 사용을 가정한 공중폭파 훈련의 성공을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비록 모의핵탄두지만 목표 고도에 도달했을 때 기폭신호를 보내는 핵폭발 조종장치와 폭발을 일으키는 기폭장치 성능을 검증하는 종합실험을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800m라는 폭파 고도를 밝힌 대목도 주목됩니다.
전문가들은 핵 공격의 경우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폭발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타격 목표물 상공 수백m에서 핵탄두를 폭발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폭파 고도를 공개한 것은 빛과 열을 내는 광복사와 폭풍파, 그리고 방사능 낙진 등으로 이뤄지는 핵폭탄의 파괴력과 살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적정 고도까지 고려한 시험발사였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미사일 전문가인 장영근 한국 항공대 교수입니다.
[녹취: 장영근 교수] “보통 500에서 1천m 정도에서 기폭을 시켜서 터뜨리는 게 가장 위력이 세다, 그래서 아마 북한도 그것을 봤기 때문에 일부러 800m 상공에서 자기들이 기폭을 했다, 유효하게 작동함을 확인했다 이런 얘깁니다.”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핵폭탄은 상공 570m에서 공중폭파됐습니다.
이 폭발로 히로시마 주민 9만~16만6천명이 사망했고 당시 폭발력은 15kt(킬로톤)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 시도한 폭발 고도가 히로시마 때보다도 230m가량 더 높기 때문에 그만큼 파괴력이 큰 핵탄두의 사용을 상정해 훈련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춘근 박사는 20~30kt 폭발력의 핵폭탄을 상정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북한 핵이 인구가 밀집한 한국 대도시 상공에서 폭발할 경우 엄청난 인명 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추정을 낳게 하는 대목입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이번에 쏜 KN-23은 800km를 비행했습니다. 이는 북한 후방에서도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입니다.
더욱이 KN-23은 수평비행 중 급상승하는 풀업 기동 능력을 갖고 있어 요격이 힘든 기종입니다.
이춘근 박사는 풀업 기동을 하는 KN-23으로 폭발 고도를 제어하려면 보다 복잡한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풀업을 해서 날아가서 떨어지고 그러려면 정확하게 목표를 찾아가는 것 못지 않게 정확하게 폭발 고도를 잡는 것도 어려워요. 이걸 잡는 게 힘든데 이번에 종합적으로 그것을 실험했다 그런 의미에서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신뢰성을 검증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북한의 주장대로 핵폭발 조종장치와 기폭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한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는 사실상 완성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은 것은 아직 실물로 확인되지 않는 핵탄두 소형화 여부 뿐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KN-23에 탑재할 만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을 수 있다며 설사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실존하는 위협으로 상정하고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여부 보다는 실전배치 차원의 규격화와 대량생산 여부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중단거리 미사일, 한국 일본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의 미사일에 저위력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은 비교적 분명하다고 판단됩니다. 여기서 관건은 과연 그러면 저위력, 소형화한 핵무기를 규격화해서 다양하게 개발한 전술핵 미사일들에 탑재할 수 있는 형태까지 가느냐 그게 오히려 현재 상황에서 파악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이번 전술핵 미사일 공중폭파 시험으로 특히 한국 내에선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홍 실장은 미군과 한국 군의 기존 작전계획 또한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기존의 작계는 이렇게 전술핵을 염두에 두고 짜여진 작전개념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작계를 변화시킨다면 사실상 핵 대 핵 대응 또는 핵 대 확장억제력 대응으로 완전히 작전개념 자체가, 성격이 변화돼야 하거든요.”
북한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훈련을 현지 지도하면서 “적들의 반공화국 침략 책동이 날로 가증되고 있다”며 “핵전쟁 억제력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킬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