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한 공개회의를 개최하고 북한을 규탄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ICBM 발사 문제에 침묵한 중국과 러시아를 비난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한국의 연합 군사훈련을 문제 삼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안보리의 침묵 속에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며 안보리 이사국들의 단합된 대응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20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문제 논의를 위해 개최한 공개회의에서 “미국은 북한의 3월 15일 ICBM과 18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를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 United States condemns in the strongest possible terms the DPRK’s March 15th ICBM and March 18th SRBM launches. One month ago to the day, we met here to discuss a DPRK launch of an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We called for Council unity in the face of the DPRK’s growing threat to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One month later, the DPRK launched another ICBM and followed only days later with another ballistic missile launch, again in violation of multipl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ese launches are not only threatening, destabilizing, and unlawful, they allow the DPRK to advance the development of more sophisticated and dangerous weapons.”
이어 “한 달 전 우리는 북한의 ICBM 발사 문제 논의를 위해 이 자리에서 만났다”며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북한의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 직면해 우리는 안보리의 단합을 촉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 달 뒤 북한은 또다시 ICBM을 발사했고 불과 며칠 뒤엔 또다른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며 “이는 여러 안보리 결의를 다시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발사는 위협적이고 불안정하며 불법적일 뿐만 아니라 북한이 더 정교하고 위험한 무기 개발을 진전시키도록 만든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나는 안보리의 2개 이사국이 우리가 (북한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안보리의 대북 조치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온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I know two members of this Council believe we should stay silent. But Council silence is not working. Hoping the DPRK regime will stop of its own accord is not working. Month after month these two members are demanding we do the same thing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Our silence in the face of the DPRK’s escalations weakens the Council’s credibility, jeopardizes the global nonproliferation regime, and emboldens the DPRK’s appetite to flaunt this body’s collective mandate. Not only is the DPRK watching, but the world is watching. How can we remain silent?”
그러면서 “안보리의 침묵은 효과가 없고, 북한 정권이 스스로 멈추기를 바라는 것도 작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매달 이 두 이사국은 우리가 똑같이 행동하기를 요구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한다”며 “북한의 긴장 고조에 직면한 상황에서 우리의 침묵은 안보리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세계 비확산 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것은 물론 안보리의 집단적 권한을 무시하고자 하는 북한의 욕구를 대담하게 만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북한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침묵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 위기에 대응해 미국은 안보리의 조치를 반복적으로 제안했다”며 “우리는 선의로 협상하겠다는 진지한 의도도 분명히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In response to this crisis, the United States has repeatedly proposed Council products. We have made clear our earnest intentions to negotiate in good faith... But three Member States refuse to engage in good-faith diplomacy over this threat: The DPRK, who has continued to ignore our multiple offers for dialogue, and China and Russia, whose obstructionism of the Council is encouraging the DPRK to launch ballistic missiles with impunity.”
이어 “그러나 3개 유엔 회원국은 이 위협에 대한 선의의 외교에 관여하는 것을 거부했다”며 “이들은 우리의 많은 대화 제의를 계속 무시하고 있는 북한, 그리고 안보리를 방해함으로써 북한이 처벌받지 않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라고 지적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의 ICBM에 대응해 미국이 안보리 의장성명을 추진한 사실을 거론하며 “회의장에 있는 모두가 평화를 향한 이러한 메시지에 우리와 함께하길 권장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안보리는 2017년 채택한 결의 2397호에 북한의 추가 ICBM 도발에 제재를 강화한다는 조항을 포함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3월 이 조항을 근거로 당시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제안하고 초안을 작성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같은 해 5월 실시된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지난해 11월과 지난 2월 결의안보다 대응 수위가 한 단계 낮은 의장성명을 추진했는데,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이마저도 채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날도 북한의 ICBM 발사 문제를 지적하지 않은 채 비난의 화살을 미국으로 돌리며 미국의 조치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겅솽 유엔주재 중국 부대사는 “2018년 북한은 안보의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긍정적인 계획을 세웠지만 미국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선의로 반응하는 데 실패하며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한 중요한 기회를 낭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겅솽 부대사] “Back in 2018, DPRK to the positive initiative of giving up nuclear weapons in return for security, however the U.S. side failed to respond with goodwill in accordance with the action for action principal, wasting an important opportunity for achieving denuclearization on the peninsula. Since the start of this year, the United States and others have continued their unprecedented large scale joint military exercise on the peninsula and in its surrounding areas planning on expanding the deployment of strategic weapons. This practice of deterrence and pressuring has further entrenched the DPRK’s sense of insecurity, leading the situation to this elevated situation of tension.”
이어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올해 초부터 전략무기 배치 확대를 위해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유례없는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억제와 압박은 북한의 불안감을 더욱 고착화하고, 긴장을 높이는 상황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부대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한 (북한) 인도주의 관련 결의안도 여전히 유효하다”며 “이 결의안 채택은 안보리가 한반도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데 있어 의미 있고, 건설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2019년 북한의 해산물과 의류 수출 금지 규정, 북한 노동자 송환 규정 폐지 등 제재 완화를 골자로 한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한 뒤 매년 안보리 이사국들에 회람시키고 있습니다.
미국 등이 북한에 대한 추가 대응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추가 발언권을 요청해 중국과 러시아의 발언을 반박했습니다.
특히 ‘2018년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목격한 수많은 발사는 북한이 비록 실험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국경 내에서 계속 프로그램을 진전시킨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다른 이사국들은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안보리의 단합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시노 미츠코 유엔주재 일본 차석대사는 “이번 북한의 ICBM은 아시아와 유럽 전역, 뉴욕을 포함한 북미 전역, 아프리카 전역, 심지어 남미 일부 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시노 차석대사] “The ICBM launched this time is also estimated to have the capacity to hit all of Asia, all of Europe, all of North America including New York, all of Africa and even part of South America. Indeed, North Korea has just publicly announced the launch on March 19th as an exercise of tactical nuclear attacks. North Korea threatens Japan, the region and beyond, with its nuclear arsenal and delivery means.”
이어 “북한은 지난 3월 19일 발사를 전술핵 공격 연습 차원이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며 “북한은 일본과 역내 그리고 그 너머를 핵무기와 운반수단(미사일)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노 차석대사는 “일본은 북한이 국제사회 전체를 인질로 잡는 것을 안보리가 허용하지 말고, 그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페리트 호자 유엔주재 알바니아 대사는 “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안보리가 침묵하는 건 김정은에게 같은 일을 더 할 수 있는 면허를 주는 것을 의미하고, 정확히 그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호자 대사] “Silencing the council on this critical issue means giving Kim Jong-un a license to do more of the same, and he is exactly doing that. And we don't see winners there. None. Except for the regime and its reckless and dangerous policy. We strongly believe that the Security Council must stand up and collectively denounce the violations of its resolutions and the NPT safeguard agreements from the DPRK regime.”
이어 “(북한) 정권과 정권의 무모하고 위험한 정책을 제외하면 아무도 승자가 없다”며 “우리는 안보리가 북한 정권의 결의 위반과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안전조치협정(Safeguard) 위반을 공동으로 규탄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관련국 자격으로 발언한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우리는 북한이 존중받는 이 조직이 결정한 조치를 위반하며 1년 동안 기록적인 10번의 ICBM 발사를 감행한 것을 생생하게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준국 대사] “We have vividly witnessed the DPRK record a number of 10 ICBM launches in a year, in violation of enforcement measures decided by this esteemed body. Pyongyang’s belligerent policy, menace of the functioning of the Security Council and the brazen mockery of the U.N. itself must finally come to an end. And its continued breach of international obligations must be held accountable by this council.”
이어 “북한의 적대적인 정책과 안보리 역할에 대한 위협, 유엔에 대한 뻔뻔한 조롱은 중단돼야만 한다”며 “북한의 지속적인 국제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안보리가 책임을 물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안보리 차원의 구체적인 대응 조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등 10개 나라는 회의장 밖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에 참여한 나라는 안보리 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알바니아, 에콰도르, 일본, 몰타, 스위스, 아랍에미리트와 관련국인 한국 등입니다.
10개 나라는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북한이 여러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고,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모든 유엔 회원국이 안보리 결의를 완전하고 신속히 이행하고, 안보리 이사국들은 자신들의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