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자체 핵 개발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도 이런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분석했습니다. 워싱턴 조야에서도 관련 논의가 더 이상 금기가 아니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한국 핵무장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높아지는 한국의 핵무장 여론에 미국 정부가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The US government is under pressure to ensure the Yoon administration continues to have full faith in the alliance. That is why the Secretary of Defense is in Korea now to reinforce the alliance commitment, address concerns about extended deterrence, and ensure Seoul and Washington don’t let North Korea drive a wedge between two very strong allies. At the same time, President Yoon is under pressure to satisfy his political party and general public opinion in South Korea that he is taking serious and responsible steps to respond to North Korea’s threats.”
크로닌 석좌는 30일 한국의 핵무장 여론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미국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동맹에 대한 완전한 믿음을 계속 갖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현재 한국을 방문해 동맹 공약을 강화하고 확장억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며 북한이 미한 동맹의 틈을 벌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크로닌 석좌는 “윤 대통령도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진지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통해 자신의 정당과 한국 일반 국민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미국 정부가 확실히 압박감을 느낀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Absolutely, I think they absolutely feel the pressure and again we need to be careful about that… I think President Yoon may be acting very shrewdly because the U.S. does not want any country to develop nuclear weapons we seek nonproliferation. However by President Yoon raising the possibility he’s responding to the South Korean domestic political audience but it also may be part of a strategy on his part to try to get the U.S. to reintroduce tactical nuclear weapons on the Korean peninsula.”
맥스웰 연구원은 이어 “윤 대통령이 매우 기민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비확산을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핵무장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국내 여론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미국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종현학술원이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천명 가운데 76.6%가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5월 아산정책연구원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의 독자적 핵 개발 지지율이 70.2% 였습니다.
“미국, 확장억제 공약 입증 의지…한국민 불만 누그러뜨리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이 같은 한국 국민들의 핵 안보 우려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t's also been clear to me that Washington is keenly determined to demonstrate that commitment in every possible way, including by conducting these exercises, including by making the assurance even clearer than it has ever been in previous years, and in conducting a very active dialogue with our South Korean allies to see what more can be done to make the reassurance even more convincing and credible than it has been in the past.”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미국이 모든 가능한 방법으로 확장억제 공약을 입증하기 위해 단단히 결심했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과거보다 더 분명히 확장억제 공약을 밝히며 확장억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지 한국과 매우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미한 양국은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를 가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를 2월 미국에서 실시하는 등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도 “한국에서의 공개적 논의가 두 나라 정부보다 앞서 나갔으며, 따라서 미국과 한국 정부는 이 문제와 여론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do think that the U.S. government desires to take actions in coordination with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o tamp down feelings of frustration on the part of the South Korean public and also to take actions that would sustain the credibility of extended deterrence based on its current approach.”
스나이더 국장은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 협력해 한국 국민의 좌절감을 해소하고 현재의 접근법을 바탕으로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에서도 한국 핵무장 토론 확대…대다수는 반대”
워싱턴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국 핵무장에 대한 토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한국 핵무장 관련 논의가 “오랫동안 금기였지만 북한의 핵무기고 확대로 인해 이와 관련한 토론이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논의가 미한 간 마찰로 이어진다면 동맹의 틈을 벌리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크로닌 석좌는 “지형이 바뀌고 있지만 아직까지 워싱턴에서의 토론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유럽에서 나오는 발언과 행동을 분석하는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 “The ground is shifting, but thus far, the debate in Washington is over statements and actions undertaken on the peninsula and in the Indo-Pacific and Europe. One debate continues to simmer about the right approach for deterring North Korea’s ambitions. But the larger debate is over what else Washington can do to show unstinting support for South Korea without encouraging nuclear proliferation. As the threat grows or changes, policy dialogue will continue to evolve.”
이어 “북한의 야욕을 저지하기 위한 올바른 접근법에 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며 “하지만 더 큰 틀의 논의는 핵확산을 장려하지 않으면서 한국에 대한 아낌없는 지지를 보여주기 위한 방안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크로닌 석좌는 “위협이 증가하거나 변화함에 따라 정책 대화는 계속 바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그 밴도우 케이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압도적인 다수의 의견은 여전히 그것에 반대하고 있지만 정책입안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밴도우 연구원] “The overwhelming majority of opinion at the moment is still against it, but I think there's a growing recognition among policymakers that South Korea's concerns are growing and there's also a recognition that North Korea is moving forward in both quantity and quality of its nuclear weapons and missiles and that this could change the dynamic in coming years. So I think this is a debate that's going to grow and the concerns are going to expand.”
이어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보유고를 확대하고 성능을 개선했으며, 이것은 앞으로 몇 년 안에 역학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앞으로 관련 논의가 증가하고 우려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특히 “북한이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의 도시들을 실제로 타격할 수 있다고 모두가 인식할 때 진정한 압박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수십년 동안 한국의 독자 핵무기 개발과 미한 동맹은 양립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논의의 흐름을 보면 “이론적으로는 양립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사고의 변화”가 감지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For a very long time, for decades I think that the perception as related to South Korea was one in which South Korea was required to make a choice between the alliance and pursuit of an autonomous nuclear weapons capability. But recent trends in the debates seem to suggest that there has begun to be a way of thinking that might eventually allow for the coexistence in theory of the alliance with an autonomous South Korean nuclear capability. But in terms of what the governments are doing and even what policy reports are recommending, I would say that there are many steps that would have to be taken between where we are now and arriving at that theoretical end point.”
스나이더 국장은 다만 “양국 정부의 행동과 정책 보고서들의 제안을 보면 지금 상황에서 그 이론적 양립 상태에 도달하기까지 여전히 많은 조치들을 취해야 함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워싱턴 전문가들의 인식에 큰 변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don't think there's been a major shift. I think most of the US experts who work on Asia or work on nuclear issues continue to believe that it would be destabilizing and damaging to U.S. interests if South Korea pursues nuclear weapons. That will put a lot of pressure on Japan to develop nuclear weapons. And I think from the U.S. standpoint, that could create greater insecurity in Asia. So there are some advocates in the U.S. who argue for a return of tactical nuclear weapons to South Korea or even argue that South Korea should develop its own nuclear weapons but I think the dominant view remains that the better approach to deter North Korea and assure the South is to enhance extended deterrence.”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아시아와 비확산 문제를 다루는 미국 전문가들 대부분은 한국이 핵무기를 추구하면 불안정을 초래하고 미국의 이익을 해치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일본도 핵무장 압박을 받아 아시아에 불안정이 초래된다는 것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미국 일각에서 전술핵 한국 재배치와 한국 자체 핵개발을 주장하지만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이 더 나은 접근법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도 “한국이 취할 가능성이 있는 방향에 대한 깊은 우려와 회의가 미국 정부 안팎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re is a deep level of skepticism about this possible direction that the Republic of Korea might take. I think there’s a deep level of concern in Washington policy circles both inside the government and outside the government about this direction. Nevertheless, American experts including me and others recognize that there is this concern that needs to be dealt with somehow.”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그럼에도 나 자신을 포함한 미국 전문가들은 어떻게든 한국의 우려에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