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 북한인 문철명에 중형 구형…변호인 “징역 4년 넘지 말아야”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첫 북한 국적자 문철명에게 중형이 구형됐습니다. 돈세탁 등 중대 범죄 혐의가 재차 거론됐습니다. 반면 국선 변호인은 문철명이 이미 장기간 옥고를 치렀고 아내가 중병에 걸린 점을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 DC 연방검찰은 문철명에게 ‘상당한 기간’의 징역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9일 재판부에 제출한 ‘선고 제안서’에서 문철명이 북한의 공작원(agent)으로 활동하고, 돈세탁 범죄를 저지를 당시 북한 정권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문철명의 범죄 행위는 현재 선고 형량 지침에 따라 121개월에서 151개월의 실형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폈습니다.

2013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무역 업무를 했던 문철명은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이용해 북한에 사치품을 제공하는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2019년 5월 미국 법원에 기소됐습니다.

2021년 3월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후 미국 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왔으며, 오는 20일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앞서 문철명은 지난해 9월 ‘알포드 플리’ 방식을 통해 자신의 5개 혐의를 시인한 바 있습니다.

‘알포드 플리’는 피고가 자신의 범죄 혐의는 부인하지만 검찰의 증거, 즉 범죄 사실을 일부 인정하면서 형량을 합의하는 방식입니다. 이에 따라 문철명은 ‘무죄 주장’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재판부로부터 형량을 일부 삭감 받을 길을 열어놓은 상태입니다.

문철명에게 적용된 혐의는 각각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해당해 ‘알포드 플리’를 통한 혐의 시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대 100년 이상의 실형이 선고될 수 있었습니다.

검찰은 선고 제안서에서 “해외에서 미국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자신들이 결코 체포되거나 잡히지 않을 것으로 믿지만 이번 사건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피고의 행위는 중대하고 상당한 징역형을 선고받을 만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런 판결(중형)은 미국 법을 위반하면서 미국 금융기관을 속이고 국제 제재 체제를 약화할 해외 범죄자들이 미국 법을 존중하도록 촉진하고 구체적이면서도 평범한 억지력을 제공하면서 대중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 제재를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위반하며 회피하는 것은 물론 자국민이 제재를 무시하거나 우회해도 된다고 선전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피고에게도 체포되거나 책임지지 않아도 될 것으로 믿게 했을 수 있지만 이번 기소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당한 처벌은 상당한 기간의 구금일 것”이라고 검찰은 거듭 확인했습니다.

문철명의 변호인도 전날인 8일 재판부에 선고 형량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문철명이 말레이시아와 미국 구치소에 수감됐던 기간인 약 4년을 넘기지 않는 실형 선고를 희망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또 문철명이 출소 직후 곧바로 북한으로 추방될 것이 확실한 만큼 별도의 ‘출소자 감시(supervised release)’ 조치에도 반대했습니다.

변호인은 문철명이 ‘알포드 플리’를 통해 감형 조건을 채웠다는 점과 유사한 범죄로 기소된 외국인 대부분이 1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은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문철명이 워싱턴 DC 구치소에 머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2차례 감염된 사실과 언어 장벽으로 다른 사람과 거의 소통하지 못한 점, 암 환자인 부인과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못한 사실 등을 양형에 참작해 줄 것도 요청했습니다.

이번 선고 형량 제안서는 문철명의 국선변호인과 ‘프로 보노(pro bono)’ 즉 무료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인이 공동으로 작성했습니다.

당초 문철명은 국선변호인만을 선임했었는데, 지난해 6월 뉴욕주, 뉴욕시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사브리나 슈로프 변호사가 ‘프로 보노’ 방식으로 변호인단에 합류했습니다.

현재로선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알 수 없습니다.

만약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중형이 선고된다면 문철명은 연방교도소에서 남은 기간을 복역해야 합니다.

변호인단의 요구가 수용될 경우엔 문철명은 연방 이민국으로 신병이 옮겨져 본격적인 추방 절차를 밟게 됩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