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 등의 혐의로 미국으로 송환된 첫 북한 국적자 문철명의 변호인이 흔치 않은 형량 합의 방식인 ‘알포드 플리’를 허가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검찰과의 협상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재판부에 직접 호소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문철명의 변호인은 재판부가 ‘알포드 플리’에 근거한 선고를 문철명에게 내려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알포드 플리’는 검찰의 증거는 인정하지만,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검찰과의 ‘형량 합의’ 방식입니다.
자신의 혐의를 인정함으로써 검찰과 형량 합의를 이루는 ‘플리 바겐’과 달리 유죄를 인정하지 않지만 검찰의 증거를 받아들이면서 관련 혐의에 적용된 형량을 일부 삭감 받겠다는 의도로 해석돼 왔습니다.
미 연방법원 전자기록시스템에 따르면 문철명의 국선변호인과 최근 뉴욕에서 선임된 무료 변호인은 1일 재판부에 제출한 문건에서 “앞서 문철명이 내세운 ‘무죄 주장’을 철회하고, ‘알포드 플리’ 판례에 따라 그의 혐의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변호인의 이 같은 요구, 즉 ‘알포드 플리’를 통한 해결 방안에 미 검찰이 반대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앞서 문철명의 변호인단은 지난 6월 검찰과 ‘알포드 플리’ 방식의 협상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직접 재판부에 이런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만약 재판부가 변호인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문철명은 추가 재판 과정 없이 형량을 선고받게 됩니다.
말레이시아에서 무역 업무를 했던 문철명은 지난 2019년 5월 돈세탁 등 6개 혐의로 미국 법원에 기소돼 지난해 3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첫 북한 국적자입니다.
검찰은 문철명이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여러 위장 회사들을 이용해 미국 달러를 거래하며 북한에 사치품 등을 납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미국 연방법은 돈세탁 관련 혐의에 최대 20년의 징역형과 벌금 50만 달러, 혹은 관련 자금의 2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리고 있어, 6개의 혐의를 받는 문철명에게는 최대 120년의 징역형과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추징금이 선고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은 이날 문건에서 문철명이 지난 2019년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된 기간을 합쳐 3년 이상 수감 생활을 해 왔다는 점을 알포드 플리가 고려돼야 할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문철명이 3차례 격리된 점과 그의 아내가 암 치료 중인 점 등도 참작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검사 출신인 정홍균 변호사는 2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판부가 알포드 플리를 수용하게 되면 문철명은 상당한 감형 조치를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조기 석방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형량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정홍균 변호사] “만일 법원에서 알포드 플리를 승인하지 않게 되면 피고 측은 할 수 없이 재판을 하게 될 경우 상당히 많은 형량을 눈앞에 두게 됩니다. 따라서 알포드 플리를 법원에서 수용하느냐, 하지 않느냐 여부는 피고의 앞으로 남은 수용생활이 장기화되느냐 아니면 축소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정 변호사는 재판부가 문철명의 법원 심리일에 알포드 플리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