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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부 서열 1위 박정천 전격 해임…전문가 “대남 공세 강화 차원 군 지도부 교체”


지난 2021년 1월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지휘차량에 탑승한 박정천 총참모장.
지난 2021년 1월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지휘차량에 탑승한 박정천 총참모장.

북한이 최근 진행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군 서열 1위인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전격 해임하는 등 군 지도부를 물갈이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 공세 강화를 천명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새로운 군 지휘부의 진용을 갖춘 게 아이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연말 엿새간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논의한 ‘조직 문제’ 결과를 보도하면서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소환하고 리영길 국방상을 후임으로 보선했다고 전했습니다.

리영길은 박정천의 당 비서직도 승계했지만 박정천의 또 다른 보직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직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박정천은 지난 2012년 포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포병 전문가로 관련 무기 개발에도 기여한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크게 신임을 얻어 2019년에 대장, 2020년 차수로 고속 승진했습니다.

2021년 6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실패 책임을 지고 차수로 강등되기도 했지만 2개월 만에 군부 서열 1위 자리인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라 건재를 과시했습니다.

지난해 4월 열병식에선 군의 최고계급인 원수로 진급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박정천은 지난해 11월 미한 대규모 공중연합훈련인 ‘비질런트 스톰’ 실시에 반발하는 담화를 두 차례 발표하며 북한의 무력시위를 주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 무력 법제화’와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성공 등 군사적 성과를 높게 평가한 상황에서 박 정천 해임은 다소 이례적입니다.

박정천의 전격 해임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다른 군 수뇌부들이 6개월 만에 대부분 교체된 점으로 미뤄 문책성 성격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업무상 과오에 따른 경질 인사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박정천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직이 유지된다면 중대 과오는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민 실장] “박정천 자체가 더 이상 수습할 수 없는 정도의 과오를 저질렀다면 상무위원 자리에서도 완전히 배제했다는 공고가 같이 나왔어야 되거든요. 나머지 직위만 해제했다는 것은 단기적인 문책성 경질이 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하지만 박정천이 상무위원에서도 해임된 정황들이 포착됐습니다.

‘조선중앙TV’가 1일 공개한 신년 경축대공연 사진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과 최룡해, 조용원.김덕훈,리병철 등 상무위원 5인이 모두 관람석에 함께했는데 박정천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전원회의에서도 ‘조직 문제’에 대한 의결이 끝난 후 주석단 1열의 박정천이 앉았던 자리가 비어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박정천 해임은 김 위원장의 2인자 그룹 관리와 국방 부문에서 성과가 신통치 않았음을 반영한 조치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인태 책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크고 작은 업무들을 전부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식의 통치 방식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아무리 고위직이라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때 그때 인물을 교체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잦은 군 지도부 교체는 그만큼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북한 안팎의 사정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인태 책임연구위원] “특히나 김정은의 통치방식이 중요한데 만기친람식 통치방식이 계속 점점 더 농후해지거든요. 모든 걸 다 유일영도체제에 집중시키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 밑에 있는 2인자, 3인자 이런 주요 직책들이 할 수 있는 재량권이 거의 줄어들거든요.”

리영길 신임 부위원장은 2016년 한때 한국에서 ‘처형설’이 돌았을 정도로 부침을 겪었지만 최근 군 총참모장, 국방상, 작전총국장 등 주요 보직을 오가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북한이 최근 대남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리영길이 새로운 군사정책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교체된 박정천이 주로 포병에서 경력을 쌓은 데 비해 리영길은 군단장 등을 역임한 야전과 작전통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새로 도입한 공세적인 전략과 전술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인물을 기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당 전원회의 결과는 이례적으로 대남 공세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했고 북한의 대남 도발 양상이 다양화하고 있다며 리영길 기용은 이에 부합하는 지휘부 교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다양한 대남 야전 경험은 리영길이 훨씬 많거든요. 2023년 이제 북한이 여러 가지 대남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런 것을 전반적으로 지휘할 인물로는 박정천 보다는 야전 경험이 더 많은 리영길을 통해서 더 강도 높은 대남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그에 대한 사전포석이다 이렇게 보는 게 낫겠죠.”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박정천은 포병 쪽으로 전문성이 두드러진 반면 리영길은 여러 분야를 섭렵한 만큼 전체적인 군부 관리에 더 적합해 보인다”며 “군부 인사 중에서는 유연한 성향에 속해 김정은 입장에서 관리하기 편한 인물로 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북한 군부 3인방으로 불리는 총참모장과 국방상, 총정치국장 중 두 자리도 교체됐습니다.

리태섭 총참모장은 사회안전상에, 박수일 사회안전상은 총참모장에 임명돼 자리를 바꿨고 국방상에는 리영길 후임으로 강순남 노동당 민방위부장이 임명됐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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