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국 서부의 대도시 LA지역에 올해 1월, 좀 특이한 주택 단지가 문을 열었습니다. 단지 이름은 초소형 주택들로 이뤄졌다고 해서, 일명 ‘타이니 홈 빌리지(Tiny Home Village)’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타이니 홈은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 기능만 가진 작은 집을 말하는데, 이곳 LA에서는 노숙자들을 위한 전용 시설로도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LA 노숙자들을 위한 타이니 홈 빌리지"
[현장음: 타이니 홈 빌리지]
미 서부의 대도시 LA의 웨스트레이크 지역에 타이니 홈 빌리지가 문을 열었습니다. 언뜻보면 대형 컨테이너 같게도 보이는 초소형 주택 56채가 들어서 있는데요. 현대적인 디자인에 세련된 색상까지, 흔히 생각하는 노숙자 시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LA 시의회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역 내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타이니 홈 빌리지라고 합니다. 대형 시설은 아니지만, 체계적으로 설계된 덕에 100명이 넘는 노숙자를 수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노숙자 드니스 씨는 LA에서 3년간 노숙자 생활을 하다가 타이니 홈에 입주했는데요. 두 명이 거주할 수 있는 작은 집에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가로세로 6㎡ 정도 되는 공간 안에는 침대와 선반, TV 그리고 냉난방 시설까지 다 갖추고 있습니다.
[녹취: 드니스]
드니스 씨는 자신의 생활 공간이 생겼다며, 주위 환경이 변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했습니다.
타이니 홈은 노숙자들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디자인됐는데요. 각자의 방 외에 화장실과 샤워 시설도 사용할 수 있고요. 입주자들에겐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까지 제공된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들이 시설에 있는 노숙자들의 재활과 구직을 돕고 있는데요. ‘도시연금술(Urban Alchemy)’이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파견된 타일러 커크패트릭 씨는 타이니 홈은 유사한 노숙자 시설들과 다른 점이 있다며, 그것은 바로 제약이 그렇게 많지 않은 점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타일러 커크패트릭]
커크패트릭 씨는 타이니 홈의 경우 통금시간이 없고, 약물 남용과 관련한 규정도 다른 곳과는 다르다고 했는데요.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했다고 해서 퇴소시키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시설에서 새로운 것을 해보거나 약물 중독을 끊어보겠다고 생각한 노숙자가 있으면 즉각 가서 도와줄 수 있는 복지사들도 있다고 했습니다.
커크패트릭 씨는 특히 약물 중독의 경우 새로운 환경 또는 우호적인 환경에서 재활 치료 성공률이 더 높은 편이라고 했는데요. 그렇다 보니 타이니 홈 빌리지에 기대를 거는 시선이 많지만, 일각에선 타이니 홈과 관련한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의 대표적인 신문인’ LA타임스’는 노스할리우드 지역에 자리 잡은 타이티홈 빌리지에 39채의 초소형주택을 들이는 데 500만 달러가 들었다고 보도했는데요. 하지만, 지역 당국은 타이니 홈 한 채를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5천~8천 달러 사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부 시의원들은 비용을 떠나 노숙자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타이니 홈 빌리지 사업을 지지하고 있는데요.
[녹취: 미치 오파렐]
민주당 소속의 미치 오파렐 LA 시의원은 이들 노숙자는 살아오면서 많은 외상과 고통,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지만 이들 역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들이 아니냐고 했습니다. 또 어느 시점에 가서는 이들도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며, 이런 노력이 바로 인도적이고 인정 많은 사회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올해 들어 새롭게 시작된 타이니 홈 빌리지는 이렇게 많은 관심을 끌고 있지만, 노숙자들을 위한 영구 시설은 아니라고 합니다. 빌리지에서 3개월~6개월 지내고 나면 임대료 보조 주택으로 옮겨야 한다는데요. 시 당국자들은 노숙자들이 계속 거주할 수 있는 보조 주택의 경우 현재 많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노숙자들이 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여성들을 위한 코딩 아카데미"
과학기술 산업계는 남성이 주도한다는 인식이 강한데요. 이런 통념을 깨고 과학 기술업계에 도전장을 내미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미 서부 워싱턴주 시애틀에 있는 비영리 단체 ‘에이다 개발자 아카데미(Ada Developers Academy)’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에이다 아카데미는 여성들을 위한 ‘코딩 부트캠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딩이란 컴퓨터나 전자기기에서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기초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코딩을 부트캠프 즉 군대의 신병훈련소처럼 집중적으로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겁니다.
레베카 무니즈 씨는 어릴 때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중남미계 여성으로서 기술산업계에서의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고 합니다.
[녹취: 레케카 무니즈]
대부분 백인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불편함을 느꼈다는 건데요. 통신업계에서 일했던 무니즈 씨도 에이다 아카데미의 수강생입니다.
에이다 아카데미의 부트캠프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가 되기 위해 6개월간 훈련을 받은 후 인턴 그러니까 견습생 과정에 지원할 수 있는데요. 에이다 아카데미는 성공의 의미에 있어 아주 큰 비전이 있다고 로런 세이토 원장은 설명했습니다.
[녹취: 로런 세이토]
에이다 아카데미에서 제공하는 훈련은 많은 여성의 삶의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고 또 매년 기술 산업계에 여성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는 겁니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에이다 아카데미처럼 컴퓨터 기술을 집중 교육하는 프로그램들이 열리고 있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 기술계에 여성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성공을 거두는 프로그램들도 있지만, 취업과 관련해 지나치게 광고를 하거나 너무 비싼 수업료를 받아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요. 에이다 아카데미의 경우 수업료가 완전 무료에 자녀 돌봄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도, 아카데미 등록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녹취: 레케카 무니즈]
무니즈 씨는 기술업계에 있으면서 울 때도 많았다고 했는데요. 어려움에 직면하는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울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업계에서 여성으로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 있고 또 부트캠프가 시간제가 아닌 전일 수업이기 때문에 가족과 아이들을 돌보며 공부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큰마음을 먹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녹취: 알리 이바라]
수강생인 알리 이바라 씨는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두려운 건 바로 실패하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사회 선생님이었던 자신이 새로운 경력에 도전하는 데는 큰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에이다 아카데미의 졸업생은 지금까지 300명이 좀 넘는데요. 졸업생의 94%가 기술업계에 취업하게 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졸업생들은 단순히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이 기술업계에 변화를 가져오길 바라고 있었는데요.
[녹취: 레케카 무니즈]
무니즈 씨는 사무실에서 본인 혼자만 유색 여성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에이다 아카데미는 현재 시애틀에서 진행 중인 부트캠프를 전국적인 프로그램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는데요. 미 전역에서 졸업생들이 배출돼 과학 기술업계에 변화를 가져오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