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군에 협조했던 수만 명의 아프간인들이 미국에 정착했습니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이들 아프간 난민을 돕기 위해 많은 미국 기업과 자선 사업가 그리고 민간단체들이 나섰는데요. 특히 현대 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기술과 기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아프간 난민 컴퓨터 지원 사업"
[현장음: 루팔 타나왈라 뉴스 보도]
작년 9월, 미국 중서부 인디애나주에 정착한 아프간 난민들을 위해 한 지역 기반시설 업체가 발 벗고 나섰다는 뉴스 보도가 나갔습니다. 이런 기업 후원이 가능했던 건 한 여성이 노력 덕분인데요. ‘아시아계 아메리칸 연합(AAA)’의 회장인 루팔 타나왈라 씨는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외곽에 마련된 아프간 난민 재정착 센터에 컴퓨터 지원 사업을 위해 4개월간 자신의 직장 근무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면서까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고 합니다. 타나왈라 씨가 이렇게 애쓴 이유는 바로, 난민들이 과학 기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녹취: 루팔 타나왈라]
인도에서 온 이민자 출신인 타나왈라 씨는 본인이 이민 왔을 당시 인도에선 첨단 기술을 전혀 접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민자로서 난민들이 영어도 못 하고, 새로운 문화를 빨리 체득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제는 취업이나 집을 찾으려 해도, 난민 혜택 지원을 요청하려고 해도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그래서 타나왈라 씨는 난민들에게 휴대용 컴퓨터 보급에 나섰다고 하네요. ‘아시아계 아메리칸 연합(AAA)’과 IT 기업 최고경영자(CEO), 정보 담담 임원들의 모임인 ‘정보∙경영 연구회(SIM)’ 그리고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의 후원으로 지금은 인디애나에 정착한 아프간 난민들에게 휴대용 컴퓨터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특히 인디애나폴리스에 본사를 둔 IEA라는 인프라∙에너지 회사는 인디애나주 ‘캠프 애터베리’ 군 기지에 마련된 아프간 난민 재정착 센터에 휴대용 컴퓨터를 지원하는 한편, 컴퓨터실을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아프간 난민 출신으로 난민 재정착 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소나 라흐마니 씨는 교실에 컴퓨터가 도착했을 때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녹취: 소나 라흐마니]
많은 아프간 어린이들은 휴대용 컴퓨터나 아이패드 같은 판형 컴퓨터를 가져본 적이 없다 보니 어떻게 사용하는지조차 몰랐고, 처음 첨단 기기를 보고는 무척 흥분했다고 하는데요. 아이들은 또 너무나 기뻐하며 관심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루팔 씨 역시 10살 난 난민 소녀, 살마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녹취: 루팔 타나왈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교실에 앉아,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는 소녀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는 겁니다.
타나왈라 씨가 주도한 ‘캠프 애터베리’의 컴퓨터 지원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미군 기지 내 아프간 난민 재정착 센터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애론 바트]
미 국토안보부가 아프간에서 데려온 협력 현지인들과 가족들을 재정착시키기 위해 마련한 ‘동맹 환영 작전(Operation Welcome Allies)’ 담당자 애론 바트 씨는 다른 미군 기지에서도 인디애나주의 소식을 듣고는, 컴퓨터 기부에 관심을 보이는 지역 단체들이 있고, 타나왈라 씨와 협력하고 싶어 한다며, ‘캠프 애터베리’에서 진행 중인 지원 사업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타나왈라 씨의 노력으로 500개에 달하는 중고 휴대용 컴퓨터와 태블릿 컴퓨터가 미 전역 8개 군기지로 배분됐는데요. 이런 컴퓨터 지원 프로그램은 현재 3개 군 기지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내 난민 재정착 시설 내 컴퓨터 보급에 나선 타나왈라 씨는 자신의 임무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요. 미국에 정착한 5만4천 명의 아프간 난민들이 모두 기술 기부 혜택을 보기를 희망한다고 했습니다.
타나왈라 씨는 이렇게 미국으로 오게 된 아프간 난민들을 돕는 이유에 대해, 이들은 아프간에서 미군들의 필요를 도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는데요.
[녹취: 루팔 타나왈라]
이들이 없었다면 아프간에서 영어 통역할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미군이 필요한 물자 등도 지원받지 못했을 거란 겁니다.
이렇게 아프간 난민들을 돕는 일이 타나왈라 씨에겐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는데요. 아들이 현재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에 다니고 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이민 1세대가 새로운 조국인 미국을 수호할 다음 세대를 길러내고 있는 건데요. 타나왈라 씨는 자신의 자녀뿐 아니라 또 다른 이민자들, 그리고 그들의 자녀를 위해 컴퓨터와 과학 기술이라는 새로운 미래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수면 질 측정 기술"
밤에 푹 잘 자고 나면 다음 날 하루가 상쾌하죠. 그런데 바닥에 머리가 닿기만 해도 잘 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잠들기 힘들어서, 또는 숙면을 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을 8시간으로 계산하면, 우리는 인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내는 셈이 되는데요. 그만큼 수면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하지만 자다가 뒤척이고, 깨기도 하는 등 수면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생기는데요. 미국에선 사람들의 수면의 질을 측정해 왜 자다가 깨는지, 잠을 깊이 자지 못하는지를 파악하는 기술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에이트슬립(Eight Sleep)’이라는 기업은 일명 ‘스마트 매트리스’라고 해서, 진동 감지 센서가 부착된 침대 매트리스를 선보였습니다.
[녹취: 알렌산드라 자타레인]
에이트슬립의 알렉산드라 자타레인 공동 창업자는 매트리스에 부착된 센서들이 마치 청진기처럼 사람이 자는 동안 방출하는 여러 주파수와 진동을 감지해 낸다고 설명했습니다.
수면 시간 동안의 체온과 호흡, 심박수, 몸을 뒤집는 횟수 등의 정보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하면, 다음 날 일어나 손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면의 질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네요.
신경과학자이자 뇌 활동 코치인 루이사 니콜라 씨는 에이트슬립과 협업하고 있는데요. 니콜라 씨는 스마트 매트리스를 비롯해 스마트 워치나 알림 앱 등의 수면 추적 기술은 사람들의 수면 건강에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루이사 니콜라]
예를 들어 자다가 15번 뒤척이고 돌아누운 것으로 나오면 잠을 설쳤다는 걸 알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8시간의 수면 시간 동안 수면 상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측정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 중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침대에서 자는 경우도 더러 있는데요. 에이트슬립의 분석에 따르면 그럴 경우 잠을 더 오래는 자지만, 수면이 질은 떨어진다고 합니다.
[녹취: 알렌산드라 자타레인]
자타레인 씨는 자면서 동물도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사람의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다른 사람과 함께 자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 함께 잔다면 동시에 잠자리에 들고 또 함께 깨는 것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에이트슬립은 스마트 매트리스가 수면질 측정에서 더 나아가 건강상의 문제가 될 수 있는 다른 요인들도 측정할 수 있는 기술로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했는데요. 잠들기 전 손전화나 전자 기기 등이 수면의 질을 해친다고 하지만, 또 한편으로 이런 첨단 기기를 이용해 수면의 질을 더 향상하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