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확진을 받은 인구도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확진자 중에는 심하게 앓다가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있고, 그냥 가벼운 감기처럼 앓고 지나간 사람들도 있는데요. 일부는 분명히 코로나 완치 판명을 받았는데도 여전히 증상이 남아있는, 장기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몇 달씩 후유증이 계속되기도 한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증세이고 또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 이야기, 코로나 장기 후유증 '포스트 코비드' 증후군"
[현장음: 미국 병원]
미국 여러 병원엔 지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퇴원한 뒤에도 여러 증상 때문에 병원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데요. 만성 피로, 그리고 ‘브레인포그(Brain fog)’라고 해서, 마치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되는 것, 불면증, 심장 질환, 숨 가쁨 등이 코로나 장기 후유증의 대표적인 증상들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공정의료(FAIR Health)’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가운데 15~20%가 몇 달씩 장기 후유증을 앓는다고 밝혔는데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사는 14살 시에나 양 역시 그중 한 명입니다.
[녹취: 시에나]
시에나 양은 1년 전 코로나 감염증으로 후각과 미각을 상실했었다고 하는데요. 그 뒤 미각이 돌아오긴 했지만, 맛을 느끼는 게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합니다. 뭘 먹어도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게, 꼭 고무 타는 냄새 같다고 했습니다.
의사들은 이렇게 코로나에서 회복되는 과정이 길어지는 걸 가리켜 ‘장기 코비드(Long Covid)’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렇게 느린 회복 속도를 ‘포스트 코비드(Post-Covid)’ 증후군으로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재닛 디아즈]
WHO의 재닛 디아즈 박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거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포스트 코비드 증후군이 발견되며, 보통 코로나 발현 후 3개월 정도 지속한다고 했는데요. 대안적 진단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질병이라고 했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가장 보편적인 증세를 총 18가지로 정리했는데요. 기침과 두통, 호흡곤란, 불면증, 심장 두근거림, 만성피로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녹취: 린다 젱]
스탠퍼드대학교 자선∙시민사회센터(PACS) 병원의 린다 젱 박사는 이 가운데 장기 후유증으로 가장 많은 것이 피로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런 피로감과 브레인포그를 함께 경험하는 환자들도 있다는데요. 브레인포그로 머릿속이 멍한 느낌이 지속되면서 사고력과 집중력, 기억력 저하까지 이어진다고 하네요.
젱 박사는 포스트 코비드 증후군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어려운 점이, 환자들의 일반적인 증세를 보고 포스트 코비드 증후군임을 판명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린다 젱]
젱 박사는 코로나 감염 이전에 없었던 증상들이 발현한 데 대한 분명한 시간적 상관관계가 있고, 건강상의 변화나 의료적 문제가 없다면, 다른 병으로 인한 증세일 가능성을 배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 장기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미국 전역에서 후유증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곳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습니다. 인터넷 소셜미디어 그룹 역시 코로나 장기 후유증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돕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감정의 변화나 불안감, 우울증 역시 코로나 후유증이 가져오는 흔한 증세라고 했습니다.
[녹취: 래니 본드]
코로나 장기 후유증 환자들을 돕는 단체인 ‘코로나 케어그룹(SSG)’의 래니 본드 씨는 환자 간호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환자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는데요. 미 국립보건원(NIH)은 최근 4억7천만 달러를 투입해 장기 코로나 후유증 증세에 대해 연구하고 치료법을 찾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뉴욕 패션 지속가능성 법안"
패션은 때때로 사회 운동과 결합해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대체로 패션업계는 과도함 또는 소비지상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데요. 하루가 다르게 변화는 유행을 선도하기 위해 패션업계는 과도한 경쟁을 일삼기도 하고 또 사람들에게 더 많은 소비를 할 것을 부추기니까요. 그런데 미 패션의 중심인 뉴욕에선 이런 패션업계의 행태를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현장음: 니콜 맥로글린]
패션 디자이너 니콜 맥로글린 씨가 오븐용 장갑을 이용한 재킷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왔다는 재킷은 여러 색의 두꺼운 천 장갑을 이어붙여 만들었는데요. 맥로글린 씨는 재활용품을 이용해 기존의 제품보다 더 나은 새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업사이클링 마법사’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현장음: 니콜 맥로글린]
맥로글린 씨는 재활용 가게에 나온 신발들로 만든 조끼를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마치 군용 조끼처럼 튼튼해 보입니다.
맥로글린 씨가 이렇게 패션 재활용에 나서게 된 계기는 대형 신발업체에서 디자이너로 일한 것이 계기가 됐는데요. 너무나 많은 양의 천과 신발 부품, 그리고 수십만 개의 시제품이 그냥 버려지는 것 보고는 패션 쓰레기를 줄여서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곤 이 작업에 매력을 느끼게 되면서 재생 가능한 패션 디자이너로 완전히 전향하게 됐다고 하네요.
[현장음: 니콜 맥로글린]
맥로글린 씨는 패션업계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여기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뉴욕주 의회는 패션업계의 이런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패션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 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부터 뉴욕주 상원과 하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일명 ‘패션법안’은 각 의류업체에 원자재 생산부터 제조, 발송, 노동자의 근로 환경까지 전 과정에 걸쳐 사회적인 영향을 분석해 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이 법안은 본사가 어디든 상관없이, 뉴욕에서 영업하며 연 매출 1억 달러 이상인 업체에 모두 적용되는데요. 법을 위반하면 연 매출의 2%까지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합니다.
뉴욕의 많은 패션 업체는 이런 입법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는데요. 친환경 패션을 추구하는 유명 브랜드 ‘스텔라 매카트니’ 역시 환영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녹취: 아자 로빈슨]
‘스텔라 매카트니’ 뉴욕 소호 매장 매니저인 아자 로빈슨 씨는 자신의 매장에선 동물의 가죽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식물이나 곰팡이 등 친환경 소재에서 만든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며 이는 기적과 같은 일이자 매우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 배출에서 패션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달합니다. 또 ‘재료∙폐섬유 재활용 연합(SMART)’은 대부분의 의류와 섬유의 재활용 또는 재생산이 가능하지만, 80%가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맥로글린 씨는 이런 행태를 이제 중단할 때라고 말했는데요.
[현장음: 니콜 맥로글린]
이것저것 만들어 보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라며, 주위에 쓰레기가 정말 많은데 이런 쓰레기가 보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보물이 된 쓰레기는 기후 변화를 늦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요. 패션 업계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 ‘패션법안’이 세계 최초로 뉴욕에서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