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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재앙 가까스로 모면"...러시아군, 유럽 최대 우크라이나 원전 점령


린다 토머스-그린필드(오른쪽)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4일 뉴욕에서 진행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 대사.
린다 토머스-그린필드(오른쪽)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4일 뉴욕에서 진행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 대사.

"간밤에 세계는 핵 재앙을 가까스로 피했다"고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4일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에서 말했습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회의는 앞서 발생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공격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습니다.

회의에서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군의 공격은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렸다"고 비난하면서, 원전을 장악한 병력을 즉각 철수하라고 러시아 측에 요구했습니다.

이날 러시아군의 행위는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러시아와 유럽에 있는 민간인들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지적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아일랜드 등 서방 주요국가 대사들도 회의 직전 기자회견을 열어 같은 요구를 내놨습니다.

이들은 "해당 지역(자포리아 원전 단지)에서 어떠한 군사 활동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전반적인 문제 해법은 러시아가 침공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전면 철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버라 우드워드 영국 대사는 "가동 중인 원전을 국가가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국제법과 제네바 협약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우드워드 대사는 이어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 와중이라도, 러시아는 핵(원자력) 시설 주변에서 전투를 삼가고, 안전을 담보해야한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면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프랑스 대사는 "원전에 대한 이번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자포리자 원전의 현재 상태를 점검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러시아군, '유럽 최대' 우크라이나 원전 점령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9일 째인 4일,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 일대를 점령했습니다.

러시아군은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남동부 에네르호다르 시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 단지에 포격을 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단지 내 행정·관리동과 훈련용 시설 등에 화재가 발생했으나, 몇 시간 뒤 진화됐습니다.

4일 러시아군이 포격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원전 단지에서 섬광이 보이고 있다. (폐쇄회로 TV 영상 캡쳐)
4일 러시아군이 포격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원전 단지에서 섬광이 보이고 있다. (폐쇄회로 TV 영상 캡쳐)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후 원전과 함께 주변 검문소 등 부속 시설의 통제권이 러시아군에 넘어갔다고 발표했습니다.

가동하지 않던 원자로 격실 1기가 일부 손상됐지만, 안전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원전 단지와 주변 지역의 방사성 물질 누출은 없다고 미국 정부와 IAEA에 통보했습니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장관은 "자포리자 원전에 있는 원자로는 강력한 격납 구조물로 보호되고 있다"며 "안전하게 가동을 중단한 상태로, 시설 주변에서 방사능 수치가 올라간 것을 보지 못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핵 테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원전 공격에 대해, 러시아가 '핵 테러'에 의존해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비극을 되풀이하려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를 제외한 어떤 나라도 원전을 공격하는 경우는 없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앞서,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군 공격으로 인한 화재로 "원전 동력 장치가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폭발 시 피해 규모는 체르노빌 사고보다 10배나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안드리 프라벤드니크 유엔 환경계획(UNEP) 우크라이나 대사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원전을 장악해 반인륜적 집단학살을 벌이려 한다"면서 "야만인들이 구조의 손길을 건네는척 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쳐들어와 도시, 기반시설, 시민까지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체르노빌 이어 자포리자까지

이로써 러시아군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북부에 있는 체르노빌 원전을 접수한데 이어 이날 자포리자까지 장악하게 됐습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전면 침공 감행 이후, 우크라이나의 남쪽과 동쪽, 그리고 이웃나라 벨라루스를 통한 북쪽 경로를 통해 진군하고 있습니다.

북쪽에 가까운 수도 크이우(아래 지도상 'Kyiv' · 러시아명 키예프)를 향한 진군은 체르노빌 점령 이후 진행이 더뎌진 것으로 파악되는 가운데, 남쪽에서는 주요 도시 헤르손(아래 지도상 'Kherson')을 장악한데 이어, 자포리자 원전 단지까지 점령하고 북진하는 중입니다.

우크라이나 지도에서 화살표가 러시아군 진격 경로. 살구색 영역은 러시아군이 장악한 곳이다.
우크라이나 지도에서 화살표가 러시아군 진격 경로. 살구색 영역은 러시아군이 장악한 곳이다.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 1995년에 지어진 대규모 발전 시설입니다. 유럽 최대 원전이고, 세계 10대 원전 중 하나로 꼽힙니다. 총 6기의 원자로에서 5천700MW(메가와트) 전력을 생산합니다. 이같은 수치는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사용의 약 25%를 담당합니다.

IAEA는 자포리아 시설 내 원자로 6기 모두 옛 소련이 개발한 가압경수로(PWR)로서, 1980~1990년대 건설돼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4일 "자포리자 원전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며, "원전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그로시 IAEA 총장은 전날(3일), 러시아군에 인질로 잡혀있는 체르노빌 원전 직원들이 심리적 압박과 탈진 상태에 빠져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로시 총장은 관련 성명에서 "체르노빌 현장 근무자들이 외부로 연락하거나 이동할 수 없고 제대로 된 정비·수리 작업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공동 호소문을 우크라이나 정부와 규제당국으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제사회 강력 비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자포리자 원전 화재 상황을 살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측에 역내 군사 행동을 중단하고 소방대원과 긴급구조대 현장 접근을 허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울러, 에너지부 등 미국 정부 관계 당국에 현지 상황 진전을 면밀히 점검하도록 지시하고, 정기적으로 상황보고를 받기로 했습니다.

보리스 존스 영국 총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무모한 행동이 이제 유럽 전체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규탄했습니다.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장관은 ABC 인터뷰에서, 원전 공격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벌이는 전쟁의 무모함과 위험성을 보여준다"며 "국제법의 모든 측면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군의 원전 공격이 "이번 전쟁의 무모함과 종식의 중요성, 모든 러시아군의 철수와 성실한 외교적 노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이날(4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침을 밝히고, 가스 금수 조치까지 포함한 "모든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상황 악화시킬 필요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주변국을 향해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4일) TV 연설을 통해 "이웃나라들을 향해 아무런 나쁜 의도가 없다"며 "그들도 상황을 악화시기지 말라고 충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여기서 관계를 악화시키거나 심각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모든 행동은 러시아연방을 향한 적대행위에 대응하는데 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 모스크바 외곽 관저에서 화상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 모스크바 외곽 관저에서 화상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아울러 이웃국가들을 향해 "어떤 규제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우리는 책무를 계속 이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군사행동 '목적 달성' 의지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행동 목적을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밝혔습니다.

크렘린궁은 3일 정상 간 통화 후 내놓은 보도문에서 이 같은 대화 내용을 소개하고,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중립화가 정전 조건임을 못박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보도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특별군사작전에서 러시아는 군사범죄를 저지르는 민족주의 무장조직 대원들과의 가차없는 싸움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통화에 관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공격 중단을 요구했으나 "지금으로서는 그가 거부했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미, '나토 영토 수호' 원칙 확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4일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나토 영토 방어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나토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우리는 방어적 동맹이며 물리적 충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충돌이 닥쳐올 경우 준비돼 있으며, 나토 영토를 1인치까지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1일 국정 연설에서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서쪽으로 더 움직이려고 결정할 경우, 나토 동맹국들의 영토를 1인치까지 수호할 것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나토,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금지구역 설정 거부

이날(4일) 나토는 우크라이나가 앞서 요청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거부했습니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나토)는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의 일부가 아니"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우리는 나토 동맹으로서, 전쟁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확대되는 것을 예방할 책무가 있다"며 "(확전될 경우) 더욱 위험하고 파괴적이며, 주민들의 고통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비행금지구역을 집행하는 유일한 길은 나토 전투기를 우크라이나 영공에 보내는 것"이고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함으로써 단속하는 것"이라면서,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이 4일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기자회견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왼쪽) 미 국무장관이 4일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기자회견하고 있다.

-미-러 국방당국 핫라인 구축

이런 가운데, 미 국방부는 러시아와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새로운 군사 핫라인(직통 연락선)을 개설했습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일부터 핫라인을 가동하고 있다고 3일 언론에 밝히고, "오판과 군사적 분쟁,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7일 러시아의 핵전력을 '특별 전투임무 체제'에 돌입시킬 것을 국방장관에게 지시한 바 있습니다. 다음날 러시아 국방부는 관련 명령이 이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연기하며 긴장 조절에 나섰습니다.

한편 미 국방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접경지역에 배치했던 병력의 90%를 현재 우크라이나 내부에 투입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으로 병력을 추가 이동하는 징후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100억 달러 추가 지원 자금 조성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 100억 달러 편성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습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해당 자금이 "우크라이나와 주변 지역에 인도적 지원과 안보, 경제 원조를 제공하는 데 집행될 것"이라고 3일 설명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방위 장비와 비상 식량 조달, 그리고 주변국 미군 주둔 비용에 해당한다고 OMB 측은 밝혔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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