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엿새 째인 1일,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와 제2 도시 하르키우(러시아명 하리코프)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러시아는 전날(28일) 우크라이나와의 첫 정전 협상이 아무 성과없이 끝나자마자, 민간 지역에 폭격을 가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며칠 안에 크이우를 포위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고 이날 미 국방부 고위 관리가 밝혔습니다.
현장 위성 사진을 보면 탱크와 장갑차, 자주포, 군수 트럭 등 60km에 달하는 러시아군 행렬이 크이우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국제법상 금지된 대량살상무기인 '진공폭탄'을 썼다는 주장도 우크라이나 측에서 나왔습니다.
옥사나 마르카로바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28일) 미 의회 의원들을 만난 뒤 이같은 내용을 언론에 밝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하려는 파괴는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마르카로바 대사는 또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처럼 행동하는 러시아가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고 있다고 본다"며, "민간인 주거지역과 고아원, 학교, 유치원을 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관련 보도를 봤으나 러시아가 해당 무기를 사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것이 진실이라면, 전쟁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러시아 중앙은행·국부펀드 제재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를 확대,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를 대상에 올렸습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28일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조치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이 미국 내에 소유한 모든 자산은 동결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번 조치는 미국인이 러시아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또는 러시아 재무부와 어떤 종류의 거래에도 관여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오늘 우리가 취한 전례없는 조치로 러시아의 자산에 대한 접근은 심대하게 제한될 것"이라며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해 기대고 있는 펀드도 목표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도 제재를 받게됩니다. 또한 이 펀드 최고경영자(CEO)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에프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미국은 앞서, 유럽연합(EU) 등 주요 동맹들과 함께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제외하는 제재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유엔 주재 러시아 외교관 추방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 외교관 12명에게 스파이 혐의를 적용해 추방합니다.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올리비아 달튼 대변인은 28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 대표부 소속 정보담당관 12명이 미국에 머물 권리를 악용해 간첩 활동을 해왔다"고 밝히고, 이는 "우리(미국) 국가안보에 적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외교관들의 추방 절차 돌입을 유엔 측과 러시아 대표부 양쪽에 통보했다고 달튼 대변인은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측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바실리 네벤쟈 주 유엔 러시아 대사는 28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방금 미국 당국이 러시아 대표부를 상대로 또 하나의 적대 행위를 했다는 정보를 받았다"며 추방 통보를 받은 사실을 밝혔습니다.
네벤쟈 대사는 "이는 슬픈 소식"이라며, "유엔과 미국 사이의 소재국 협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간 인명 피해 증가
28일 유엔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사망 102명을 포함해 406명에 달합니다.
또한 러시아군의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어지면서, 피란민 약 50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떠났습니다.
-푸틴, 우크라이나 비무장·중립화 요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차 정전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양측 정부가 확인했습니다.
28일 벨라루스 정부가 제공한 장소에서 진행된 1차 협상은 별다른 합의없이 마무리된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즉각 전투 중단과 러시아군 철수를 요구했습니다.
러시아 대표단 측은 "우리가 합의를 기대할 수 있는 사안들을 찾았다"며 "다음 협상이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2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비무장화와 중립화를 거듭 요구했습니다.
크렘린궁 측은 이같은 요구 사항이 러시아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며, 정전 협상의 실질적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력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동쪽으로 확장하고 우크라이나가 합류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해왔습니다.
-미, 러시아발 '핵전쟁' 우려 일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일으킬 수 있는 핵전쟁에 관한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미국인들이 핵전쟁을 우려해야 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핵 경보 수준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고, 미 국방부도 전략적 억지 태세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관련 브리핑에서 "상황을 계속 검토하고 분석·감시하고 있다"며,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미국의 전략적 억지 태세와 미국 영토·동맹국에 대한 방어 역량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27일) 핵전력을 '특별 전투임무 체제'에 돌입시킬 것을 국방장관에게 지시한 바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같은 지시의 배경에 관해, 나토 지도자들이 러시아를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하고 있으며, 강력한 경제 재제를 가하며 위협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