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공항은 만남의 설렘과 헤어짐의 애틋함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먼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다들 흥분되고 기대에 찬 표정인데요. 하지만, 비행기가 연착될 경우, 여행객들은 꼼짝없이 공항에 발이 묶여 속절없이 기다리고만 있어야 합니다. 그때의 스트레스와 피로감은 여행의 설렘마저 싹 잊게 만드는데요.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LA 국제 공항에 가면 이런 여행객들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게 해주는 특별한 존재가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LA 공항에 등장한 치유견"
[현장음: LA 국제 공항]
LA 국제공항에 빨간색 조끼를 입은 개들이 돌아다닙니다. 견주들도 같은 빨간색 티셔츠를 입다 보니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데요. 이들 개는 비행기에 탑승하려고 공항에 온 게 아닙니다. 바로 자신의 임무를 다하러 온 건데요. 써지오, 클라우스, 몬티라는 이름의 세 마리 강아지가 나타나자 여행객들이 크게 환영하며 개들을 쓰다듬어 줍니다.
[현장음: 여행객들]
동물 애호가이자 유기견 구조대원이기도 한 하이디 호브니 씨는 지난 2013년, ‘여행객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개들(PUP)’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이날 공항에 나타난 강아지 삼총사 역시 이 프로그램 소속된 애완견들이죠.
PUP은 창설 이후 지난 9년간,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와 치유견이 투입돼 지금까지 수천 명의 여행객들에게 기쁨을 선사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하이드 호브니]
호브니 씨는 여행을 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럴 때 치유견이 있으면 위로가 된다며 여행객들은 개들 덕에 숨통을 틔우고 행복감을 누릴 수 있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
여행객들 역시 이런 혁신적인 서비스에 만족감을 드러냈는데요.
[녹취: 태라]
이 여행객은 공항의 치유견이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다며, 오랜 비행에 지쳐 내리자마자 개들을 보게 돼 정말 기쁘다면서, 원래부터 개를 정말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녹취: 미셸]
또 다른 여행객은 비행기가 연착됐는데 이렇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가 있어 너무 좋다며, 애완견은 모두를 미소 짓게 한다고 했습니다.
PUP 개들 덕에 행복한 사람들은 여행객뿐만이 아닙니다. LA의 공항의 직원들이야말로 공항 치유견의 가장 큰 팬들인데요. 비행을 위해 바삐 움직이는 비행기 조종사들도 치유견들을 보면 가던 길을 멈추고 개들을 쓰다듬곤 하죠.
빨간 조끼에 “나를 쓰다듬어 주세요”라는 글귀처럼, 공항에 있는 그 누구든 치유견을 쓰다듬으며 잠깐의 위로와 행복을 얻습니다.
[녹취: 넬리]
LA 공항의 직원인 넬리 씨는 치유견들이 모두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며, 개들은 편안함을 주는 존재라고 했습니다. 넬리 씨는 자신이 일하는 책상 옆에다 온종일 이 개들을 두고 싶다고 했죠.
자신의 반려견을 공항에 데리고 나온 PUP의 자원봉사들 역시 봉사를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는데요. 특히 지금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힘든 때, 사람들이 개들 덕에 단 몇 초 만에 미소 짓는 모습을 보는 것이 흐뭇하다고 했습니다.
[녹취: 티파니 부쳐]
PUP 자원봉사자인 티파니 부쳐 씨는 지나가던 여행객들이 개 옷에 적힌 대로 쓰다듬어 줘도 되냐고 물어본다며, 그때마다 “그럼요, 와서 개와 인사하고 쓰다듬어 주세요”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잠시라도 사람들이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행복을 선사하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냐며,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다르게 만들어 주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했고요.
[녹취: 비 솔로몬]
또 다른 자원봉사자 비 솔로몬 역시 이 일이 큰 기쁨이라며 자신의 반려견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PUP 견주들은 반려견들이 빨간색 유니폼만 봐도 흥분한다며, 개들 역시 자신들의 봉사 활동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호브니 씨는 누구나 자원봉사자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유일한 조건은 견주도 개도 이 일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과학기술이 접목된 하이패션"
첨단 과학 기술은 산업계를 넘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요즘은 과학 기술이 접목되지 않은 분야를 찾기 힘들 정도인데요. 패션계 역시 과학 기술과 만나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모델 켈리 낙스 씨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팔목 아래가 없이 태어났는데요. 낙스 씨에게 의수는 손을 대신하는 도구이기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장신구입니다. 예술가인 소피 드 올리베라 버라타 씨는 낙스 씨를 위해 하나의 보석과 같은 아크릴 의수를 만들어 줬는데요. 다양한 재료와 세련된 디자인은 누가 봐도 단순한 의수가 아니라 예술작품임 알 수 있습니다.
[녹취: 이바 손톤]
미 동부 버지니아주 ‘터브먼 미술관’의 이바 손톤 부관장은 예술가 버라타 씨에 대해, 의수라는 움직이는 보석을 통해 장애인들이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버라타 씨는 동료 예술가들은 물론, 과학자들, 의수 제작자들과 협업해 작업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버지니아 로어노크에 있는 터브먼 미술관에서는 이처럼 과학이 접목된 패션 의복과 장신구들이 전시돼 있는데요. 전시물들은 앞으로 과학이 어떻게 패션으로 변모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미술관엔 안면인식 기술을 속일 수 있는 놋쇠로 만든 마스크가 전시돼 있는가 하면, 최첨단 3D 기술을 활용한 옷과 신발, 장신구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한편,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일부 디자이너들은 친환경 재료를 활용해 패션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습니다. 곰팡이 균사체를 만든 옷과 해조인 바닷말을 이용한 원피스, 베드민턴 셔틀콜을 재활용한 재킷 등은 재료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답게 제작됐죠.
[녹취: 이바 손톤]
손톤 씨는 이 작품들을 통해 사람들이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좀 더 가지고 패션의 생산방식이나, 어떻게 3D 기술 또는 바이오 소재를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바로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들이 바라는 점이라고도 했습니다.
패션이 과학을 만나자 이렇게 미래지향적인 작품들이 탄생하고 있는데요. 과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과학이 접목된 패션 또한 앞으로 또 어떤 획기적인 작품들을 내놓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