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대선을 통해 선출될 차기 한국 대통령은 인권이 평화의 걸림돌이란 북한 정권의 노선을 반영하는 현 정부의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가 말했습니다. 또 미국과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관련 특사와 대사를 조속히 임명해 유엔에서 북한 인권 증진 방안을 주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코헨 전 부차관보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 주민들의 민생과 인권 상황이 최근 더 악화했다는 평가가 유엔과 정부, 민간단체 보고서 등을 통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어떤 문제를 가장 시급히 다뤄야 할 과제로 보십니까?
코헨 전 부차관보) 북한 지도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유로 내린 봉쇄와 주민들의 국경 접근 제한 조치가 매우 심각합니다. 필요 이상의 가혹한 대응 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식량과 의약품 부족, 기아와 영양실조, 주민들의 광범위한 건강 문제, 그리고 장마당 규제로 경제 생존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의 코로나 백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건강 보호에 실패한 거죠. 따라서 가장 시급한 것은 국제 인도주의 기구들이 북한으로 돌아가 이런 문제 해결을 돕고 북한이 백신을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국제 노력을 강화하는 겁니다. 아울러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서 북한 내부 이동과 국경 밖으로 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도 필요합니다.
기자)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개선 조치에 아직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겉으로만 인민생활 개선을 강조하지 실질적으로는 최근 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무기 개발에 계속 초점을 맞추고 있고 민생을 먼저 챙기라는 국제사회의 권고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 저는 그래서 대북 제재와 이행이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는 북한 정권에 제재를 가하는 이유와 어떤 환경에서 제재를 해제할 수 있는지를 북한 지도부에 계속 주지시켜야 합니다. 북한 정권이 구체적으로 해야 할 조치를 제시해 국가자원을 (민생보다) 핵무기 개발을 위해 사용하는 행태를 바꾸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대북 방송을 통해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 지출이 주민들의 농업 개발과 식량 안보, 보건체계, 생활 수준을 저하시키는 핵심 이유란 사실을 알려줘야 합니다. 국제사회는 또 한국의 경제·정치 발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방식이 북한과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강력히 공론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그들의 정부 정책 때문에 북한보다 훨씬 더 잘살고 있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 특히 청년들이 전적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 정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주요 자금을 핵무기에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을 주민들이 알게 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바이든 행정부는 “전반적인 대북 접근법에서 인권을 계속 우선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에 비해 뚜렷한 행동이 없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어떤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코헨 전 부차관보) 바이든 행정부가 해야 하고 필요한 것은 북한인권특사를 다시 임명하는 겁니다. 특사가 5년째 공석입니다. 적어도 특사 지명을 발표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인권특사는 인권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이것을 전반적인 정책에 통합시키는 방안과 동맹국들과 통일된 목소리를 조율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 어떤 사안을 먼저 제기해야 하고 향후 협상에서 이를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서도 관여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특사를 임명할 것이란 약속을 하루빨리 지켜야 합니다. 미국 정부는 또 북한에 외부 정보 유입을 늘리는 전략을 더 개발해야 합니다. 정치범수용소 등 가장 취약한 계층에 접근할 방안도 끊임없이 찾아야 하고요. 미국은 북한과 협상하지 않을 때도 비공개 라인이나 공식 성명을 통해 인권 개선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보내야 합니다. 인권은 미국의 법과 정책, 안보의 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한반도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말씀하셨듯이 국무부의 북한인권특사는 5년째 공백입니다. 또 한국의 북한인권법이 명시한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4년 반,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도 1년 반째 공석입니다. 게다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6년 임기를 곧 마칩니다. 이런 주요 직책들의 장기적인 공백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코헨 전 부차관보) 정부들의 인권 옹호와 전략적 계획에서 상당한 격차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 사안을 주도해야 할 미국과 한국의 현주소입니다. 두 나라 모두 북한인권특사와 대사가 없습니다. 이 직책은 다른 나라들과 유엔에서 북한 인권을 어떻게 진전시킬지 전략적 비전에 대한 옹호 계획을 세웁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과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후임자가 충원되겠지만 이 시기가 미국과 한국의 공백기와 겹친다는 게 우려스럽습니다. 이런 공백 상황에서 누구 이익을 얻겠습니까? 북한 정부밖에 없을 겁니다.
기자) 유엔인권이사회가 오는 6월에 새로운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임명합니다. 지금까지 태국의 법학 교수인 비팃 문타폰, 인도네시아 검찰총장 출신인 마르주끼 다루스만, 그리고 아르헨티나 출신의 현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변호사가 보고관을 맡았는데, 지난 6년간 노력이 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에 복귀한 미국이 후임자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코헨 전 부차관보) 저는 미국과 서방국들이 유능하고 효과적이며 북한 인권을 증진하는데 매우 헌신적인 적임자를 선정하는 데 분명히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엔의 특성상 특별보고관의 실질적인 임명 과정은 약간 투명하지 않게 진행되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좋은 후보들의 추천과 표결, 임명 과정에서 인권을 중시하는 서방국들이 유익한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한국 대선이 3월에 실시됩니다. 미국의 휴먼라이츠워치는 13일 연례보고서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인권 운동가들을 탄압하고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차기 한국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으신가요?
코헨 전 부차관보) 우선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복지에 대해 연대감을 표시해야 합니다. 정부 대 정부 관계를 넘어 주민들과 연결하고 그들에게 모범이 돼야 합니다. 둘째로, 2016년에 채택한 북한인권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북한인권재단 예산을 복원해야 합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하고 한국이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다시 동참해야 합니다. 지난달 유엔총회가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은 60여 개 나라가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 채택됐지만, 한국은 이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들 나라들은 한국 정부가 ‘비핵화는 인권을 외면하는 데 달려있고, 인권은 평화의 걸림돌’이란 북한 정권의 노선을 한국이 반영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말하고 선전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본질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인 거죠. 차기 한국 정부는 이런 입장을 바꿔야 합니다. 또 북한에 장기간 억류 중인 한국인 6명의 석방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자) 끝으로 새해를 맞아 북한에는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신가요?
코헨 전 부차관보) 미국과 외부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이 겪는 기아와 정치적 압제, 의료 보건의 한계, 발전 결여로 인한 고통을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도 북한의 개혁을 계속 압박할 것이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은 계속해서 북한에 대한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촉진하고 인권 범죄에 대한 책임 추궁을 모색해 나갈 겁니다. 향후 인권 범죄자들에 대한 재판에 대비해 정보를 수집하고 북한 지도부가 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하도록 지속해서 압박할 겁니다. 세계는 북한 주민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북한 주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계속 압박해 나갈 겁니다.
지금까지 북한 인권 문제 개선 방안에 관해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의 견해를 들어 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