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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러셀 전 차관보] “종전선언은 ‘나쁜 생각’…‘안미경중’ 벗어나야”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한국의 모호한 외교 정책은 중국의 더 큰 압박만을 불러올 것이라고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경고했습니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미·중 사이에서 억지 균형을 추구해선 안 된다는 지적인데요. 종전선언을 ‘나쁜 생각’으로 규정하면서, 막연한 기대에 따른 양보가 아니라 북한 위협에 대한 방어와 억제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러셀 전 차관보는 오바마 행정부 2기 시절 활동했고, 이후 뉴욕의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을 맡아왔습니다. 러셀 전 차관보를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중단한 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출범 1년을 맞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I’m very sympathetic to the dilemma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faces, because when N Korea refuses to negotiate, a process to making diplomatic progress that door is closed. In addition to that when China is unwilling to cooperate with the U.S. because of strategic rivalry and mistrust in the relationship, the door to applying effective leverage on Pyongyang is also closed. So what that means is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very few options, certainly a few good options.”

나는 바이든 정부가 처한 딜레마에 공감합니다. 북한이 협상을 거부할 때는 외교적 진전을 낼 수 있는 ‘기회의 문’은 닫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으로 인해 협력을 거부하고 있을 때는 북한에 효과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는 ‘기회의 문’도 닫혀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좋은 선택지’는 고사하고 북한에 대한 선택지 자체가 별로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기자) 이럴 때 중요한 점은 무엇입니까?

러셀 전 차관보) “I think the key thing, and they’ve been successful so far, is avoiding making mistakes. You know a classic mistake in dealing with N Korea is to negotiate with yourself, to offer concessions to the DPRK, in hopes that that will lead to something, maybe put Kim Jong Un in a better mood or reassure them, sort of throw bait in the water hoping that the fish will come. You know an example of that is the end-of-war declaration. Which is not something the N Koreans are asking for. It’s not something that’s going to improve the situation. And I think the Biden team has been wise in not going along with that bad idea, but not getting into a fight with Seoul about it either.”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핵심은 실수를 피하는 것이고, 바이든 정부는 잘해 왔습니다.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인 실수는 자기 스스로와 협상하는 것이죠. 김정은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해, 북한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막연하게 좋은 결과를 기대하면서 먼저 양보하는 것입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에 미끼를 던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하나의 예가 종전선언입니다. 북한인들이 요구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바이든 팀은 현명하게 그 ‘나쁜 생각’에 장단 맞추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 정부와 종전선언 때문에 싸우고 있지도 않습니다.

기자) 종전선언을 왜 ‘나쁜 생각’이라고 평가하시는 거죠?

러셀 전 차관보) “You know, just as a starting point, please show me one single piece of paper, one agreement that the DPRK has signed with the ROK,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at the DPRK has honored. So it really calls into question, what is this actually going to accomplish? I think what it would do is to strengthen Pyongyang’s argument that all U.S. troops need to leave the Korean Peninsula, that somehow is the problem that’s inconsistent with the current situation now that the quote unquote war has been declared over. And what’s more concerning is that today China is actually more likely than not to support that line, that the U.S. troops should leave the Korean Peninsula. So that’s why I think it’s a bad idea”

그 질문에 답하기 전에, 북한이 서명한 뒤 지킨 합의문이 단 한 장이라도 있다면 가져와 보세요. 한국이나 국제사회 누구와도 북한이 합의를 지킨 적이 있습니까? 따라서 종전선언이 과연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예상하는 결과는 이것입니다. 모든 미군이 한반도를 떠나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만 강화시키겠죠. 소위 ‘전쟁이 끝났다고 선언된 상황’에서 주한 미군 주둔은 모순적이니까요. 더욱 우려되는 점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중국 또한 주한미군의 한반도 철수를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쁜 생각이라고 한 것입니다.

지난 2020년 4월 서울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2주년 행사가 열렸다.
지난 2020년 4월 서울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2주년 행사가 열렸다.

기자)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이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바마 정부에서 대북 정책을 담당하셨는데 이런 지적에 동의하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As far as strategic patience, the Obama policy was that we were open to providing benefits to N Korea and to unwinding sanctions if and only if, N Korea began to make meaningful progress to come into compliance with the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But on the other hand if we saw them begin to take meaningful steps in that direction, we have no problem at all reciprocating. We wanted to create a virtuous cycle. I also think that what I’ve just described as the Obama strategy really doesn’t sound or feel all that different from what the Biden team is trying to do.”

전략적 인내에 대해 말하자면, 오바마 정부 (대북) 정책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준수하고 의미 있는 진전을 낼 때만이 제재를 완화하고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이 의미 있는 방향으로 가면 우리는 이에 상응하겠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선순환을 만들고자 했죠. 제가 설명한 오바마 때 기조가 지금 바이든 팀이 추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기자) 동아태 차관보 재임 당시 북한에 대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라고 거듭 촉구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의미한 것입니까?

러셀 전 차관보) “So the way that I described, what the U.S. government was looking for from N Korea were, first of all credible and authentic steps towards denuclearization. And by credible we meant not just promises, because N Korea doesn’t have any credibility when it comes to pledges and promises, to be credible there had to be things that N Korea was actually doing. That were tangible and concrete. And what we meant by authentic was that they were about the nuclear program that in some way actually moved in the direction of halting and rolling back the illicit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미국 정부가 당시 북한으로부터 원하던 것은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들이었습니다.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북한의 약속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을 말하는 것이었죠. 진정성 있는 조치는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축소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기자) 북한은 2017년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습니다. 오바마 정부 당시 북한에 대입했던 비핵화 기준을 여전히 적용할 수 있을까요?

러셀 전 차관보) “I think the big difference isn’t N Korea’s self-declaration of its nuclear status... But right now, the big difference is that it has no intention of even discussing them. N Korea’s position seems to be heading in the direction of saying we’re willing to talk to the U.S. and the other five nuclear powers as a peer nuclear state ourselves and we’re willing to talk not about our disarmament, but possibly about mutual arms reductions and maybe about arms control. And that’s simply not a basis on which the U.S. should be willing to negotiate.”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자처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큰 차이는 지금은 북한이 비핵화를 논의할 의사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미국을 포함한 5대 핵보유국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상호 군축과 통제를 논의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미국이 (북한과) 협상에 임할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와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지난해 10월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했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왼쪽)와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가운데),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지난해 10월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회담했다.

기자)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지금 상황에서 미국은 어떤 접근법을 취해야 합니까?

러셀 전 차관보) “You can’t negotiate with the N Koreans because they don’t want to negotiate and you can’t put pressure on N Korea sufficiently to force it to not only negotiate but to make and implement concessions if China is working against that goal, is working at cross-purposes, is backing the DPRK. And so unless and until the US-China relationship somehow gets back on a constructive track where the Chinese Communist Party is again willing to work with the U.S. administration in an effort to implement th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en the pressure track and diplomatic track are very unlikely to yield any success. So what that leaves us with, in my opinion is the three Ds. You could call it Defense, Deterrence and Denial.”

북한은 협상을 원하지 않고, 중국은 북한을 후원하며 미국과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충분한 압박을 가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미중 관계가 다시 건설적인 노선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그리고 중국 공산당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이행하고 미국과 협력할 의사가 생기기 전까지는 북한에 대한 압박 노선과 외교적 노선이 모두 성과를 낼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에 남은 것은 ‘3D’ 다시 말해 방어, 억제, 거부 전략입니다.

기자)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러셀 전 차관보) “So ‘Defense’, namely deploying systems that can protect Japan, that can protect Korea, that can protect the U.S., can protect Australia, that can significantly block safeguard against N Korean attacks thereby degrading the value of N Korea’s offensive nuclear capabilities. The second ‘Deterrence’ means that we need capabilities and we need policies that would really serve to convince the Kim family that for them to use those weapons or even to come too close to the line of threatening to use them would be regime threatening, life threatening. And‘Denial’ notwithstanding my point about the Chinese, still to do as much as we can to tighten the net, the web of international safeguards and the sanctions that impedes N Korea’s ability to obtain resources. I think obviously the U.S. is going to always remain open to dialogue and to diplomacy but needs to be realistic and it needs to focus on prevention.”

‘방어’는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일본, 한국, 미국, 호주 등을 상당히 보호할 수 있는 체계를 배치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 공격 능력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이죠. ‘억제’는 김씨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협박하기만 해도 그것이 정권 불안정, 생명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주지시키는 미국의 정책과 능력을 말합니다. ‘거부’는 북한이 자원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는 국제 보호 장치망을 더욱 조이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은 언제나 북한에 대한 대화와 외교에 열려 있겠지만 예방에 집중하고 현실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 한국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이 지난해 말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략적 경쟁이 심화하는 미중 사이에 한국의 위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러셀 전 차관보) “I think that the ideas that ROK cooperate with the U.S. on security issues and with China on the economy is wishful thinking. I don’t believe life works that way, certainly not that neatly. There is no wall that separates national security from the economy. They’re closely intertwined. And we know from experience that if Seoul shows Beijing that the S Korean government is vulnerable to economic pressure then you can be absolutely certain that S Korea is going to be subject to a lot more economic pressure from Beijing. That’s the way it works. Clearly geographically, strategically for so many reasons, the ROK has an important and complicated relationship with China and the ROK has plenty of good reasons to be uneasy if not afraid of what the PRC may do and can do. But today it’s not like China is being at all helpful on N Korea policy right? So it’s not a matter of trying to be one S Korea with the U.S. and a different S Korea with China. I don’t think that works. I think that the only answer is for the government in Seoul to stand up for itself, to be true to its values and to stay focused on both its national interests but also the larger regional interest.”

“한국이 미국과 안보에서 협력하고 중국과 경제에서 협력하겠다는 것은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그렇게 깔끔하게 구분되지 않으니까요. 국가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는 장벽은 없습니다. 둘은 긴밀히 연계돼 있습니다. 또한 경험에 비춰볼 때, 한국 정부가 경제적 압박에 취약함을 노출하면 중국으로부터 더욱 큰 경제적 압박을 당한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지리적, 전략적 이유로 한국은 중국과 중요하고도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중국의 보복을 한국이 두려워하고 불편해할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중국은 대북정책에서 아무런 도움도 안 되고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한국이 미국에는 이런 모습, 중국에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권리를 옹호하고, 자국의 가치를 지키며, 국익과 역내 이익에 집중해야 합니다.

진행자)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차관보로부터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과 동맹 현안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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