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절 가운데 하나인 크리스마스입니다. 12월 25일인 크리스마스는 기독교의 축일로 아기 예수가 탄생하는 날이라고 해서 성탄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크리스마스를 즐깁니다. 미국에선 12월 초부터 집과 건물 등이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지고, TV와 라디오에선 크리스마스 노래인 캐럴이 울려 퍼지죠. 그리고 미국 곳곳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열리는데요. 미 동부 버지니아주에 가면 사람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끄는 특별한 길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홀리데이로드’에서 즐기는 크리스마스"
[현장음: 홀리데이 로드]
버지니아 리스버그의 한 공원. 해가 지자 화려한 불빛들이 켜지며 마법과 같은 크리스마스 세계가 펼쳐지는데요. 이곳은 바로 리스버그 모번 공원에 문을 연 홀리데이로드(Holiday Road)입니다.
[녹취: 스테이시 메트칼프]
모번 공원의 스테이시 메트칼프 최고경영자(CEO)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눈 속을 걷는 기분도 느낄 수 있고, 크리스마스트리가 가득한 숲도 만날 수 있고, 아프리카 문화를 보여주는 콴자 장식물도 볼 수 있고, 전통적인 성탄 조형물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거기다 공원에 자리 잡은 오래된 저택, 맨션이 화려한 전구로 장식된 모습도 볼 수 있고, 수많은 전구로 장식된 빛의 터널도 통과할 수 있다며, 정말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홀리데이로드의 총 길이는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1km 정도 되고요. 입장료는 1인당 30달러 정도 되는데요. 방문객들은 홀리데이로드에서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 홀리데이로드의 앤드루 쇼텔 씨는 설명했습니다.
[녹취: 앤드루 쇼텔]
길을 따라 걸으면 총 25개의 다른 주제로 꾸며진 장면들을 보게 되는데 주제마다 음악과, 조명, 장식 등이 다 다르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가족이 됐든, 어린이가 됐든 그 누구나 즐길 수 있고 연인들의 데이트나 가족 이벤트로도 그만이라고 했습니다.
25개의 주제 가운데는 크리스마스 마을을 작은 모형으로 만든 미니어처 크리스마스 타운도 있는데요. 미 남부 텍사스에서 온 크리스틴 하싼 씨 가족은 이 곳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틴 하싼]
장식과 전구 장식이 정말 아름답다는 건데요. 특히 이 길을 걸으면서 보니 모형 집들이 자신의 딸과 키가 비슷했다며 너무 다 예쁘다고 했습니다.
미국에선 이렇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많습니다. 특별한 행사장뿐 아니라 어떤 동네에선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서 멀리서도 사람들이 구경을 오곤 하는데요. 크리스마스 즈음이 되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유명한 곳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가족의 전통이 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녹취: 수전]
가족들과 함께 홀리데이로드를 찾았다는 수전 씨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크리스마스 타운을 항상 찾는다고 했는데요. 어릴적에 아버지가 집에 늘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셨던 기억이 있다며, 지금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다 보니 이렇게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러 다닌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올해는 홀리데이로드를 새로 찾게 돼서 가족들과 와 보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홀리데이로드는 11월 말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여는데요. 하지만 개장을 위한 준비는 여름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녹취: 앤드루 쇼텔]
홀리데이로드의 쇼텔 씨는 전시장의 불을 밝히기 위해 공원 주변에 발전기를 약 10대 정도 돌린다고 설명했는데요. 따라서 전시가 진행되는 1달여간, 홀리데이로드의 빛은 꺼질 일이 없다고 했습니다.
홀리데이로드를 환히 밝히는 불빛만큼이나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환한 웃음이 피어나는데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올해도 어려움이 많았던 한 해였지만, 많은 미국인은 이렇게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여성들을 위한 기부 써클"
미국 여성 사업가들이 같은 여성을 돕기 위해 결성한 기부 단체가 있습니다. ‘여성 사업가 기부 써클(Business Women’s Giving Circle)’ 인데요. 지난 2014년, 워싱턴 D.C. 지역에서 활동하는 10여 명의 여성 사업가들이 여성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의기투합해 만든 단체라고 하네요.
여성 기부 써클은 특히 남성들이 장악하고 있는 과학∙기술 분야에 뛰어든 여성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요. 해당 분야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과 싸우는 여성들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녹취: 젠 댈턴]
여성 사업가 기부 써클은 소녀들과 여성들 그리고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아우르는 STEM 분야에 집중하는 비영리 단체라고 기부써클의 젠 댈턴 씨는 소개했는데요. 해당 분야를 지원하기 위해 회원들은 매년 1천100달러를 기부한다며, 기부금의 대부분은 지원 자금으로 운용된다고 했습니다.
미국 센서스 인구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노동자의 절반은 여성인데요. 하지만 STEM 분야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7%에 불과합니다. 물론, 1970년대에 그 비율이 8%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진전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그 속도는 느리다는 지적입니다.
‘로지 리버터스’ 는 여성 기부 써클의 지원금을 받은 단체 가운데 하나인데요. 이 비영리 단체는 4살에서 14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STEM 능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죠.
지금까지 4천 명이 넘는 여학생들이 로지 리버터스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데요. 이 단체의 창업자 브리트니 그리어 씨는 기부 써클의 지원금은 큰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브리트니 그리어]
기부 써클의 지원금으로 아이들의 실험 활동을 비롯해 방과 후 교실과 학교 특별 활동 등이 운영되고 있다는 겁니다. 또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 2차 지원이 이뤄졌다며, 팬데믹으로 인해 달라진 비영리 단체의 필요를 기부 써클이 즉각 알고 반응해줬다고 밝혔습니다.
여성 사업가 기부 써클엔 총 54명의 평생 회원이 가입돼 있다는데요. 이들은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업가들로, 젊은 세대에 영감을 주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뜻을 모았다고 합니다.
[녹취: 젠 댈턴]
댈턴 씨는 지난 2014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총 4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했고, 매년 성장해가고 있다고 했는데요. 댈턴 씨는 또 지금까지 3천 명에 달하는 소녀와 젊은 여성들을 도운 한편, 지역 내 15개가 넘는 비영리 단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댈턴 씨는 그러면서 여성들의 활발한 동참이 없이는 앞으로의 진전을 기대할 수 없을 거라고 했는데요. 다음 세대 여성들을 지원하는 이 일을 위해, 더 많은 여성이 연합하고 힘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