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나라 나이지리아가 대북제재 이행을 위해 자국 금융기관 등에 정기적으로 주의보를 발령하고 북한발 화물이 자국에 들어올 경우 경보를 울리는 체계를 가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대북제재 이행에 필요한 법적 장치 미비 등의 이유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았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4일 나이지리아에 대한 ‘상호 평가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방지 등에 대한 이행 상황을 평가하는 이번 보고서는 나이지리아가 대북제재 이행과 관련해 여러 조치를 취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보고서는 먼저 나이지리아 중앙은행과 나이지리아 금융 정보국 등이 자국 은행과 금융기관들에게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와 관련한 주의보를 2016년부터 여러 차례 발령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각 주의보는 은행들이 대북제재 결의 내용들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개인과 기관, 선박들의 목록을 제공하는 형식을 취했다고 전했습니다.
또 2019년 9월에 발령된 나이지리아 금융 정보국의 주의보의 경우, 안보리가 금지한 사항들을 잘 숙지하고 제재 회피를 경계하며 북한과 관련됐다고 추정되는 인물에 대해 ‘강화된 고객확인제도’를 적용할 것 등을 권고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함께 수도 아부자 주재 북한대사관의 모든 금융활동에 대해 당국에 보고 의무가 있다는 점도 보고서를 통해 환기한 내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나이지리아 세관이 북한에서 온 화물이 도착할 경우 경보를 울리는 체계를 운영 중에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습니다.
북한발 화물이 도착하는 즉시 경보가 울리게 돼 관계 당국이 제재 위반 등 불법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보고서는 이 같은 조치들과 별개로 나이지리아에 대북제재 관련 조치를 이행할 만한 법적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실제 이행 상황에서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표했습니다.
특히 화물 경보 체계에 대해선 “아직까지 세관이 (북한) 관련 물품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법적 권한이나 특정 규제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확산금융(PF) 관련 정밀금융제재(TFS) 상황에 이 체계가 정확히 어떻게 작동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나이지리아는 북한과 이란 등에 대한 유엔안보리 결의 이행 여부 등을 평가하는 ‘권고안 7번’ 항목에서 최하인 ‘미준수(NC)’ 등급을 받았습니다.
한편 보고서는 나이지리아에서 이뤄지고 있는 북한의 활동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보고서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서아프리카에서 광범위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이지리아에 북한대사관이 설치돼 있으며, 나이지리아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무역사절단을 받은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의 건설회사로 알려진 젠코(Genco) 등 적어도 한 개의 대형 북한 기업이 나이지리아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두 나라가 2014년 지식 교류 촉진에도 합의한 점도 명시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대사관에 총 15명이 근무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들이 보유한 은행 계좌 중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경우는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지난 1989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금융기관을 이용한 자금세탁에 대처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매년 10개 안팎의 나라를 대상으로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방지 등에 대한 이행 상황들을 평가한 뒤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1년 자금세탁방지기구의 ‘주의 조치국’에서 최고 수준인 ‘대응 조치국’으로 경계 수위가 높아진 뒤 10년 넘게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