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 동부의 대도시 뉴욕은 세계적인 관광지인데요. 뉴욕 여행의 필수 코스를 꼽으라고 하면, 극장공연의 산실인 ‘브로드웨이’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브로드웨이는 세계적인 명성의 뮤지컬 공연이 1년 내내 펼쳐지는 곳이죠. 하지만 지난해 봄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브로드웨이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제 브로드웨이가 다시 막을 열고 관객들을 맞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1년 반 만에 재개장한 브로드웨이”[현장음: 뉴욕 브로드웨이]
몇 달간 조용했던 뉴욕시의 중심, 타임스퀘어가 다시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8개월간 굳게 닫혀 있던 브로드웨이 공연의 티켓 부스, TKTS도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녹취: 빅토리아 베일리]
TKTS를 운영하는 극장개발기금(TDF)의 빅토리아 베일리 대표는 공연 티켓 부스가 다시 문을 열게 된 소식을 전하게 되어 기쁘다며 TKTS는 타임스퀘어의 중심이라고 했습니다.
뉴욕시의 코로나 방역 조처 해제에 따라 9월 14일을 기해 브로드웨이 공연은 전면 재개됐습니다. 브로드웨이의 재개장은 뉴욕시가 되살아나는 신호이며, 예술이 가진 힘이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어 줄 거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아직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된 건 아니지만,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긴 휴지기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빅토리아 베일리]
베일리 대표는 브로드웨이의 공연 재개로 관계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오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했는데요. 극장 공연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 팬데믹은 너무나 잔인했다고 했습니다.
브로드웨이 재개장을 알리기 위해 브로드웨이의 공연제작자·극장주 협회인 ‘브로드웨이리그(The Broadway League)’는 짤막한 영상을 제작했는데요. 이름하여 ‘여기는 브로드웨이(This is Broadway)’입니다.
[영상: This is Broadway]
브로드웨이 99개 공연 장면을 짜깁기 한 영상인데요. 최고의 무대와 실력을 자랑하는 공연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나면,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되죠.
브로드웨이리그는 이 영상 외에 공연 정보와 안전 수칙에 대한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도 운영 중인데요. 코로나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관객들은 공연장에 들어오기 위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증명해야 하고요. 마스크 착용은 필수입니다.
[녹취: 샬럿 세인트 마틴]
브로드웨이리그의 샬럿 세인트 마틴 회장은 그간 공연 무대 뒤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는데요. 보건 당국이 권고한 대로 환기 시스템도 새로운 필터를 장착해 강화 또는 교체했고, 새로운 비대면 서비스도 마련했다는 겁니다. 또 공연마다 코로나 방역을 담당하는 관리자도 두게 된다고 하네요.
관객들이 무대를 기다린 만큼, 배우나 제작자들 역시 브로드웨이 막이 다시 오르기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텐데요. 올해 새롭게 선보일 연극 ‘한 흑인 남자의 사색(Thoughts of a Colored Man)’의 제작자 브라이언 모어랜드 씨는 무대의 사명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브라이언 모어랜드]
브로드웨이 거리가 돌아오고 전 세계에서 온 관람객들 그리고 지역 사회 이웃들이 다시 공연장을 채우게 됨으로써 극장들이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못 했습니다.
태국 출신의 청소년 배우 루크 나팟 군은 1년 넘게 원격 수업을 들으면서도 브로드웨이가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녹취: 루크 나팟]
자신이 출연할 뮤지컬의 리허설이 벌써 시작됐다며, 라이브로 연주되는 악기 반주에 맞춰 노래하고 또 관객들을 직접 만날 생각을 하니 정말 감격적이라고 했습니다.
브로드웨이 관계자들은 코로나 팬데믹은 미국 사회에 트라우마, 정신적 외상을 남겼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브로드웨이의 공연들이 이런 트라우마를 치유하는데 큰 몫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아프간 난민을 돕는 온정의 손길”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면서 수만 명의 아프간인들이 모국을 떠났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미국에 난민 신분으로 정착하게 됐는데요. 워싱턴 D.C.에서 아프간 식당 ‘라피스(Lapis)’를 운영하는 파티마 포팔 씨는 이들 난민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식당 안 와인 창고는 수많은 상자로 가득 차 있는데요. 지난 몇 주간 사람들의 기부를 받은 것들로, 옷에서부터 개인 위생용품, 식기, 그리고 세제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포팔 씨는 이렇게 미국에 오게 된 아프간인들을 돕는 데는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고 했는데요.
[녹취: 파티마 포팔]
시기가 다르긴 하지만, 자신의 가족도 아프간에서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왔다며 따라서 아프간 난민들의 심정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포팔 씨 가족은 지난 1980년대 아프간을 떠났는데 당시 포팔 씨는 생후 6개월이었다고 합니다. 1987년부터 미국에 살기 시작한 포팔 씨는 현재 워싱턴 D.C.에서 식당 세 곳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성공했습니다.
포팔 씨는 아프간 난민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식당에 기부 센터를 차리기로 마음먹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홍보 글을 올렸다고 하는데요.
[녹취: 파티마 포팔]
하룻밤 사이에 사람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며, 물품 기부뿐 아니라 시간을 내어 자원봉사자로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요. 지역 사회가 하나가 되기 원하고 또 다른 사람을 돕고 기부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은 그야말로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아프간 난민들을 돕기 위해 나서는 사람은 포팔 씨만이 아닙니다. 크고 작은 기업체들이 기부활동을 벌이고 있고요. 대기업인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 2만 명의 아프간 난민들을 위해 무료로 거처를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기업들뿐 아니라 자선단체나 종교단체들 역시 아프간 난민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요.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알링턴 가톨릭 자선회’에도 기부 물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녹취: 에밀리 우드]
자선회의 에밀리 우드 씨는 하루에 배달된 기부품이 창고를 가득 채울 정도라며 배달 박스가 한 트럭을 내려놓고 가면 또 다른 트럭이 와서 상자들을 또 잔뜩 내려놓고 간다고 했습니다.
알링턴 가톨릭 자선회의 스티븐 캐러티니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내 아프간 난민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녹취: 스티븐 캐러티니]
앞으로 몇 달간 어쩌면 몇 년간 아프간 난민의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캐러티니 CEO는 가톨릭 자선회는 공항에서부터 난민들을 데려와 정착시키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난민들을 처음으로 접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들이라고 했는데요. 일단 난민들을 만나면 최우선적으로 영구적으로 지낼 수 있는 집을 구해주고, 집을 구하고 나면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습니다.
가톨릭 자선회의 이런 지원이 가능한 데는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큰데요. 자원봉사자들은 난민들을 육체적으로 돕는 것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돕고 있다고 합니다. 난민들과 정기적으로 연락하며 생활에 필요한 조언도 건네고,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하네요.
아프간 난민 출신으로 지금은 성공한 사업가가 된 포팔 씨는 아프간 사태를 언급하며, 그 누구도 자신의 모국을 그런 식으로 떠나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해야만 한다면, 그들이 미국을 제2의 모국으로 삼을 수 있도록 사람들이 도와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