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다 보니 스마트폰만 있으면 세계 어디서든 소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은커녕 일반 전화 통화도 하기 힘든 지역이 여전히 존재하는데요. 전기나 그 어떤 통신선이 없어도 소통이 가능한 통신이 있습니다. 바로 ‘햄(ham)’이라고 하는 아마추어 무선통신이죠. 인터넷 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도 취미로 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아마추어 무선통신 ‘햄’”
[현장음: 러시아 햄 통신]
러시아인 라이사 스크리코바 씨가 북유럽의 핀란드만에 무전 송수신기를 설치해 통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집이 있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공원에서도 무선 통신을 즐기는데요.
아마추어 통신가들은 지구 어디에 있든, 배터리로 충전하는 무전 송수신기와 이동식 안테나만 있으면 자신의 목소리나, 디지털 신호 또는 모스부호를 이용해 상대방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미 남동부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토머스 위더스푼 씨 역시 시간이 날 때마다 공원이나 산에 올라 햄 무전을 하는데요. 집게가 달려있는 메모지 판 위에 수신기를 올려놓고 상대방이 보내는 메시지를 받아 적습니다.
[녹취: 토머스 위더스푼]
토머스 씨는 모스부호기가 무전기에 부착돼 있어서 부호로 오가는 대화를 바로 종이에 써 내려간다고 했는데요.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도 무전기와 메모지 판만 있으면 통신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토머스 씨는 이렇게 햄 무전을 통해 전 세계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 즐겁다고 했는데요.
[녹취: 토머스 위더스푼]
미 대륙 반대쪽에 있는 캘리포니아와 캐나다, 또 유럽에 있는 헝가리나 스웨덴, 슬로베니아에 있는 사람들과 무전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긴급 재난 상황을 대비해 무선 통신을 배워 놓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요.
[녹취: 마이크 달호퍼]
텍사스주에 사는 마이크 달호퍼 씨는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거주지역에서 탈출해 수백, 수천 마일이 떨어진 지역으로 갈 수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햄을 하면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전기와 통신이 다 끊겨도 이동식 무전기가 있다면 햄 무전이 가능한데요. 배터리 충전이 힘들 경우 태양열을 사용할 수도 있고요. 간단한 기술만으로 통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크기도 크지 않아 작은 민트 사탕 깡통에 무전기를 넣어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또 전력이 갖춰지고 기상 상태만 좋다면, 통신은 훨씬 더 멀리 나간다고 합니다.
[녹취: 찰리 브라운]
미 남부 애리조나주에 사는 찰리 브라운 씨는 미국에서 유럽이나 러시아는 물론 남반구에 있는 뉴질랜드와 호주에 있는 사람과도 통신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브라운 씨는 또 햄 통신은 고층 빌딩이 있는 도시지역에선 힘들고, 교외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햄을 취미로 하면 아름다운 자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찰리 브라운]
무선통신을 하면서 애리조나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운동을 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타주에서도 여행을 다녔다며, 햄을 하지 않았더라면 가보지 못했을 곳들이라고 했습니다.
햄은 아마추어 무선통신인 만큼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간단한 무선 송수신기에 이동식 안테나 그리고 아마추어 무선 자격증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데요. 거기다 행운까지 좀 따라준다면,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이야기, 코로나 팬데믹 끝자락, 인기를 끄는 써머캠프”
미국에선 학생들 여름 방학이 보통 6월 중순에서 8월 말까지로 무척 긴데요. 그렇다 보니 여름 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위한 써머캠프도 많이 열립니다. 학업 관련이나 음악, 스포츠 등 써머캠프의 종류도 다양한데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써머캠프를 찾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1년 넘게 온라인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가을 신학기에 재개되는 대면 수업을 대비하기 위해 써머캠프에 동참하려는 건데요. 하지만 교사의 부족으로 써머캠프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녹취: 브라이언 월시 가족]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사는 브라이언 월시 씨는 8살 난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아들이 장애가 있다 보니 학기 중에 언어치료사, 물리 치료사 그리고 보조 교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특수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은 여름에도 계속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써머캠프에 신청을 했지만, 이후 학생들이 다 차서 아들을 받아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녹취: 브라이언 월시]
자격이 되는 모든 학생에게 써머캠프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장담할 수 없다는 교육청의 말을 듣고는 학교에서 하는 써머캠프를 대체할 프로그램을 찾아야만 했다는 건데요. 하지만 그때는 이미 대부분 써머캠프 접수가 마감돼 아들을 등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교육청 측은 교사들이 여름에 근무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원하는 선생님들만 써머캠프에 투입된다고 설명하는데요.
[녹취: 브리짓 로프트]
알링턴 교육청의 브리짓 로프트 씨는 써머캠프에 등록하지 못하는 것이 선생님들 탓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학업적으로, 사회적, 정서적으로 돕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만큼 휴식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알링턴 교육청만의 문제는 아닌데요. 미국 교육청장협회 댄 도메네크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미 전역의 교육청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댄 도메네크]
올해 써머캠프는 가속학습의 일환으로 여겨진다며, 온라인 수업으로 뒷쳐진 학업을 써머캠프를 통해 따라잡으려고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올해는 미 전역에서 특수 교육 학생뿐 아니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써머캠프들을 교육청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 진행하는 써머캠프가 주목받고 있는데요. 펜실베이니아주 초등학교 교사인 매슈 해서웨이 선생님은 교육청이 제공하는 써머캠프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공원의 선생님들(Teachers in the Parks)’이라는 써머캠프를 진행 중입니다.
[녹취: 매슈 해서웨이]
처음엔 6명의 아이를 한꺼번에 지도하기 위해 부모님 댁에서 수업을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이후 아이들과 지역 공원을 찾아 야외 활동을 하다가 아예 공원의 정자를 정식으로 빌려 야외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공원의 선생님들’이라는 건데요. 혼자 시작했던 이 프로그램은 현재 많은 선생님이 동참해 인근 여러 교육구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공원의 선생님들’ 프로그램에도 올여름 많은 학생들이 몰리면서 현재 대기자 명단까지 있다고 하는데요. 매슈 선생님은 하지만 최대한 많은 학생을 지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