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요즘 ‘스팸(spam)’이라고 하면 수신자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무작위로 발송되는 광고성 이메일을 많이 떠올리는데요. 스팸은 원래 미국 식품회사가 만든 돼지고기 통조림으로 40여 개국에서 사랑 받는 미국의 대표적인 수출품입니다. 스팸은 특히 아시아 국가들에서 큰 인기를 얻었는데요. 요즘은 미국 내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통해 스팸이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식지 않는 스팸의 인기”
[현장음: 티머시 홍 씨 집]
아시아 이민자들의 집을 방문하면, 주방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요. 그중에 하나가 바로 스팸일 겁니다. 다진 고기를 양념해 단단하게 뭉친 통조림 고기가 인기인데, 이런 고기를 대표하는 상표가 스팸입니다. 스팸은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많이 쓰는 아시아 국가들에서 특히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녹취: 티머시 홍]
한국계 이민자로 미 서부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티머시 홍 씨는 어릴 때는 스팸이 한국 제품인지 알았다고 했는데요. 미국 다음으로 스팸이 가장 잘 팔리는 나라가 바로 한국일 만큼 한국인들은 스팸을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 도시락 반찬으로 자주 스팸을 먹었던 티머시 씨는 할아버지로부터 스팸 사랑이 시작됐다고 했는데요.
[녹취: 티머시 홍]
한국 전쟁 당시 할아버지가 미군들을 위해 일하시다 보니 스팸을 구해와 가족들에게 먹였다는 겁니다.
한국 전쟁 당시 스팸을 활용해 만든 요리가 부대찌개인데요. 티머시 씨는 이곳 LA에서 한국을 추억하며 부대찌개를 끓여 먹는다고 했습니다.
스팸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기 시작한 건 2차 세계대전으로 당시 미군은 무려 4천500만kg에 달하는 스팸을 연합군에 공수했다고 하네요.
[녹취: 제이니 다이크스]
스팸 제조사인 ‘호멜 식품’의 제이니 다이크스 씨는 스팸이 진공포장 통조림이었기 때문에 전 세계 연합군과 미군들에게 공수될 수 있었고 이들이 현지 주민들과 스팸을 나눠 먹으면서 스팸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스팸을 접하게 된 세계인들은 스팸을 자국 음식 문화에 담아내기 시작했는데요. 8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스팸의 인기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2020년, 스팸은 미국에서 6년 연속으로 최다 판매를 경신했는데요. 스팸이 미국 시장에서 이렇게 계속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아시아 태평양계 이민자들이 있습니다.
[현장음: 룻츠 하와이안 카페]
LA에서 하와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룻츠 하와이안 카페’에서 스팸이 요리되고 있습니다. 원래 이 가게는 스팸을 활용한 요리가 2가지였지만, 고객들의 요청이 뒤따르면서 현재 14가지 종류의 스팸 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하네요.
[녹취: 폴 와바]
가게 주인인 폴 와바 씨는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만 해도 동네 식료품점에서 일주일에 스팸 다섯 캔 정도를 사 와서 요리하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스팸 구입량이 본인에 차에 실어 올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는데요. 한 달에 스팸 100상자는 족히 쓴다고 했습니다. 캔 갯수로 다지면 무려 2천400개에 달하죠.
[녹취: 폴 와바]
폴 씨는 이 지역에 중남미계 이민자들이 많다 보니 스팸을 넣은 브리토나 타코 같은 멕시코 음식도 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스팸은 발전을 거듭했고요. 현재 호멜사는 11가지 종류의 스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스팸은 이제 채식주의자들의 식탁에까지 오르고 있는데요. 식물성돈육기업인 ‘옴니푸드’는 돼지고기가 아닌 식물성 재료로만 가지고 스팸의 맛과 모양을 재연한 ‘옴니포크’를 내놓았습니다.
LA에서 중국식 페루 음식을 파는 식당 ‘치파’의 요리사 존 리우 씨도 바로 이 옴니포크를 활용해 채식주의자들에게 스팸의 맛을 선사하고 있는데요.
[녹취: 존 리우]
식물성 스팸은 미리 잘려있고 얼려놓은 상태라 꼭 요리해서 먹어야 하지만 맛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했습니다.
리우 씨와 부인 역시 타이완과 홍콩에서 온 부모님들을 통해 스팸을 알게 됐다고 했는데요.
[녹취: 존 리우]
존 씨는 가족 중에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이 있다며 이들 가족도 이제는 식물성 스팸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미국에서 탄생해 세계로 전파됐던 스팸. 하지만 이제는 아시아 태평양 이민자들을 통해 미국 본토에서 더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활기를 되찾은 뉴욕”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은 늘 많은 사람으로 붐비며 ‘잠들지 않는 도시’로 불립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지난 14달 동안은 마치 잠을 자듯 조용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미국에서 코로나 감염증 발병과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이 뉴욕이었죠. 하지만 이제 각종 코로나 방역 조처가 해제되면서 잠들었던 뉴욕이 다시 깨어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식당과 술집에 걸렸던 제한이 모두 해제되면서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한 겁니다.
[녹취: 크리스티나 앨버트]
금요일 저녁, 식당을 찾은 크리스티나 앨버트 씨는 팬데믹 여파가 컸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다시 밖에 나와 식사를 즐기며 좋은 시간을 갖는 것을 보게 되어 기쁘다고 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티나 앨버트]
크리스티나 씨는 1년 전 뉴욕으로 이사했을 당시엔 팬데믹 때문에 마치 유령 도시 같았다며 뉴욕이 되살아나고 있음에 흥분된다고 했습니다.
뉴욕 시민 가운데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전히 마친 비율은 41%를 상회하는데요. 식당에서 식사를 즐기는 대니얼 에어시아 씨는 따라서 여전히 조심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대니얼 에어시아]
필요하다면 마스크를 아직 쓴다며 이것이 바로 뉴욕이 멋진 이유라고 했는데요. 자유를 즐기는 동시에 다른 사람을 위해 신경 쓰는 부분도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자닐다 로사리오]
‘올스타스’ 식당을 운영하는 자닐다 로사리오 씨는 이제 좀 더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외롭게 홀로 있던 데서 이제는 거실에 가족들이 모여있는 기분이라고 했습니다.
필리핀 식당을 운영하는 안톤 대릿 씨는 뉴욕의 재개방을 누구 보다 반겼는데요.
[녹취: 안톤 대릿]
가게 문을 연 지 한 달도 안 돼 코로나 사태가 터져 가게 문을 닫아야만 했지만, 지금은 금요일 저녁 같은 경우 손님들이 줄을 한 시간 정도 서야 들어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안톤 대릿]
안톤 씨는 식당 내부는 손님으로 가득 찼고, 식당 밖엔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또 사람들이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는 등 뉴욕의 에너지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쿠바 식당인 ‘콴타나메라’를 운영하는 마리오 자라테 씨 역시 손님들과 쿠바 음악으로 다시 식당 안이 가득 찬 모습에 감격했는데요.
[녹취: 마리오 자라테]
마리오 씨는 뉴욕이 다시 제모습을 찾을 거라는 걸 의심해본 적이 없다며 뉴욕은 다시 일어설 것이고, 오히려 이전보다 더 좋은 곳이 될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팬데믹으로 1년 넘게 집에만 있어야 했던 뉴욕 시민들. 하지만 이제 이렇게 다시 뉴욕의 식당과 거리를 가득 채우며 뉴욕은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걸 증명해 보이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