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우주 과학 분야에 관심 있는 과학도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는 것을 꿈꿔볼 겁니다. 그런데 나사가 개발한 특별한 스마트폰 앱, 즉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누구나 나사의 연구에 동참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어디서든 자신이 사는 지역의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나사의 지구 환경 연구를 도울 수 있다고 하네요. 과연 어떤 정보를 어떻게 나사로 보내는 걸까요?
“첫 번째 이야기, 나사의 시민 과학자들”
[현장음: 조디 해니]
미 중서부 오하이오주에 있는 볼링그린주립대학의 조디 해니 교수가 스마트 폰으로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습니다. ‘글로브 관찰자(GLOBE Observer)’라는 앱을 이용해 교정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를 관찰할 거라고 설명하는데요.
글로브를 통해 시민 과학자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나무의 높이와 폭을 재서 보내면 나사의 과학자들은 나무의 탄소 함유량을 가늠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녹취: 조디 해니]
해니 교수가 메건이라는 학생과 함께 나무 관측을 시작합니다. 앱을 열고 총 4가지 단계를 통해 나무의 규모를 측정할 수 있는데요.
나무 밑동에서부터 꼭대기까지 사진을 찍어 나무 전체가 화면에 담기면, 사진을 찍은 곳에서 나무까지 몇 걸음 떨어져 있는지 세어서 입력하는데요.
[녹취: 메건]
메건 학생이 자신이 걸어간 걸음 수를 입력하고, 지역의 경도와 위도를 입력해 넣자 신기하게도 나무 높이가 약 16m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녹취: 조디 해니]
해니 교수는 이제 메건 양이 자신이 얻은 자료를 글로브로 보내면 과학자들이 그 자료를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사의 위성이 현재 지구 궤도를 돌면서 나무의 높이와 폭을 측정하고 있는데요. 글로브 앱을 통해 사람들이 보내는 자료는 나사의 위성 관측을 보완하는 겁니다. 나사의 과학자들은 이런 작업을 통해 나무의 탄소 배출과 흡수량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하네요.
[녹취: 조디 해니]
해니 교수는 또 시민 과학자들이 보내오는 자료를 통해, 나사의 위성이 나무의 높이를 제대로 측정하고 있는지 등도 확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홀리 콜]
글로브 관찰자 프로그램 담당자인 나사의 홀리 콜 씨는 사람들이 매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스마트폰 기술은 자료 수집에 사용할 수 있는, 꽤 정확한 기술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일상의 과학이 발달한 만큼 이제는 자료 수집에 있어 일반 대중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현재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시민 과학자들이 이 글로브 관찰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고 하네요.
[녹취: 조디 해니]
해니 교수는 모든 연령의 학생들이 글로브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데 관심을 보인다며 나무를 관찰하면서 내용을 이해하고, 웹사이트에 동참하기를 원한다고 했는데요. 그런 노력을 통해 비록 작지만,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걸 학생들이 알고 있다는 겁니다. 지구의 건강을 측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학생들에겐 아주 큰 의미로 다가간다는 거죠.
[녹취: 조디 해니]
해니 교수는 관측을 마치며 더 많은 젊은이가 계속 관측을 이어갈 것을 독려했는데요.
이제는 이렇게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지구 환경을 지키는 시민 과학자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부엌 공유 프로그램 ‘고스트 키친’”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는 미국인이 늘어났습니다. 외출이 제한되고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도 어려워졌기 때문인데요. 이런 변화로 인해 식당 사업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겉모습은 분명 식당인데 가게 안에 손님도 없고 주문을 받는 종업원도 없습니다. 대신 부엌만 요리사들로 북적이는데요. 포장,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식당인 ‘고스트키친’, 즉 ‘유령부엌’이 등장한 겁니다.
[녹취: 발레리 즈웨이그]
‘프리스크립션 치킨’의 발레리 즈웨이그 씨는 3대째 내려오던 한 식당을 찾게 됐다고 했는데요. 자신들은 주문 배달만 하기 때문에 주방만 쓰면 됐고, 또 자신들이 쓰기엔 주방이 너무 커서 주문 요리 사업을 하는 다른 친구들도 초청했다고 했습니다.
발레리 씨와 사촌 태런 씨는 바로 이 주방에서 매일 닭고기 수프를 만들어 내는데요. 주문 건수가 하루에 약 100건에 이른다고 했습니다.
발레리 씨는 주문 도넛 가게와 볼리비아식 빵을 파는 카페와 주방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녹취: 마리아 이투랄드]
볼리비아 빵집 주인 마리아 이투랄드 씨는 이렇게 주방을 공유하게 된 것이 너무나 큰 도움이 됐다며, 만약 이렇게 함께 주방을 쓰지 못했다면, 배달 전문 카페는 시작도 하지 못했을 거라고 했습니다.
주방을 공유하는 식당들도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는 일반 식당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좋은 평가와 후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하고요. 식당 운영에 필요한 각종 허가는 물론 위생 수칙도 모두 준수해야 합니다.
테오도르 샘펄 씨는 워싱턴 D.C.의 식당 사업가 앨런 포포브스키 씨의 도움으로 피자가게였던 곳에 가상(virtual) 식당의 문을 열었는데요.
[녹취: 테오도르 샘펄]
샘펄 씨는 팬데믹 시대에,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식당 운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결정해준 앨런 포포브스키 씨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일반적으로 D.C. 중심가에 식당을 개업하려면 최소 1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는 필요한데요. 식당만 쓰는 고스트키친 형식으로 하면 단 수천 달러에도 식당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식사 공간이나 종업원 등이 필요 없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샘펠 씨는 고객들과의 교감이 여전히 그립다고 했습니다.
[녹취: 테오도르 샘펄]
샘펄 씨는 손님들이 식당에 앉아 편안히 식사를 즐기며, 서로 교감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냐고 했는데요. 하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고, 이런 변화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서 식당에서 외식하는 미국인들이 차츰 늘어나고 있는데요.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가져온 이런 요식업계의 변화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하나의 식당 문화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