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사람들의 스포츠 활동도 많은 제약을 받았습니다. 특히 실내운동은 시설 자체가 한동안 아예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은 집에서 개인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야외에서 하는 운동을 찾아야만 했는데요. 미 동부 버지니아에 사는 한 60대 여성은 운동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수 없어 자신의 집 앞에 코트를 만들어 동네 노인들에게 운동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나이도, 코로나도 막을 수 없는 피클볼 사랑”
[현장음: 피클볼 경기장]
머리는 백발이지만, 날렵하게 공을 다루는 헬렌 화이트 씨는 올해 67살의 피클볼(Pickleball) 선수이자 코치입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피클볼은 테니스와 탁구의 기술과 배드민턴의 순발력이 합쳐진 운동인데요. 배드민턴 코트와 동일한 규격의 경기장에서 단식이나 복식으로 경기를 할 수 있고요. 배의 노처럼 생겨 패들(Paddle)이라고 부르는 라켓으로 구멍이 나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공을 주고받는 운동이죠.
피클볼은 경기 방식은 테니스와 비슷하지만, 테니스보다 힘이 적게 들고, 코트 내에서 움직이는 공간이 넓지 않다 보니 노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화이트 씨 역시 60대 나이임에도 피클볼 코치 자격까지 따낼 수 있었죠.
실내 경기장에서 피클볼을 열심히 가르치던 화이트 씨는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작년 3월 체육관이 문을 닫으면서 8개월이라는 긴 방학에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녹취: 헬렌 화이트]
화이트 씨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 인터넷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을 배웠습니다. 처음으로 자기자신을 위해 운동할 기회가 생겼다며, 온라인 수업을 받기 위해 여러 곳을 물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열정이 넘치는 피클볼 선수이자 코치로서 3천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피클볼을 가르친 화이트 씨는 온라인 수업을 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하는데요.
[녹취: 헬렌 화이트]
화이트 씨는 어느 날 자신의 집 차고로 들어오는 진입로가 피클볼 네트를 만들기에 충분한 크기라는 걸 알게 됐다는 겁니다. 완전한 규격에는 미치진 못하지만, 바닥에 테이프를 붙여 선을 만들고 이동식 네트를 중간에 세웠다는데요. 그렇게 코로나 기간 자신의 집 앞에서 피클볼 경기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웃들도 관심을 보이면서 자신의 집을 찾기 시작했다는데요. 비록 많은 사람이 다 함께 모이지 못하고 돌아가면서 경기를 했지만, 그래도 다들 즐거워했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경기하는 데 익숙해지면서 경기용 네트를 거리로 옮겨 동네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피클볼 경기를 즐겼다고 합니다.
피클볼 경기는 네트가 낮고 경기 규칙도 간단해 노인들이 하기엔 그만이라고 하는데요. 화이트 씨의 남편 앤디 레이턴 씨 역시 11년 전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지만, 현재 정기적으로 피클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남편이 힘든 몸으로 피클볼 경기를 해내는 걸 보면서 화이트 씨는 신경계 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 피클볼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녹취: 헬렌 화이트]
화이트 씨가 거주하는 북버지니아 지역에선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주로 실내에서 피클볼을 즐겼다는 건데요. 따라서 지역 체육 센터에는 피클볼을 하는 사람들로 늘 붐볐다고 합니다. 여러 사람이 하다 보니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가 경기를 하고 또 경기를 마치면 다음 순서를 위해 기다리고 했다는데요.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이 실외 공간에 코트를 만들이 시작했고 요즘은 야외에서 많이들 즐긴다고 하네요.
화이트 씨는 장애인들에게도 피클볼을 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장애를 입은 재향군인들에게 라켓 운동을 가르치는 한 비영리단체와 함께 일하고 있고요. 휠체어에 앉아서 하는 피클볼도 지도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엔 지역 농아인 단체에서 피클볼 지도를 문의하는 연락도 받았다고 하네요.
팬데믹 기간, 조금은 생소한 운동인 피클볼은 노인들과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운동이 주는 기쁨과 짜릿함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신선함이 자라는 최첨단 컨테이너 농장”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습니다. 이제 식물을 심을 계절이 됐는데요. 미 동부 뉴저지주의 로빈스빌타운쉽에 가면 1년 사시사철 봄인 농장이 있다고 합니다. 선적용 대형 컨테이너가 농장으로 변신한 건데요. 이 컨테이너 안에는 최첨단 기술로 신선한 채소가 자라고 있습니다.
[녹취: 팩 매컨]
이곳의 자원봉사자인 팻 매컨 씨가 농장 내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붉은색 조명에 컴퓨터 기기들 사이로 싱싱한 상추들이 보이는데요. 배수 시설을 따라 영양분이 가다 보니 위쪽에 있는 상추는 좀 작지만 아래쪽에 있는 상추는 크기가 크고 또 상추를 뽑아보면 뿌리 조직이 작은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첨단 컨테이너 농장에는 이렇게 식물을 키우는 기다란 재배 봉이 256개에 달하는데요. 매주 새로운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수경재배법을 통해서인데요. 질산칼슘 용액에 질소, 인, 칼륨 등 영양소를 녹여 배양액의 상태로 식물에 공급하는 기술입니다.
[녹취: 호프 네이스]
수경재배 농장의 관리인인 호프 네이스 씨는 배양액이 액상의 토양은 아니지만, 식물에 필요한 많은 영양분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토양은 사실 유익한 유기체와 박테리아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이런 것들을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이라고 했습니다.
재배 봉에 남은 물과 영양분은 특별한 저장소로 모이고 다시 순환을 시작하는데요. 매 3시간마다 10분가량씩 재배 봉에 물이 돈다고 하네요. 그리고 가상의 태양 빛을 만들기 위해 196개의 LED 선이 늘 켜져 있습니다.
온도와 공기의 화학적 구성은 철저하게 관리되는데요. 항상 섭씨 22도에 습도는 56%를 유지해야 하고 이산화탄소는 1천800ppm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최첨단 농장의 명성에 맞게 농장은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 즉 앱으로도 가동할 수 있는데요. 로빈스빌타운쉽 측은 지난 2017년부터 최첨단 농장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녹취: 케빈 홀트]
케빈 홀트 여가 담당관은 로빈스빌타운쉽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컨테이너 농장을 세웠다며, 아마 현재까지도 유일한 지역일 거라고 했는데요. 이런 농장이 더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로빈스빌타운쉽이 수경재배 농장을 시작한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가 다른 지방 자치 단제와 공유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창출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이런 최첨단 농장을 들이면 1년 365일 지역 주민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공급할 수 있다는 걸 다른 지역에 보여주고 싶었다는 겁니다.
로빈스빌타운쉽의 최첨단 농장은 지역 내 주민들에게도 활기를 가져다줬는데요. 지역 노인들과 자원봉사자들, 학생들이 수경재배를 돕기 위해 나서면서 오래된 선적 컨테이너에서는 이제 24시간 푸르름과 신선함이 자라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