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미국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지역 가운데 하나가 미 동부의 대도시 뉴욕입니다. 코로나 사태는 지난 1년간 뉴욕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데요. 뉴욕을 떠난 시민이 일시적인 경우까지 포함해 350만 명이 넘고, 뉴욕을 찾는 관광객도 2/3가 줄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잠들지 않는 도시’로 불렸던 뉴욕은 잠시 그 명성을 내려놓아야 했는데요. 하지만, 이제 뉴욕에도 팬데믹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규제 완화로 활기를 찾아가고 있는 뉴욕”
[현장음: 뉴욕시 도로]
뉴욕의 도로는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한산합니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실내 식사가 허용되기 시작한 이후 현재 술집과 식당 등의 실내 수용 인원은 50%까지 늘어났는데요. 브로드웨이 등 공연 가에서도 다시 현장 무대가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현장음: 뉴욕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
뉴욕 맨해튼의 역사박물관 ‘뉴욕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 New York Historical Society)’. 이곳은 박물관이자 도서관이지만, 결혼식이나 연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유명한데요. 한동안 굳게 닫혀 있던 이곳도 규제 완화로 이제 최대 150명까지 수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뉴욕주 당국이 지난 3월 19일, 뉴욕시의 식당 수용 인원을 35%에서 50%까지로 확대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윌 조셉]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의 식당 영업 책임자인 윌 조셉 씨는 예약 문의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했는데요. 가을 행사나 연말 파티가 가능한지 문의가 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조셉 씨는 드디어 대면 행사 재개에 관한 활발한 대화가 오가게 되어 흥분된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식당들의 실내 영업이 제한되면서 실외 식사 공간은 이제 뉴욕 식당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됐습니다. 식당 앞 공간에 간이 시설처럼 만들어 놓은 테이블은 손님들에게 색다른 외식 경험을 선사하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실내 영업은 언제쯤 완전히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뉴욕시의 주택가에 위치한 ‘토니 디 나폴리(Tony di Napoli’s) 식당의 총괄 관리인 제시 펠드먼 씨는 주 당국의 완화 조처가 반갑긴 하지만, 아직은 충분하지 못한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제시 펠드먼]
팬데믹 이전에만 해도 정말 인기가 많은 식당이다 보니 테이블을 잡기도 힘들었다는 겁니다. 350명을 받을 수 있는 식당은 거의 매일 밤 많은 사람으로 붐볐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거의 9달을 문을 닫았었다며 정말 힘든 일이라고 했습니다.
소규모 가게는 실내 수용인원 확대로 그다지 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인데요. 적은 공간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까지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녹취: 제시 펠드먼]
펠드면 씨는 수용인원 50%로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작은 식당들 대부분이 아마 그럴 거라고 했습니다.
뉴욕은 먹거리도 유명하지만, 볼거리도 유명한데요. ‘브로드웨이’ 거리에서는 1년 내내 뮤지컬 공연이 끊이지 않았고, 그 외 연극, 공연 무대도 조명이 꺼지지 않았죠.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공연계도 거의 1년간 막을 내려야 했는데요. 4월 2일부터 현장 라이브 공연 무대가 다시 문을 열게 됐습니다. 하지만, 행사는 정원의 1/3 이내에서 허용한다는 방침인데요.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은 실내의 경우 100명, 야외는 200명입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름이나 가을에 규제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규제 완화의 혜택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녹취: 크리스틴 마팅]
‘히어 아트센터(HERE Arts Center)’의 크리스틴 마팅 창립 예술감독은 주 당국에서 제시한 날짜는 극장들이 대응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는데요. 무대에 설 공연자들이 아직 백신을 맞지 않았고 또 배우나 관객 모두의 안전을 위한 시설을 완비할 자금도 없다는 겁니다. 또 공연에는 예행연습도 필요하다며 고충을 털어놓았습니다.
하지만 뉴욕 시민들은 봉쇄 조처가 서서히 완화되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인데요. 밤낮으로 많은 사람이 붐비던 뉴욕이 이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선 아직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직장인들의 현장 근무 복귀를 돕는 새로운 기술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원격 근무 혹은 재택근무가 새로운 직장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요. 이제 서서히 현장 근무가 재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코로나 팬데믹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들의 안전은 기업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인데요. 첨단 기술의 산실이라고 불리는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한 기업은 현장 근무를 돕는 기술들을 내놓았습니다.
[녹취: 지오니 비안치니]
실리콘밸리의 기술회사 ‘세구로(Seguro)’의 지오니 비안치니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 사태로 작년 5월쯤 본인 회사에서도 2건의 확진 사례가 나왔고, 전원 재택근무에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군사용, 의료용 등에 쓰이는 기기 부품을 생산하던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비안치니 씨는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는데요. 바로 직장 내 안전을 지키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 낸 것 중 하나가 사회적 거리를 지키는 기기인데요.
[녹취: 지오니 비안치니]
팬데믹 기간에 일터에서 매일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이 바로 직원들 간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임을 알았다는 비안치니 씨는 ‘스마트스페이스(Smartspace)’라는 기기를 개발했습니다.
신분증 크기인 이 기기를 사람들이 목에 걸거나 허리춤에 차고 있다가 다른 사람과의 거리가 약 2m보다 가까워질 경우 ‘삐비빅’하고 경고음이 나오는데요. 초광대역 주파수를 이용하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녹취: 지오니 비안치니]
다른 기기를 감지하고 신호를 주고받는 형식이라는 건데요. 날짜와 시간, 거리와 기간 등을 수집하기도 한다고 비안치니 씨는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정보는 확진자와의 접촉을 추적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는데요. 만약 코로나 확진 사례가 나오면 그 사람과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에게 바로 공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만, 이 기기는 직장 공간 내에서만 활용하도록 고안됐다고 하네요.
비안치니 씨는 또 직장인들이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하는 상황도 개선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고 냈는데요.
[녹취: 지오니 비안치니]
얼굴 가림막이긴 하되,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들여오고 입자는 바깥으로 내보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공기 청정 필터를 내장한 헬멧을 개발했다는 겁니다.
[녹취: 지오니 비안치니]
직원들이 쓰는 헬멧 안에 자외선 살균 램프(UV-C LED)도 내장했다며 필터를 통해 이미 깨끗한 공기를 자외선에 노출해 가림막 안에 공기가 늘 신선할 수 있도록 유지한다는 겁니다.
이 헬멧은 특히 얼굴 부분이 투명막으로 돼 있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직원들이 서로 얼굴을 보면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이전에는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기술들이 선보이고 있는데요. 코로나가 기술 기업들엔 이렇듯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