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공중파 텔레비전에 나와야지만 유명인이 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요즘은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인기 스타가 될 수 있는데요.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을 일컫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죠. 이런 인플루언서는 꼭 젊은 사람들만 되는 건 아니라고 하는데요. 소셜미디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 인플루언서, 이름하여 ‘그랜플루언서(Granfluencer)’ 들을 만나 보시죠.
“첫 번째 이야기, 소셜미디어 스타가 된 노인들”
[녹취: 마그다 리오히스 드 구티에레스]
올해 78살의 마그다 리오히스 드 구티에레스 씨. 할머니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화려하고 세련된 옷차림에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현재 미 동부의 대도시 뉴욕에 사는 구티에레스 씨는 소셜미디어상의 유명인사입니다.
스페인 카탈루냐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는 구티에레스 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유럽의 패션과 예술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한데요. 구티에레스 씨의 옷장은 웬만한 뉴욕의 아파트보다 더 크고요. 옷장엔 각종 모자와 드레스, 장신구와 구두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녹취: 마그다 리오히스 드 구티에레스]
구티에레스 씨는 젊은이들이 많이 하는 인터넷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고, 팔로워 즉 자신의 계정을 따르는 사람이 금방 3천 명이 생겼다고 했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5천 명이 더 늘었고 지금은 2만5천 명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구티에레스 씨의 인스타그램을 찾고 있는데요. 팔로워들의 나이를 보면, 2~30대 등 구티레에스 씨보다 훨씬 젊은 사람들입니다. 이들 젊은이는 구티에레스 씨의 인스타그램에서 어떻게
화려하게 옷을 입는지, 색은 어떻게 맞추고, 어떻게 사람들 눈에 띌 수 있는지를 배워가죠.
[녹취: 마그다 리오히스 드 구티에레스]
구티에레스 씨는 아침에 제일 먼저 모자를 쓰고 그 다름에 옷과 목걸이 같은 장신구, 구두를 차례로 맞춰 나간다고 했는데요.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화려한 패션에 젊은이들은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소셜미디어인 ‘틱톡’에선 82세 할아버지 스티브 오스틴 씨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틱톡은 짤막한 동영상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인데요. 오스틴 씨 틱톡 팔로워 수는 무려 150만 명이 넘습니다.
[녹취: 스티브 오스틴]
오스틴 씨는 이렇게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게다가 팔로워 대부분은 젊은이라고 놀라워했습니다.
미 남부 텍사스주의 한 노인 아파트에 사는 오스틴 씨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집에서 하루에 한두 번 틱톡에 영상을 올리는데요. 재미있는
춤 동작이나 장난, 농담 같은 걸 올리지만, 젊은이들은 여기에 열광합니다.
백발에 안경을 쓴 할아버지이지만 매번 다른 색의 모자를 쓰고 나와 젊은이들과 만나는 오스틴 씨. 특히 ‘스티브와 함께 요리를’이라는 노래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녹취: 스티브 오스틴]
오스틴 씨는 제목이 요리이지 실제론 그냥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거나 시리얼을 우유에 부어 먹는 정도였지만, 사람들은 그걸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겸손해했습니다.
오스틴 씨는 치과기공사로 25년을 일하고 이후 극장에서 입장권을 받는 일을 25년간 했다는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극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게 됐지만, 대신 인터넷 인플루언서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게 됐습니다.
사실 나이가 들어서 소셜미디어를 다루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데요.
[녹취: 스티브 오스틴]
하지만 젊은 팔로워들이 도와주고 있다며, 자신을 할아버지로 삼고 싶거나 아니면 자신들의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해서 그러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녹취: 앨지 파우어즈]
한편, 68세인 앨지 파우어즈 씨는 소셜미디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할머니 가수입니다.
미 서부 유타주에 사는 파우어즈 씨는 전 세계 50만 명의 팔로워들에게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원래 그래픽 디자이너로 공책을 만들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판매해보려고 했던 파우어즈 씨는 공책이 아닌 자기 자신이 스타가 돼 버렸습니다.
[녹취: 앤지 파우어즈]
자신이 젊은이들의 음악을 인정해 준다고 느끼기 때문에 젊은 팔로워들의 인기를 끄는 것 같다는 파우어즈 씨. 오래전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가 나왔을 때도 자신의 부모님은 비틀스를
싫어하셨다며, 보통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듣는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파우어즈 씨는 그런 부모님들을 대신해 젊은이들이 신청하는 노래를 직접 불러주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은 이렇게 일부 노인들에게 소셜미디어 스타가 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기도 했는데요. 그랜플루언서들은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는 없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똘똘 뭉쳐 코로나를 극복하는 LA의 여성 식당주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특히 일하는 여성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합니다. 일과 가정 그리고 자녀 양육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많은 여성이 일터를 떠나야만 했는데요. 미 서부 대도시 LA에서는 이런 힘든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여성 식당주와 요리사들이 ‘리가딩허(Regarding Her)’, 즉 ‘그녀에 관하여’라는 단체를 결성해 서로 돕고 있다고 합니다.
[현장음: LA 식당가]
브리트니 바이예스 씨는 18살 때부터 요식업에 종사했는데요. 식당 종업원으로 시작해 지금은 ‘게릴라 타고(Guerrilla Taco)’라는 멕시코 식당의 주인이 됐습니다. 바이예스 씨는 자신이 여기에 오기까지 다른 여성 사업가들과 함께 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는데요.
[녹취: 브리트니 바이예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없으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매년 더 많은 여성이 요식업에 뛰어들면서 여성들이 사업을 시작하기가 훨씬 더 쉬워졌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시작되면서 여성 식당주들은 다시금 어려움을 겪게 됐는데요. 따라서 ‘리가딩허(Regarding Her)’를 결성하게 됐습니다.
열흘 동안 100명 이상의 LA 여성 식당주들이 서로의 식당을 광고하고 홍보하는 축제를 벌이면서 자매 관계를 맺은 식당의 음식은 교차 제공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녹취: 리엔 타]
‘올데이베이비(All Day Baby)’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리엔 타 씨는 코로나 기간, 여성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엄마일 경우 중요한 선택 앞에 많이 놓인다는 했는데요. 자녀들을 돌봐 줄 사람이 없는 경우 집에서 자녀를 보고,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돕다 보면 사업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이런 상황에서 여성 식당주들이 서로를 돕고 있다는 겁니다.
‘리가딩허’는 음식 축제에서 더 나아가 여성이 운영하는 LA 식당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모금도 계획하고 있다는데요. 여성 식당주들에게 조건 없이 재정 지원을 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녹취: 크리스틴 트래트너]
‘니켈 다이너(Nickel Diner)’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크리스틴 트래트너 씨는 팬데믹 시대, 여성들은 자신의 강인함을 찾아야 한다며 여성 식당주들이 모이면서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게 된다고 했는데요. 또 다 같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모두 한배를 타고 있다는 동료애를 느낀다고 했습니다.
‘리가딩허’는 또 여성 회원들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LA의 여성 식당주들을 이렇게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며 팬데믹을 이겨나가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