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암과 같은 큰 병에 걸렸을 때, 투병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어린 아이들의 경우 어른들도 견디기 힘든 치료 과정을 이겨내야만 하죠. 이런 어린이 환자들에겐 자그마한 용기와 희망의 손길도 큰 힘이 될 텐데요. 예쁜 양말을 통해 아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암 투병 어린이들을 위한 희망 양말”
[현장음: 소아병동 ]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한 대형 병원. 어린이 환자가 병상에 누워있습니다. 그 앞에서 한 남성이 펭귄이 그려진 양말을 건네며 펭귄 걸음걸이를 흉내 내고 있는데요.
이 남성의 이름은 제이크 타이틀밤 씨로 몇 년 전까지 병원 침대에 누워 암 치료를 받았던 사람입니다. 제이크 씨는 현재 암이 완치됐지만, 여전히 병원을 찾아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있는데요. 제이크 씨가 선물하는 희망은 다름 아닌 예쁜 양말에 담겨 있습니다. 암 투병을 하던 당시 병원에서 주는 무채색 양말이 싫었던 제이크 씨는 암 완치와 함께 환자들을 위한 양말을 만들기로 다짐했다고 합니다.
[녹취: 제이크 타이틀밤]
환자들에게 병원에서 신기 좋은 미끄럼방지 양말을 선사한다는 제이크 씨. 이렇게 선물을 준다고 해서 환자의 예후가 달라지거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환자들에게 작지만 뭔가 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는 겁니다.
제이크 씨는 미 동남부 노스캐롤라이나에서 대학에 다닐 당시 암 선고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녹취: 제이크 타이틀밤]
그리고 1년 반 동안 항암 치료를 받으며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병원에 올 때마다 눈에 띈 것이 입원 환자들은 다들 환자복을 입고 미끄럼방지 양말을 신는 것이었다고 하는데요. 제이크 씨는 암 투병 사실을 잠시라도 잊기 위해 재미있는 양말 디자인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암은 끝내 이겨냈지만, 양말에 대한 아이디어는 사라지지 않았는데요. 제이크 씨는 실제로 양말을 만들어 암 투병 환자들에게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양말에 들어갈 디자인은 실제로 암 투병 중인 아이들의 도움을 받았는데요. 화려한 색감은 물론 귀여운 곰돌이부터, 강아지, 펭귄, 눈사람까지 디자인도 다양합니다. 제이크 씨는 모든 디자인에는 다 사연이 있다고 했는데요.
[녹취: 제이크 타이틀밤]
양말 중에 무지개 무늬가 있는데 이 양말은 벤지라는 아이가 생각해낸 디자인이라는 겁니다. 벤지는 뇌암을 이겨낸 아이로, 벤지가 입원해 있을
당시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어둠을 이겨내는 상징으로 무지개를 제안했다는 겁니다.
제이크 씨는 양말 기부를 통해 환자들에게 회복력을 선사한다는 의미로 ‘리질리언스 기브스(Resilience Gives)’ 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이지만, 양말 한 켤레를 팔 때마다 미 전역의 암 치료 센터에 양말 한 켤레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환자들을 돕고 있습니다.
[녹취: 제이크 타이틀밤]
제이크 씨는 이렇게 도움을 받은 환자 가족들은 암 치료 후 또 다른 가족들을 위해 솔선수범해서 양말을 기부한다고 했는데요. 이를 통해 투병 중인 환자 가족들에게 “나도 당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어봐서 알아요. 긴 어둠의 터널 끝에는 빛이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준다는 겁니다.
제이크 씨는 자신이 암투병을 했기에 포근하고 편안한 양말 한 켤레가 힘든 치료 과정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데요. 평소엔 너무나 흔하게 보고 신는 양말이지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가 담긴 ‘리질리언스 기브스’의 양말은 어린이 암 환자들에게 너무나 특별한 선물이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로봇과 함께 하는 하이브리드 수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미국의 많은 학교가 대면 수업을 온라인 원격 수업으로 대처해야 했는데요. 일부 지역에서는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혼합한 일명 하이브리드 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학생은 직접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나머지 학생은 여전히 집에서 원격 수업을 듣는 건데요. 온라인 원격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나온 대안인 겁니다.
[녹취: 소피아 잰슨 ]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대도시 LA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소피아 잰슨 양은 2020년은 무척 낯선 한 해였다고 했는데요. 고등학교 졸업반이 시작되면서 학교에서 친구들과 마지막 추억을 쌓느라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고, 또 지난 1학기는 가장 중요한 학기이기도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든 것이 뒤죽박죽돼 버렸다는 겁니다.
잰슨 양 학교에서는 현재 하이브리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일부 학생들과 선생님은 학교 교실에서, 나머지 학생들은 집에서 수업을 이어 가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스위블(Swivl)’이라는 로봇 덕분에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서로 가까이 있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스위블은 판형 컴퓨터처럼 생겼는데요. 360도 회전하는 지지대 위에 세워져 있어서 로봇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카메라가 교실 안의 이곳저곳을 비추며 비대면 수업을 돕고 있습니다.
[녹취: DJ 클로비스]
남부 캘리포니아의 사립학교인 ‘페어몬트 스쿨’의 특별 프로젝트 담당자인 DJ 클로비스 씨는 스위블은 마치 마이크와 비디오카메라를 장착한 학생이 교실에 앉아 있는 것과 흡사하다고 했는데요.
스위블은 이동 기기들과 연동이 가능하고요. 또 센서가 달려있기 때문에 교사가 착용한 마이크를 인지하고 교사의 판서에 따라 화면이 따라가게 됩니다.
[녹취: 블라드 테틀밤]
스위블의 공동 창업자인 블라드 테틀밤 씨는 본질적으로 스위블 로봇은 교실 안에서 교사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비디오카메라가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일반적으로 온라인 강의라고 하면 교사가 화면
앞에서 움직이지 않고 딱딱하게 서서 수업을 진행하지만, 스위블은 그런 면에서 차별점이 있다는 겁니다.
[녹취: DJ 클로비스]
페어몬트 스쿨의 클로비스 씨는 스위블 덕분에 교사들은 온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되는 수업이라도 교실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고 했습니다.
과학 교사인 새라 맥과이어 씨는 스위블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이 일반적인 원격 수업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는데요.
[녹취: 새라 맥과이어]
원격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선생님뿐 아니라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까지 화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소피아 잰슨 양은 하지만, 스위블이 컴퓨터 사용이 능숙한 교사들의 수업 시간엔 문제없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들의 수업 시간엔 오류가 나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녹취: 소피아 잰슨 ]
가끔 스위블 로봇이 선생님을 따라가지 않고 교실의 여기저기를 막 비추기도 한다는 건데요. 하지만,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기만 하면 정말 좋은 도구라며, 스위블 화면으로 공부를 하면 혼자서 컴퓨터 화면을 보며 공부한다는 느낌보다는 직접 교실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게 해준다고 했습니다.
교사들은 코로나 사태가 종식돼 대면 수업이 재개되더라도 스위블 로봇은 아파서 결석한 학생들을 위해 수업을 중계하는 등 계속해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