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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투표소로 배달되는 피자...미국의 소녀들 전시회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투표소로 배달되는 피자...미국의 소녀들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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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일을 앞두고 많은 주에서 조기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선거 당일 투표소가 지나치게 붐비는 상황을 막기 위해 조기 투표를 하는 건데요.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조기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어떤 곳은 몇 시간씩 기다려야 투표를 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조기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을 위해 피자를 배달해 주는 비영리 단체가 있다고 합니다.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소의 피자(Pizza To The Polls)’측이 배달해준 무료 피자를 먹고 있다.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소의 피자(Pizza To The Polls)’측이 배달해준 무료 피자를 먹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투표소로 배달되는 피자”

[현장음: 투표소 현장]

미 북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웹 개발자로 일하는 스콧 던콤 씨는 대선 기간, 아주 특별한 임무를 띠고 있습니다.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허기진 배로 돌아가지 않게 하는 임무인데요. 스콧 씨는 친구 케이티, 노아 씨와 함께 “투표소의 피자(Pizza To The Polls)’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투표소 현장에 피자를 배달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스콧 던콤]

스콧 씨는 지난 2016년 대선 때 조기 투표소에 많은 사람이 몰려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걸 보고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는데요. 당시 선거와 관련한 다른 프로젝트를 위해 사용하고 남은 자금이 좀 남아 있었고, 그 돈으로 투표소를 찾은 사람들에게 피자를 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투표소 인근 피자 가게에 피자를 주문했는데 투표소로 배달된 무료 피자를 사람들이 먹고는 아주 좋아했다고 하네요.

어떻게 보면 단순하지만, 또 기발한 이 아이디어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인터넷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지난 2016년 대선 기간 무료 피자 배달을 위해 무려 4만 달러 이상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2016년 대선 때는 24개 주에 피자를 배달했고 2018년 중간선거 때는 41개 주의 투표소에 피자를 배달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총 611개 투표소로 간 피자가 1만 판이 넘는다고 합니다.

인터넷 소셜미디어에는 투표소에서 뜻밖에 피자를 공짜로 먹게 된 데 대한 감사의 메시지가 넘쳐났는데요. 피자를 얻어먹고는 투표소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다른 유권자들을 위해 후원금을 보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유권자들과의 교감은 단문의 글과 사진을 전하는 트위터로 주로 이뤄지는데요. 사람들이 투표소의 긴 줄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서 투표소의 주소를 함께 올리면 ‘투표소의 피자’ 측이 확인하고는 즉각 지역 피자가게에 피자를 주문해 현장으로 가져다주는 형식이라고 합니다.

스콧 씨는 피자 말고 다른 음식을 투표소로 보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결론은 피자가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했습니다.

[녹취: 스콧 던콤]

왜냐하면 미국에선 대도시를 가든, 시골을 가든 피자 가게가 없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피자를 보내려는 모든 주에서 피자 가게를 찾을 수 있었고 온라인으로 주문과 배달이 가능했다는 겁니다. 또 피자는 따뜻한 음식이라는 점이 다른 이유로 꼽았는데요. 선거가 열리는 달이 11월로, 쌀쌀한 날씨 가운데 선거가 진행되다 보니 따뜻한 피자야말로 사람들이 환영할 만한 음식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기간, 사람들이 음식을 나눠 먹는 게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도 할 수 있는데요. 스콧 씨는 하지만 ‘투표소의 피자’는 사람들 간의 대면 접촉이 없이 피자를 주문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녹취: 스콧 던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피자 상자를 둔다는 건데요. 그럼, 사람들이 한 명씩 와서 뚜껑을 열고 자기가 먹을 피자 조각을 가져간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옆에서 상자를 열어 사람들과 나눠 먹는 그런 모습은 아니라는 거죠.

스콧 씨는 11월 3일 대선 당일에도 피자를 배달하게 될 거라고 했는데요. 이날은 미 전역에 피자를 배달하기 위해 자원봉사자 수백 명을 동원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스콧 씨는 그러면서 자신의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러 온 유권자들이 배고프게 돌아가게 하지 않겠다는 임무를 이번 대선에서도 꼭 달성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미국사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의 소녀들(American Girlhood)’ 전시회.
워싱턴 D.C. 스미스소니언 미국사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의 소녀들(American Girlhood)’ 전시회.

“두 번째 이야기, 미국의 소녀들 전시회”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는 스미스소니언 재단 산하의 박물관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스미스소니언 미국사 박물관’도 그중 하나인데요. 코로나 사태로 한동안 문을 닫았던 미국사 박물관이 최근 재개장 하면서 새로운 전시가 시작됐습니다. 바로 ‘Girlhood’, 즉 ‘미국의 소녀들’이라는 전시회인데요. 미국에서 자라면서 소녀들이 직면하는 도전을 보여줌과 동시에,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 소녀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라고 합니다.

[녹취: 캐슬린 프랜즈]

캐슬린 프랜즈 전시 책임자는 미국의 소녀들 전시회에 ‘It’s complicated’, ‘복잡한’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며,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이 소녀들의 복잡한 삶을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는데요. 소녀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또는 변화의 최전선에 설 때나 정치적 주장을 할 때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지금 미국에서는 여성의 자유와 권리가 그 어느 나라에서보다 인정받고 있지만, 남자아이들과는 다른 대우를 받는 부분이 여전히 있다는 거죠.

전시는 총 5개 분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건강, 교육, 일, 정치, 그리고 패션 이렇게 다섯 개 분야에서 소녀들이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미국 독립혁명 당시에서부터 현재까지, 역사의 흐름에 따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시는 각종 영상과 사진 등 미디어 자료를 동원해 마치 그 시대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녹취: 낸시 버카우]

또 한 명의 전시 책임자인 낸시 버카우 씨는 미국의 소녀들은 자라면서 어떻게 사회에 어울릴 수 있는지, 무엇을 입고 어떻게 보이고 무엇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또 가장 이상적인 소녀상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교육받는다고 지적했는데요. 그런데도 소녀들은 자기 자신을 좀 더 의식하게 되고, 쏟아지는 충고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특히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소녀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20세기 초반, 작가이자 정치 운동가로 활약했던 헬렌 켈러입니다.

헬렌 켈러는 아기 때 앓았던 병으로 인해 평생 시각 장애와 청각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됐는데요. 하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은 끝에 학사 학위를 받은 최초의 시청각 장애인이 됐고 인종차별과 남녀 성차별에도 맞섰던 여성이었습니다.

한편, 13살 소녀 나오미 와들러 양은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하는데요. 지난 2018년 워싱턴 D.C.에서 열린 총기 규제 집회에서 흑인 소녀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연설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전시 책임자들은 이 외에도 미국의 수많은 소녀의 이야기를 담아 전시회를 가득 채웠는데요. 전시회가 문을 연 10월 11일은 마침 세계 곳곳에서 차별당하고 권리를 침해받는 소녀들을 기억하기 위해 유엔(UN)이 제정한 ‘세계 소녀의 날 (International Day of the Girl Child)’ 이기도 했습니다.

해당 전시는 오는 2022년까지 계속되면서 미국의 소녀들, 그리고 여성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할 예정입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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