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시대,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습니다. 마스크만 제대로 써도 바이러스 확산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하죠. 하지만 귀가 들리지 않아 상대방의 표정이나 입 모양에 의존했던 청각 장애인들은 마스크를 씀으로써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됐는데요. 이들을 위한 특수 마스크가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투명 마스크”
미 동부 코넬대학교에서 미국 수화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브렌다 셔츠 씨는 처음 미국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할 당시만 해도 마스크 때문에 이렇게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청각장애인이자 농아인인 셔츠 씨는 사람들이 다들 마스크를 쓰면서 일상의 대화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했는데요. 미국 내 4천800만 명에 달하는 청각장애인들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일 거라고 통역을 통해 말했습니다.
[녹취: 브렌다 셔츠]
대화는 꼭 언어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건데요. 표정이나 손짓 등도 대화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마스크를 씀으로써 수화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한순간에 막혀버렸다고 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은 특히 약국이나 상점에 갈 때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는데요. 약사의 설명을 들어야 하는데 약사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녹취: 브렌다 셔츠]
셔츠 씨는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는데요. 만약 누군가 말로 하는 데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좀 더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시도하라는 건데요. 왜 그 사람이 반응하지 못하는지를 생각해보라는 겁니다.
메릴랜드대학교 국제캠퍼스의 앤 매킨토시 교수는 선천적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인이자, 특수 마스크를 개발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매킨토시 교수는 입 부분을 플라스틱 필름으로 처리해 사람의 입 모양이 보이는 투명 마스크를 개발했는데요. 이 마스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첫 번째 투명 마스크라고 하네요.
매킨토시 교수는 이미 몇 년 전에 투명 마스크를 고안해 냈는데요.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했습니다.
[녹취: 앤 매킨토시]
수술실의 간호사와 의사, 마취과 의사 그리고 남편까지 수술복으로 중무장을 하고는, 얼굴에 마스크까지 하고 있었다는 건데요. 이들의 입술을 읽을 수 없다 보니 지시하는 말에도 전혀 따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탄생한 투명 마스크는 입 부분에 자그마한 투명 창이 있어서 사람들의 입 모양을 읽을 수도 있고 표정이나 감정까지도 읽는 게 가능하다고 하네요.
매킨토시 교수는 그러니까 투명 마스크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병원에서 꼭 필요한 용품이었다고 하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청각장애인들의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했습니다.
[녹취: 앤 매킨토시]
갓 태어난 아기들, 또는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된 아기들 가운데 사람의 미소를 한 번도 못 본 아이들이 있다는 겁니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이런 현상은 아기들이 다른 사람과의 유대감을 갖는 데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5%에 해당하는 4억6천600만 명이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데요. 코로나 사태로 모두가 얼굴을 가리고 있는 요즘, 투명 마스크는 이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소통의 창이 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코로나 사태로 영상에 빠진 아이들 ”
코로나 사태로 학교도, 놀이터도, 극장도, 놀이공원도 가지 못하게 된 아이들. 아이들의 부모들조차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아이들의 유일한 오락거리는 바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즉 판형 컴퓨터 같은 전자기기가 됐습니다.
거기다 이제는 수업도 컴퓨터 온라인으로 하게 됐고, 여름방학에 열리는 여러 캠프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다 보니 아이들이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고 합니다.
[녹취: 달리아 하샤드]
‘페어런츠투게더(ParentsTogether)’라는 비영리 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달리아 하샤드 씨는 10살, 12살 두 자녀의 엄마인데요. 자신도 다른 많은 부모와 마찬가지로 부부가 재택근무를 하면서 코로나 사태를 이겨나가고 있고, 또 다른 부모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페어런츠투게더’를 운영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부모는 자녀들이 자신의 방에서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걸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페어런츠투게더가 3천여 명의 부모들을 상대로 여름 동안 자녀들의 영상 시청 시간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는데요.
[녹취: 달리아 하샤드]
응답자의 8%가 자녀들이 하루에 6시간 이상 영상을 시청하게 한다고 답했다며, 영상 시청 시간이 500% 증가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니까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컴퓨터나 태블릿, 스마트폰 등을 들여다보는 지내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건데요.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아이들의 영상 시청 시간과 관련한 권고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아이들의 영상 시청 시간을 최소한으로 할 것을 권고하면서 신생아의 경우 영상 시간이 아예 없어야 한다고 권고했는데요.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고 합니다.
미국의 아기들은 하루 평균 40분을 전자 기기 앞에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고요. 또 WHO는 2살~5살은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시청하지 말 것을 권고했지만, 실제로는 영상 시간이 권고안의 두 배를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10대들의 경우 WHO가 시청 시간을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과도한 영상 시청은 우울증이나 불안감과 연관이 있다고 하네요.
미 동부 어썸션대학의 제임스 랭 교수는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 중인데요. 5명의 자녀가 있는 부모이기도 한 랭 교수는 아직까지는 너무 염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랭]
현재 상황이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전환기라는 걸 부모가 인지하고 있다면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코로나 사태가 안정되고 다시 외부 활동 등을 시작하는 등 열심히 노력한다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건데요. 인간의 뇌는 ‘신경가소성’이라는 게 있어서 환경이 바뀜에 따라 재빨리 순응하는 능력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 코로나 사태가 끝났을 때, 부모들은 자녀들의 영상 시간에 상당한 제한을 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달리아 하샤드 씨는 아이들이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도 문제지만, 아이들이 보는 내용도 우려된다고 했습니다.
[녹취: 달리아 하샤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대부분 비교육적인 것들이라는 겁니다. 아이들이 제일 많이 보는 게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로 80%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채널로 꼽았고, 영화 등을 보는 넷플릭스와 짤막한 영상 공유 앱인 틱톡이 그 뒤를 이었다고 하네요.
사실 부모들은 물론 과학자들도 처음 겪는 이 장기간의 봉쇄가 언제 풀릴지 모르는데요. 따라서 이런 상황으로 인한 디지털 사용이 아이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