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김현숙입니다. 미국에선 6월 중순에 대부분의 학교가 여름 방학에 들어갑니다. 8월 말까지 이어지는 긴 여름 방학 동안, 학생들은 대부분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는 써머캠프에 참여하곤 하죠.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단체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여름 캠프들이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할 상황이 됐는데요. 안 그래도 수개월 전 학교가 문을 닫아, 온라인 원격 수업을 하며 집에서 자녀들을 돌봐온 부모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써머캠프 없는 여름방학 보내기”
[현장음:버지니아 나데즈다 니키포로바 씨 집]
미 동부 버지니아주에 사는 나데즈다 니키포로바 씨는 세 아들의 엄마입니다. 워낙 에너지가 넘치는 삼 형제이다 보니, 나데즈다 씨는 방학이 되면 아이들을 각종 여름 캠프에 보내 여름을 나게 했다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캠프에 보내지 못할 상황이 됐고, 특히나 10대인 첫째 아들 때문에 가장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녹취: 나데즈다 니키포로바]
첫째를 등산이나 카약 등 나이에 맞는 야외 스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일명, ‘모험 캠프’에 보내려고 했다는 겁니다. 또 모험 캠프가 끝나면 컴퓨터를 좋아하니까,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캠프도 보내려고 했다는 거죠. 이미 지난겨울에 캠프 회비까지 다 냈다는데요. 아직 캠프가 정상적으로 열릴지 확답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는 민간단체 ‘YMCA’ 미국 지부의 폴 매켄타이어 최고운영책임자는 현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녹취: 폴 매켄타이어]
YMCA에서 올해 계획했던 여름 캠프 프로그램의 약 25%를 진행하지 않기로 확정했다는 겁니다. 나머지도 좀 더 지켜보다가 진행 여부를 결정하거나, 일부 내용을 수정하기로 했다고 하네요.
미국에선 각 주의 카운티에서도 지역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여름 캠프를 운영하는데요.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경우 올해 여름 캠프는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모두 취소됐다고 합니다.
[녹취: 애드리안 클러터]
몽고메리 카운티 여가부의 애드리안 클러터 씨는 지역 주민들의 돈을 계속 쥐고 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다들 어려운 상황인 만큼 여름 캠프를 다 취소하고 이미 받은 등록비도 주민들에게 되돌려 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몽고메리 카운티는 주 차원의 코로나 제한 정책이 완화되면 캠프를 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미국캠프협회’의 톰 로젠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캠프가 다시 문을 열더라도 많은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톰 로젠버그]
캠프 참가자들 간의 거리 유지도 지켜야 될 것이고, 숙식 캠프의 경우 잠자리도 거리를 둬야 할 거라는 겁니다. 그리고 서로 간의 접촉이 있는 운동 캠프는 당연히 열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캠프에서는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 착용은 물론, 캠프장의 철저한 소독과 참가자의 체온을 재는 것도 필수 사항이 될 텐데요. 이러한 새로운 규정을 마련하고 또 준비해야 하다 보니 보통 여름 방학 시작과 동시에 캠프가 시작되는 것과는 달리, 올해는 캠프가 조금 늦게 시작될 것으로 전문가들을 보고 있습니다.
[녹취: 티파니 톰슨]
보통은 6월에 여름 캠프가 가장 많이 열리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미국 특허, 발명 박물관인 ‘발명가 명예의 전당’의 티파니 톰슨 씨는 설명했는데요. 박물관 측도 대부분의 주요 여름 캠프를 7월이나 8월로 연기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캠프협회 측은 일부 여름 캠프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녹취: 톰 로젠버그]
코로나 사태로 한동안 집에만 있어야 했던 아이들에게 올해 여름은 그 어느 때 보다 캠프 경험이 필요할 것이고 또 아이들이 서로 얼굴과 생각을 맞대며 상상력을 키우고, 공감하는 아이들로 자랄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 전역에선 매년 1만5천 개의 여름 방학 캠프가 열리고, 2천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캠프에 참석해 다양한 여름 활동을 즐기는데요. 하지만, 올해 여름 방학엔 아이들이 캠프장보다는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환경을 생각하는 친환경 경기장”
코로나 사태로 야구를 비롯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가 대부분 중단됐습니다. 수천 관중의 뜨거운 열기와 함성이 사라진 대형 구장들은 시설 정비를 하며 조용히 보내고 있는데요. 오랜 세월, 프로야구와 프로 미식축구가 큰 인기를 받아온 미국에선 대형 구장이야말로 미국인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최근엔 이런 대형 구장들이 환경까지 고려하기 시작했는데요. 환경 오염과 에너지 절약을 위해 태양광을 설치하고, LED 조명을 사용하는 건 물론, 쓰레기 분리수거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미래 지향적으로 변신한 경기장 가운데 하나가 미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있는 ‘M&T 은행 경기장’입니다.
[녹취: 제프 프로벤자노]
메릴랜드 경기장 감독국의 제프 프로벤자노 부회장은 에너지 관리 부서에서 경기장의 전기세를 낮출 것을 요청해, 1년 내내 돌아가지만 사용하지 않는 냉장고와 냉각기를 모두 껐다고 하는데요.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최우선을 뒀다고 했습니다.
메릴랜드의 프로야구팀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홈구장인 ‘캠던 야드(Camden Yards) 오리올스파크’ 도 친환경 경기장으로 거듭나고 있는데요. 메릴랜드 경기장 감독국의 필 헛슨 씨는 이런 노력이 꼭 에너지 절약에만 초점을 맞춘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녹취: 필 헛슨]
경제적인 면은 물론이고, 지속 가능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점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M&T’ 경기장과 ‘오리올스파크’ 모두 건축 분야에서 에너지와 환경적 소양을 검증하는 ‘리드(LEED)’로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았습니다.
‘리드’는 총 4가지 등급을 갖고 있는데요. 미국에서 최상위 등급을 가진 스포츠 구장은 미 남부 애틀랜타 조지아에 있는 미식축구 경기장인 ‘메르세데스 벤츠 구장’입니다. 친환경 디자인을 주도하는 건축회사인 ‘HOK’사가 에너지 설계를 맡았습니다.
[녹취: 크리스 디볼더]
이 경기장은 LEED 최상급인 ‘플래티넘’ 인증을 받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프로축구 시설이라는 게 HOK 사의 크리스 디볼더 씨의 설명인데요. 스포츠와 환경파괴 없는 지속성을 통합했다는 것은 미래를 위한 위대한 진전이자 성취라고 평가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구장’은 모든 쓰레기통에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가 구분돼 구장 곳곳에 배치돼 있고요. 무려 4천 개의 태양전지판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데요. 프로 미식축구 경기는 10경기, 축구 경기 13경기를 치를 수 있는 분량이라고 합니다.
이 구장은 최근 신설된 구장이라 그렇지만, 볼티모어의 오리올스파크 야구 경기장의 경우 약 30년 전에 지어진 경기장인데요. 보수 공사를 거쳐 LEED 환경 인증을 받았다고 하네요. 이처럼 미국 대형경기장들은 이제 스포츠는 물론 환경까지 생각한 미래지향적 공간으로 진화해가고 있습니다.
네,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 다음 주에는 미국의 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