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진솔한 미국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구석구석 미국 이야기입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경제 활동이 거의 다 마비되다시피 했습니다. 직업을 잃은 사람도 많고, 식당이나 영화 극장, 공원들도 다 문을 닫았죠. 모든 것이 움츠러드는 이때, 이전보다 더 번창하는 분야가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정원이나 텃밭을 가꾸는 식물 사업이라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코로나 사태로 더 인기가 높아진 정원 가꾸기”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가게 ‘드라이가든(The Dry Garden)’. 봄이 왔음을 알리듯 형형색색의 꽃들과 각종 모종, 채소가 가게의 너른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꽃모종을 한가득 싣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이는데요. 다른 가게들이 불황을 겪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필수업종이 아닌 경우 다 문을 닫아야 하지만, 식물 모종을 파는 가게들은 농업 분야에 포함돼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는데요. 드라이가든의 대표인 리처드 워드 씨는 코로나 사태로 집에만 머물게 되면서 화초와 채소를 가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워드 씨는 최근 들어 채소 판매가 특히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요. 이전엔 덥고 건조한 캘리포니아 기후에 잘 견디는 식물들 그러니까 선인장이나 나무, 다육종 식물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채소 씨나 모종을 사러 사람들이 가게를 찾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미국의 과거 역사를 보면, 이렇게 채소를 많이 심었던 적이 또 있다고 하는데요. 전쟁이 났을 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정원에 텃밭 가꾸기가 유행했고 이를 일명 ‘승리의 정원’이라고 불렀다고 하네요. 2차 세계대전 끝 무렵에 태어난 워드 씨 역시 당시 기억이 난다고 했습니다.
어릴 때 집의 정원에 텃밭을 가꿔 토마토며, 콩, 상추, 옥수수를 길렀다는 건데요.
전쟁이나 코로나 사태처럼 사회적 분위기가 불안할 때면 사람들이 식물을 키우고 싶어 한다는 겁니다. 기분도 좋아지고 생활에 활력을 주기 때문이라는 건데요. 75살인 워드 씨는 어릴 때 집에 있던 ‘승리의 정원’에 일주일에 두 번은 나가 식물을 돌봤다고 했습니다. 워드 씨는 지금이 꼭 그때 같다고 했죠.
가게를 찾은 손님들은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직장 업무 외에 뭔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만 했다고 말했습니다.
집 밖에 나가서 운동도 못 하고, 일상적으로 하던 일들을 못 하게 된 지금, 대안으로 정원 가꾸기를 생각하게 됐다는 건데요. 집에만 있으니까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데, 정원을 가꾸면 스트레스가 해소될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습니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의 반대편에 있는 동부 버지니아주에도 자택 대기령이 내려졌는데요. 버지니아에서도 정원 가꾸기 인기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홈디포(The Home Depot)’는 식물 모종은 물론, 건축 관련 용품을 거의 다 판매하는 전문점인데요. 버지니아 스털링의 ‘홈디포’ 가게에서 일하는 알렉시스 리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이후에도 가게가 손님들로 북적인다는 겁니다. 부부가 함께 쇼핑 나오거나, 직접 상점을 방문하기 꺼림직한 사람들은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는데요. 그동안 하지 못했던 ‘홈프로젝트(home project)’, 그러니까 집 가꾸기를 위해서 사람들이 나서고 있다는 겁니다.
리 씨는 자가 격리나 자택 대기령으로 인해 집 안에만 있게 된 사람들이 그동안 바빠서 하지 못했던 정원 가꾸기에 나서는 것 같다고 했는데요. 새 것을 사 가는 사람도 많지만, 이전에 대량으로 구매해뒀던 것들을 환불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게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한편, 조경 관련 전문가들에겐 지금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는데요.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는 조경 전문가 존 캠프 씨는 한 10년 전부터 많은 사람이 집의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밋밋한 잔디밭에 화초나 채소를 심기 시작했다는 건데요. 캘리포니아 지역에 가뭄이 몇 년간 계속되면서 잔디에 물을 주는 것이 부담되다 보니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거죠. 캠프 씨는 동네를 돌아다니면 집마다 정원이 잘 돼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정원에 나와본다며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라는 겁니다. 캠프 씨는 또 나비와 새들은 여전히 정원에서 바쁘게 돌아다닌다며,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이때에도 변함이 없는 자연을 보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조경, 화초 관련 업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 직접 가게를 찾지 않아도 원하는 식물을 미리 주문하면 가게 문 앞에서 찾아가게끔 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정원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꽃과 식물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어두워진 사람들의 마음에 환한 기쁨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코로나 사태로 활용도가 높아진 로봇”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도, 서로 만나는 것도 힘든 요즘, 빛을 발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로봇인데요. 사람들의 쇼핑을 돕는 일부터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것까지, 로봇의 활용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워싱턴 D.C.의 한 식료품점도 요즘 ‘스타쉽테크놀로지(Starship Technologies)’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배달용 로봇을 채용했는데요. 키가 작고 둥그런 상자같이 생긴 귀여운 로봇이 혼자서 배달하러 다니니,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브로드 브랜치 마켓(Broad Branch Market)’ 식료품점의 주인인 트레이시 스태너드 씨는 컴퓨터 모니터로 배달 로봇의 동선을 실시간 확인하고 있었는데요.
로봇이 이렇게 이동하는 동선을 영상으로 보내준다며 사람들이 다들 배달 로봇을 너무 좋아한다고 했고요. 스태너드 씨 역시 영상을 보면서 너무 귀엽지 않냐며 만족해했습니다.
스태너드 씨 가게는 원래 배달은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가 시행되면서 배달을 시작하게 됐다고 하네요.
가게 안이 많은 손님으로 북적이는 게 위험하게 느껴졌다는 건데요. 최대한 손님들이 가게를 덜 오게 만들기를 원했고, 그래서 선택한 대안이 배달 로봇이라고 하네요.
배달 로봇 안에는 물건을 9kg까지 넣을 수 있고요. 반경 약 5km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손님들은 집 바로 앞에 식료품 배달이 오니 정말 편리하다고 했는데요.
식료품을 사러 가게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되니 편하고, 무엇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어 훨씬 안전한 생각이 든다는 겁니다.
‘스타쉽기술’ 외에 ‘키위봇(Kiwibot)’, ‘포스트메이츠(Postmates)’, ‘아마존(Amazon)’ 등이 배달 로봇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요. 사실 관련 사업은 수익을 내기 힘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꼭 배달 로봇만이 아니라 로봇 관련 사업 전체가 비슷한 실정이라고 하는데요.
로봇 무역 회사인 ‘실리콘밸리 로보틱스(Silicon Valley Robotics)’의 앤드라 케이 씨는 최근 로봇 관련 회사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특히 지난해에 관련 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고 하는데요. 로봇 기술이 시장의 수요보다 너무 앞서간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습니다.
로봇들은 현재 어렵고 위험한 일에 많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첨단자동화협회(A3: Association for Advancing Automation)’의 제프 번스틴 회장은 한 예로 살균제 로봇을 들었습니다.
요즘같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병원이나 사무실, 창고 등에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소독을 하는 게 꺼려지는데, 사람 대신 들어가 살균 작업을 하는 로봇이 있다는 겁니다. 로봇이 먼저 들어가 소독을 싹 다 하고 나면 사람들이 훨씬 안전하게 들어가서 일할 수 있다는 거죠.
실제로 벨기에의 한 병원에는 멸균작업을 하는 로봇이 있고요, 홍콩의 지하철도 사람이 아닌 소독약을 분사하는 로봇이 살균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코로나 사태로 ‘브로드 브랜치 마켓’처럼 배달 로봇을 활용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물론, 배달 로봇은 장애물을 만나기도 합니다.
보도 옆길로 빠져서 허우적댈 때도 있고, 사람들이 뚜껑을 잘 못 열어 기계를 망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네 아이들에겐 최고로 재미있는 장난감이 생긴 셈인데요.
로봇을 신나게 쫓아가는 아이들. 귀여운 배달 로봇 덕에 동네 사람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