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간단체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차인 벤츠 자동차가 북한에 반입된 경로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유령회사, 불법 환적과 북한 전세기를 이용해 유럽과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를 거쳐 평양에 반입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김동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선진국방연구센터 (C4ADS)가 16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고급 리무진 반입 경로를 추적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전략적 조달 네트워크 폭로”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는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공개한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의 밀수와 관련한 구체적 정황이 담겨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항구에서 한 대에 50만 달러에 달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 2대가 2개의 컨테이너에 각각 적재됐습니다.
이들 차량은 차이나 코스코쉽핑 그룹이라는 회사가 운송을 맡았고, 41일 간 항해를 거쳐 7월 31일 중국 다롄항에 하역한 것이 확인됐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이후 8월 26일까지 다롄 항에 머물다가 일본 오사카를 거쳐 9월 30일 한국 부산항에 도착했습니다.
이 화물은 다시 토고 국적 화물선인 DN5505호에 실렸는데, 10월 1일 러시아 나훗카 항을 향해 출발하면서 자동선박식별장치 (AIS)를 18일 동안 껐고, 신호가 다시 나타났을 때 한국 영해에서 2천 588t의 석탄을 적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자동선박식별장치를 끄고 있던 10월 7일, 고려항공 소속 화물기인 러시아제 일류신 76 3대가 평양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것이 드러났다고 전했습니다.
보고서는 벤츠 차량이 이 화물기에 옮겨졌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포착하지 못했지만, 해당 화물기가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이후 이 화물기로 북한에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특히 해당 화물기가 김 위원장의 해외순방에서 전용차 운송용으로 사용된 점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한편, `뉴욕타임스’ 신문은 이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불법 환적 의심 선박 DN5505호와 깊은 연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러시아인 다닐 카츄크로부터 그가 “사실상의 책임자”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에 따르면 카츄크는 해당 선박의 실질적인 책임자는 자신이라면서도 벤츠 차량의 북한 반입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거부하면서, “영업상 비밀이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선진국방연구센터은 보고서에서 “유엔 대북 결의 1718호에 따라 북한으로의 사치품 반입은 금지됐지만, 각국이 사치품의 정의를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점을 국제 밀수조직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조사 결과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약 90여개 나라가 사치품을 북한으로 수출했고, 이 가운데 사치품에 대한 정의를 하지 않고 있는 중국이 고급시계와 진주 등 가장 많은 품목을 북한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유엔은 대북 결의 2094호에 따라 개인 운송 수단을 사치품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국내법에 기초해 4만6천500 달러 이상의 차량에 한해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국제 제재 속에서도 북한이 사치품을 반입하는 주된 이유로, “김정은 위원장이 지지기반인 소수 엘리트 층의 기대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핵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북한의 무기체계처럼 사치품 역시 이중성을 갖고 있는 품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일원인 휴 그리피스 씨를 인용해 “불법 환적 등을 통해 고급 승용차를 밀수할 능력이 있다는 건, 탄도미사일이나 핵 프로그램의 부품들을 잘게 나누어서 밀반출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동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