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한의 공식 무역을 통한 적자 규모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재가 지속되면서 적자 폭이 계속 심화되고, 결국 외환 보유고가 머잖아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북한의 수입액에서 수출액을 뺀 무역적자는 20억1천892만 달러였습니다.
국제무역센터(ITC)의 수출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23억1천296만 달러어치를 수입한 반면, 수출은 2억9천404만 달러에 그쳐 20억 달러 이상의 무역적자를 냈습니다.
이 같은 적자 규모는 지난 10년 사이 가장 큰 것으로, 대북 제재가 본격화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북한은 제재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출을 통해 매년 약 30억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지난해에는 약 3억 달러로 제재 이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출액을 기록했습니다.
수입액도 다소 줄었지만 수출액처럼 그 폭이 크진 않았습니다.
북한은 지난 2009년과 2010년 각각 14억7천만 달러와 15억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내다가 2011년 처음으로 4억 달러를 기록하며 적자 폭을 10억 달러 아래로 떨어뜨렸습니다.
이후 2012년의 11억 달러를 제외하면 2017년 이전까지 10억 달러 미만의 적자를 기록해 왔습니다.
특히 국제사회의 제재가 심화되기 이전인 2016년의 적자는 2억3천199만 달러로 역대 가장 낮은 액수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2017년 적자가 14억8천134만 달러로 크게 늘어난 데 이어 급기야 지난해엔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겁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북한의 적자 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에서 올해 1월부터 5월 사이 8억4천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한 건 지난 20년여 간 관측돼 온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적자 규모는 매년 약 10억 달러 수준이었다며, 지난해 기록한 20억 달러가 예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 what’s happening I think...”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무역 분야에서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 기간 해외 노동자들의 송금 등 소득 부문에서 비슷한 액수 즉, 10억 달러 정도를 벌어들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과거 10억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부문에서 10억 달러의 수입이 발생해 외환보유고에 큰 문제는 없었다는 겁니다.
특히 북한의 10억 달러 외화 수입에는 해외 노동자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관광과 공식 무역으로 기록되지 않는 무기판매 수익금 등도 포함된다고 브라운 교수는 밝혔습니다.
그러나 브라운 교수는 북한이 소득 부문에서 수입이 더 늘어났다는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무역적자가 2배 이상, 즉 1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커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So my guess is...”
따라서 제재가 가해진 2017년 이후 북한은 실질적으로 10억 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태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최근 발표한 ‘긴축통화와 제재가 북한을 불황으로 몰아놓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무역적자를 채우기 위해 민간과 국가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몇 년 안에 바닥낼 정도로 끌어다 쓰고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제재가 지속될 경우 북한의 외환보유고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달러라이제이션 현상에 대해 설명하며, 대북 제재가 지속될 경우 북한 경제가 전면적인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