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접어든 올 한 해, 미 의회는 대화를 지지하면서도 행정부에 최대 압박 정책을 지속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대북제재를 해제하거나 주한미군을 감축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 대표적 성과로 꼽힙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지적은 대화 진행 상황과 별개로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VOA가 다섯 차례로 나눠 보내드리는 연말 기획,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올 한 해 미 의회가 추진한 북한 관련 입법과 정책 방향을 이조은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115대 미 의회가 보여준 북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지난해와 올해 115대 미 의회에서 북한과 관련해 상정된 결의안과 법안은 총 41건에 달합니다.
총 22건의 대북 안건이 상정됐던 지난 114대 의회와 비교해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두 번째 회기인 올해 의회에 상정된 대북 안건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입니다.
북한의 도발이 잇따랐던 지난해에는 대북제재 강화와 대통령의 대북 선제타격 권한 제한 등 북한의 위협과 대응 방안에 초점을 맞춘 안건이 잇따라 발의됐습니다.
반면, 미-북 대화 국면이 시작된 올해 의회에서는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회의 우려 사안을 담은 안건들이 연이어 상정됐습니다.
이 가운데 주한미군 철수와 대북제재 해제에 관한 행정부의 독자적 결정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 올해 의회의 대표적 성과로 꼽힙니다.
의회는 지난 8월 의회 승인 없이 주한미군 규모를 2만2000명 미만으로 감축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은 새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켰습니다.
주한미군 규모를 2만2000명 미만으로 줄이는 데 국방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행정부의 독자적 결정을 제한한 겁니다.
이 조항을 포함시킨 루벤 갈레고 민주당 하원의원은 당시 VOA에,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협상카드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조항을 추가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국방수권법에는 또 “주한미군의 상당한 감축은 협상 불가 항목”이라는 상원의 인식이 별도의 설명문을 통해 첨부됐습니다.
이를 주도 작성한 댄 설리반 의원은 최근 VOA에, “미국은 ‘합법적으로’ 배치된 주한미군을 ‘불법적으로’ 배치된 북한의 핵, 미사일과 절대 교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설리반 의원] “We would never trade those illegally deployed nuclear missiles for legally deployed US forces on the Korean peninsula. That's written in the law now…”
이 외에도 국방수권법에는 북 핵 합의가 도출될 경우 핵 폐기와 개발 중단에 관한 검증 평가서를 의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북 핵 합의와 이행 상황에 대한 의회 감독 권한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겁니다.
대북제재 해제에 관한 의회의 감독을 한층 강화한 것도 올해 의회의 대표적 성과로 꼽힙니다.
의회는 회기 종료일을 목전에 둔 지난 19일, 인도태평양 지역의 장기 정책을 담은 ‘아시아 안심 법안’을 최종 통과시켰습니다. 여기에는 대북제재 해제 30일 이내 의회에 관련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담겼습니다.
법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공식 발효되면, 국무장관은 대북제재 해제 30일 이내 재무장관과의 협의 하에 “해당 대북제재 해제를 정당화하고 제재 해제와 북한의 불법 활동 중단과의 상관 관계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쪽은 행정부지만, 제재 이행을 포함한 대북 압박 정책에서 만큼은 의회의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겁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코리 가드너 위원장은 상원에서 대북제재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가드너 의원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VOA와의 인터뷰에서, 대화 진행 상황에 따라 압박 수위를 낮추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최대 압박을 계속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녹취:가드너 의원] I think it would be a big mistake to ease any level of pressure. I think we must continue pressure on the regime…”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지난 9월 제재 감독 청문회에서 “미국의 최대 대북 압박 캠페인 흔들리고 있어 우려된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가 제공한 제재 수단을 완전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원 외교위 테드 요호 아태소위원장는 지난 6월 말 VOA와의 인터뷰에서 재무부가 북한의 돈세탁에 연루된 중국의 농업은행과 건설은행에 왜 제재를 부과하지 않았는지 추궁하고 있다며, 행정부의 완전한 대북 제재 이행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녹취:요호 위원장] “We’ve asked the Treasury Department why they haven’t done that…”
올해 의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지적은 대화 진행 상황과 별개로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의회가 지난 6월 북한인권법을 5년 더 연장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북한인권법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4년 처음 마련된 것으로,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고 대북 정보 유입과 탈북자 지원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는 내용 등을 담고 있습니다.
올해 상원에서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대표 발의한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최근 VOA에,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이라는 광범위한 문제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대체로 잊혀졌다”며 북한과의 대화 진행 상황과 별개로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할 것이라는 의지를 나타냈었습니다.
[녹취:루비오 의원] “I’m continuing to call out the sort of abusive nature of the regime. Our issues with North Korea are not just their nuclear weapons. In fact, they have thousands upon thousands of people in camps where they literally work to death... “
이외에도 올해 의회는 14년 전 중국에서 실종된 미국인 데이비드 스네든의 납북 가능성 조사를 촉구하는 상원 결의안과, 미-한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하원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의회는 행정부 관리를 증인으로 출석시킨 북한 관련 청문회 개최에 있어서는 다소 소극적이었습니다.
지난해에는 개회 첫 날부터 북한 관련 청문회가 열리는 등 대북제재 정책 감독과 북 핵,미사일 위협 평가에 관한 청문회가 여러 차례 개최됐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북한 관련 청문회는 상원에서 두 번, 하원에서 한 번, 총 세 번에 불과합니다.
상원 군사위는 지난 3월 정보 수장들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북한 등 해외 국가들의 위협에 관한 공개 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상원 외교위도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인 7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청문회를 열고 대북 협상 상황을 보고 받았습니다.
하원 외교위는 지난 9월 재무부 고위 관리들을 출석시켜 대북제재 이행에 관한 감독 청문회를 개최했을 뿐입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